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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귀농 일기] ‘내 마음의 천국’ 제 3편: 우여곡절 집 건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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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자연 속에서 쾌적하게 살고 싶어, 귀농 후 직접 주택을 건축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주택의 크기 및 활용 여부, 가용할 수 있는 예산에 따라 설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주택을 건설하기 전, 여러 가지 체크할 사항들이 있다고 합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는지 이번 포스트에서 함께 알아보도록 할게요!

 

텐트 속에서 숙식을 하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밭 가장자리에 검은 차양막을 둘러친 간이화장실을 만들었으나 볼일을 볼 때 모기가 온 몸을 물어 견디기 힘들었다. 한낮에 괭이질과 호미질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또한 여름 한낮엔 텐트 안이 후덥지근하여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나는 농가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집의 크기를 얼마로 할 것인가?

농가주택이 너무 커서 세금도 많이 나오고, 청소 등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더러 보았다.

 

그리고 이곳은 자연녹지로 분류돼, 건축물의 평면적은 대지의 20%를 초과하지 못했다. 땅의 크기가 400평이고 농부의 자격을 유지하려면 300평을 농지로 남겨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100평의 대지에 20평의 건축물을 세우기로 했다.

 

농어촌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표준농가주택도면이 여러 개 있다. 나는 설계비용를 아낄 요량으로 그 도면을 활용하려 했으나 건축허가 등의 불편함 때문에 소규모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했다.

 

 

설계비 500만원, 농지보존금(농지가 대지로 바뀜에 따라 국가에 내는 세금) 약 500만원이 들어갔다.

 

나는 처음부터 벽돌주택을 짓고 싶었지만, 판넬주택의 저렴한 비용과 편의성으로 건축업자가 판넬주택을 강력히 권했다. 아내와 아들은 건축업자의 설득에 거의 넘어갔다. 그러나 나의 고집으로 벽돌주택을 짓기로 했다.

 

이렇게 집 짓기가 시작되고……

 

지붕은 아내와 아들의 선택에 따라 스페니쉬 기와를, 집을 둘러쌀 벽돌은 하얀 색으로 선택했다.

 

 

남쪽 안산(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 맞은 편에 있는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크게 거실창문을 달아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하고, 식탁은 책상 작업대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편의성을 고려했다.

 

 

요리하는 사람과 가족의 소통을 쉽게 하고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거실과 부엌을 한 공간에 만들어, 부엌에서 만든 음식을 바로 식탁으로 옮길 수 있게 했다. 또 요리를 하며 창문으로 싱그러운 나뭇잎을 볼 수 있어, 잠깐의 단조로움을 잊게 했다.

 

처음엔 건물 내벽을 모두 황토벽돌을 쌓아 황토흙으로 미장을 할 예정이었지만, 벽에 TV 등 부착물을 설치할 때 벽이 쉽게 파손될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서재만 황토방으로 만들었다.

 

황토방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의 공간은 작은 책장을 만들었고, 안방은 햇빛이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창문을 크게 남쪽으로 달았다.

 

 

화장실은 환풍기 시설이 미흡하여 창문에 김이 서리고 잘 안 빠지는 단점이 있으나 비교적 잘 꾸며졌다.

 

밀양시의 경우, 3년 전만 하더라도 가정마다 화장실에 딸린 정화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하수종말처리장이 설치되고부터는 각 가정의 화장실 오수를 공동 오수관까지 연결하기만 하면 되므로 정화조가 필요 없게 됐다. 물론 집을 지을 때 건축업자가 오수관까지 파이프를 연결해준다.

 

수도는 마을의 수도관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주택까지 끌어와야 해서 집마다 설치비용이 달라지는데, 우리는 이웃집 수도관에서 30M 정도 떨어져 있어 약 40만원을 부담했다.

 

 

농장 전체에 수돗물을 쉽게 주기 위해 집 밖에도 수도꼭지를 두 곳에 설치했는데, 지난 여름 가뭄에 특히 유용하게 사용했다.

 

또 우리집은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해 일년 내내 돈 안들이고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10초쯤 후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 겨울에 특히 유용하다. 설치비용은 크기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약 300만원에 설치했다.

이처럼 집을 완성하기로 계약한 날보다 무려 6개월이나 지연되었으나, 마침내 안락한 우리집이 완성되었다.

 

 

한편, 많은 이들이 전기세 폭탄을 걱정하던 지난 여름!

우리집은 농가 주택답게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고, 농사용과 가정용 전기를 분리하여 사용함으로써 큰 혜택을 보았다. 실상 가정용 전기로만 사용했다면 55만원 정도의 요금을 물었을 것이나 우리는 5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전기세 부담을 덜어준 1등 공신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였다.

 

태양광을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300KW 정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번 여름엔 날씨가 덥고 가물어 평균치보다 좀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됐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비용은 1,300만원쯤 되는데, 절반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해주므로 본인 부담액은 650만원 내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설치비용이 1,500만원 이상이었는데 많이 저렴해졌다.

 

가정에서 월 500KW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13만원 정도 나온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기를 이용해 300KW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200KW(500-300)에 대한 요금 22,240원만 내면 된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용 전기에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일수록 태양광 발전기의 혜택이 커지는 것이다

 

또 우리집은 농사용 전기를 신청해 사용함으로써 가정용 전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농사용 전기는 웅덩이 물을 퍼 올리거나 농산물 건조기를 사용하는 등 농사용 사용이 확실하면 한전에 신청할 수 있는데, 설치비용은 70만원 가량이다.

 

농사용 전기는 가정용 전기와 계량기도 다르고,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요금은 KW당 40원 정도이다.

 

우리집은 뒤편에 작은 창고를 만들어 농산물 건조기를 설치해, 건조기로 무화과, 무(말랭이), 감, 복숭아, 사과 등을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는 등 건조기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기와 농사용 전기 사용으로 가정용 전기량을 크게 낮춰, 우리집은 8월(8월16일-9월15일) 전기세로 37,490원을 납부했다.

* 가정용 110KW (500KW-390KW= 110KW,) 요금 9500원, 농사용 전기 548KW 요금 27,990원을 합한 비용

 

 

태양광 발전기나 태양열 온수기의 경제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기료나 석유값에 신경 쓰지 않고 전기와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괜스레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해진달까.

 

글: 조종현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