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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귀농 일기] ‘내 마음의 천국’ 제 2편: 나는야 초보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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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정식 농부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도록 할게요!

 

 

나의 고향은 밀양의 한 씨족마을로, 조상들은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 곳에는 글자는 한 자도 모르지만 중국 고대역사는 훤히 꿰뚫고 계시는 팔순의 친척 할아버지가 계셨다.

 

할아버지는 ‘공자왈 맹자왈~’,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씀과 함께 신농씨 이야기를 내게 수도 없이 하셨고, 이 영향인지 내 가슴 한 켠에는 늘 농부에 관한 향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퇴직 후 농부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나는 고향인 밀양에 밭 400평을 사두었다. 이따금 짬을 내어 농장을 둘러봤으나 바쁜 일상에 밭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퇴직 전까지 밭 관리를 마을 주민에게 맡겼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2013년부터는 땅 주인인 내가 직접 농사를 짓기로 했다.

 

농부가 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농지원부 등재신청이었다.

 

농지원부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작현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소유농지, 임차농지를 구별하지 않고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경작자를 대상으로 최소 약300평(1,000㎡) 이상의 면적일 때 신청할 수 있다.

경작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구청이나 시청의 경제진흥과 혹은 농정과에 신청하면 된다.

 

400평의 밭에 채소와 과수를 대충 심어서 등재신청을 했더니 토지 소재지인 밀양시의 시청직원이 실사를 나와서 빈 곳이 너무 많아 농지원부 등재를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부랴부랴 열무, 들깨, 옥수수를 심어 싹이 나기를 기다려 다시 신청을 했더니 시청직원이 확인을 하고 사진도 찍어갔다. 일주일 후 농지원부등본이 발급되었다.

일반적으로 옥수수나 호박은 밭의 가장자리에 심는다. 하지만 당시 나는 급한 마음에 무심코 이들을 밭 한가운데 심었다. 하지만 이것이 두고 마을사람과 친척들의 웃음거리가 될 줄은… 어뿔싸 이때는 몰랐다. (^^;)

 

농지원부에 등재되고 직접 경작을 하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다.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면 농협 가입이 가능하고 퇴비(가축분)도 반값으로 살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농민으로서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업인을 하나의 사업 경영체로 보고 운영실태와 소득상태를 파악하여 농업인에게 적합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하고자 농가의 경영정보를 등록해서 관리하는 제도이다.

 

농업인은 주민등록소재지 관할 농산물품질관리원, 지원 혹은 출장사무소에 방문이나 우편으로 신청하면 된다.

 

농지원부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나면 농협에 가입할 수 있다.

조합대의원(보통 마을 이장이 대의원)의 승낙을 받아 가입신청을 하고 승낙을 받은 후 출자금을 납입하면 농협 조합원이 된다.

 

혜택 내용은 조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배당금(출자금의 5-6%), 연1회 상품권(7만원), 연1회 소금 한 포대, 추석에 찹쌀 멥쌀 각각 1포, 농기구 사용용 면세유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가축분 퇴비를 반 값에 살 수 있다.

 

법으로 인정하는 ‘정식 농부’가 됐지만, 나는 초보 농부이다! 초보 농부에게는 5일장이 최고의 정보 메카이다.

나는 밀양 5일장을 찾곤 하는데, 시장에 씨감자가 나오면 감자를 심을 때이고, 배추모종이나 땅콩모종이 나오면 배추, 땅콩을 심을 철이란 걸 알게 된다.

 

초보 농부인 내가 가장 먼저 심은 것은 무화과 나무다.

무화과 잎은 살충력이 강해 벌레가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화과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며, 기후만 맞으면 어느 곳이나 잘 자란다.

 

꽃이 피지 않는다고 무화과(無花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꽃이 과실 안에서 피어 밖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감춤의 미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화과는 단맛이 강해, 날로 먹거나 말려서 먹고 혹은 가공해 요리재료로도 쓸 수 있다.

 

이후 5일장에서 사다 심은 씨감자는 거름값과 수고비는 간 데 없이 헛장사를 하기도 했지만, 방울토마토는 알알이 여물어 나를 기쁘게 했다. 거기엔 아내의 도움이 컸는데, 사실은 잡초를 아내가 거의 다 뽑은 것이다.

 

농사를 시작하기 몇 년 전부터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아내는 절대로 농촌에 가서 살지 않겠다고 했다.

 

햇볕에 얼굴 그을리는 것도 싫고 따분한 농촌생활이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뜻을 존중하며 혼자 농촌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도 농사 짓는 재미를 알기 시작한 것 같다.

 

아마도 이것은.. 농부만이 맛볼 수 있는 수확의 기쁨 때문이 아닐까!

 

글: 조종현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