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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귀농 일기] ‘내 마음의 천국’ 제 5편: 나의 뜰과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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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과일이 빨갛게 익어가는 정원! 낭만을 아는 초보 농부의 꿈의 정원으로 함께 놀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200평 정도의 뜰에는 한 겨울을 제외하면 늘 꽃이 피어 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홍도, 돌복숭, 백도, 황도를 심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흰 꽃, 붉은 꽃, 분홍 꽃 은근하게 피어나면 정다운 친구를 불러 막걸리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고혹적인 향으로 따지자면, 매화만 한 것이 없다. 나는 눈 속에서도 강인하게 피어나는 설중매를 사랑한다.

 

농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나무를 한 두 그루씩 심는다.

 

앵두로 시작해 올복숭아, 자두, 늦복숭아, 배, 사과, 감을 초여름부터 겨울까지 순서대로 맛 볼 수 있다.

 

또 왕매실나무를 두세 그루만 심으면, 매실청이나 매실주를 담기에 충분할 만큼의 매실을 얻을 수 있다.

 

요즘 대추는 크고 맛도 좋은 품종이 많이 나와 있다. 대추나무는 늦봄이나 초여름부터 가지에 싹이 튼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내고 꽃을 피워도 마치 죽은 듯이 침묵하며 애를 태우다가 불현듯 초록빛 새순을 불쑥 틔우는 것이다.

이렇게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대추나무는 양반나무로 불리며, 제사상에서도 가장 상석을 차지한다.  접시에 담긴 대추는 ‘태상왕’이란 품종으로 크기가 달걀만 하다.

 

나는 꽃 모종과 나무 묘목을 5일장 또는 꽃집, 농장에 가서 구입하고, 희귀 모종은 인터넷으로 구한다. 하지만 묘목을 사다 심어 정성껏 관리해도 대개 10~20% 정도는 몇 년 안에 죽고 만다.

 

나무들이 멀쩡하게 잘 자라다가 갑자기 시들시들 죽는 게 처음엔 하도 답답하여 이웃의 늙은 농부에게 나무가 죽는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사람도 죽는데 나무인들 죽지 않겠냐’며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이란 갈림길의 징검다리.

길을 걷다가 문득 갈림길을 만나면, 이 길일까 저 길일까 망설이다, 나는 조심조심 길을 건넌다.

 

 

밭을 일구다가 나온 돌로는 액(厄)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는 돌탑을 쌓고, 밭 가장자리의 부평초 가득한 두세 평 크기의 웅덩이는 형태를 유지해 연못을 만들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런 형태의 연못을 만들기 위해 연못은 곡지형으로 선택했다.

예부터 연못은 물가의 선이 자연스럽게 휘는 곡지(曲池)형, 네모 반듯한 직선형의 방지(方池)형,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연못의 물은 어떻게 채울까?

우선 비가 올 때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이용하기 위해 처마 밑에서 연못까지 수도관을 묻고, 뜰에 내리는 빗물이 연못으로 흘러가게 고랑을 만들었다. 또 연못에 뜰의 수도관을 연결해 가뭄에 대비했다.

 

 

연못에는 물을 정화하는 창포와 버들을 강에서 캐 와 옮겨 심고, 인터넷으로 7종의 수련과 홍·백련을 사다 심었는데 고라니가 연못을 침입해 잎을 뜯어먹어 5종의 수련만 살아있다.

 

연못 속에는 밀양 5일장에서 구입한 미꾸라지, 우렁이, 붕어, 민물새우 그리고 인터넷으로 구입한 비단잉어를 넣어 키웠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 흙탕물이 연못으로 들어와 민물새우가 많이 죽고, 수족관에서 자랐던 비단잉어들도 연못에 잘 적응하지 못해 30마리 중 7마리만이 살아 남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잉어들은 20센티 이상의 크기로 자라 물 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다.

 

 

건강 문제로 두 번의 대수술을 치르며, 지난날을 반추하고 남은 인생의 앞날을 고민하던 내게마음의 거울이 되어 준 ‘심경연(心鏡淵).

 

심심할 때도, 울적할 때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쁠 때도… 나는 이 곳을 찾아, 내 마음을 비춰 보며, 계속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싶다.

 

글: 조종현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