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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귀농 일기] ‘내 마음의 천국’ 제 6편: 행복한 노년을 준비하는 법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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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10년 전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1천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만6천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장수 인구는 앞으로도 급속히 늘어날 전망인데요.

 

바야흐로 도래한 100세 시대! 여러분은 철저히 준비하고 계신가요?

 

Hi, HHI에서는 ‘귀농’을 선택해 밀양에 농가주택을 건립해 밭농사를 짓고, 뜰과 연못을 만들어 유지하는 필자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편으로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위해 은퇴 후 즐기는 여가활동 및 귀농 시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이번 포스트와 함께 은퇴 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행복하게 살 것인지 미리 고민하고, 계획하는 시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청년으로 살 것만 같던 젊은 날이 지나가고, 나에게도 노년이 다가왔다.

 

귀농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이나 책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각 살아온 환경, 성격, 취미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 자신에게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귀농, 귀촌을 꿈꾸지만 준비되지 않은 전원생활은 성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귀농으로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행복한 농촌생활을 위해서는 일정한 수익이 필수요건인 것이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를 정할 때, 현실을 감안한 준비가 필요하다.

 

농촌에 살면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이 대도시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노인이 되면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과 편의시설이 근처에 있는 곳이 좋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교통이 편리한 곳을 귀농지로 추천한다.

 

 

나는 귀농을 위해서 퇴직 10년 전에 땅 400평을 밀양에 사 두었다. 귀농하여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토지의 경계를 측량하는 일이다. 현재 점유하고 있는 토지의 경계선과 지적도상의 경계선이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대한지적공사에 신청하여 측량해보니 뒷밭이 우리 땅을 10평 정도 점유하고 있었다. 땅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뒷밭 주인은 “땅을 빼앗겼다”며 분통을 터트렸지만, 차후의 분쟁을 막기 위해서 땅의 경계는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농촌에 이사하여 살면 때로는 텃세를 경험하게 된다. 도시에서 온 초보농부를 얕보고 비협조적인 마을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의 사생활을 보호할 줄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을 짓고 대문을 달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들어와 자기 밭으로 가려고 하거나 아무 말도 없이 현관문을 불쑥 여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양보와 배려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준다. 나는 이웃의 농부와 친구가 되어서 빨리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여름 뙤약볕 속에서 농사일을 할 때면 밀집모자를 쓰고 중무장을 해도 얼굴이 심하게 그을린다. 하지만 마음이 참 풍요로워진다. 작년에는 고구마 열다섯 마대, 고추 스무 근, 땅콩 두 마대, 양파 다섯 망, 마늘 네 망을 수확해 친구, 친지들과 나눴다. 풍요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인데, 왜 그리 야박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한편, 즐거운 노년을 위해선 취미생활 한 두 가지가 필요하다.

 나는 일년 농사가 끝나면 배낭여행을 한 달쯤 다녀오는데, 여러 나라를 돌며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풍경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즐긴다.

 

집에 있을 땐 카메라를 들고 야외로 나가 풍경, 야생화를 주로 찍는데, 요즘은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관한 글도 쓰는 것도 내 취미의 일부다.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복잡한 감정과 생각도 어느 순간 정리되곤 한다.

 

50만원을 주고 산 천체망원경으로 가끔 깜깜한 밤중에 베란다로 나가 달과 별을 관찰하기도 한다. 맨눈으로 볼 수 없던 달의 산맥과 분화구를 보고 아들은 감동한다. 2014년 10월 8일에는 개기월식을 관찰하고 사진촬영도 했다.

 

 

곤충을 관찰하며 농사짓는 재미를 더한다. 여름 연못에서 잠자리 유충이 잠자리로 변하는 모습이 신비롭다.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나라 신선이 된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 그 말 그대로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참으로 많다.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고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가 발간하는 신문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유익한 정보가 많다. 무료 강습, 귀농 지원, 문화행사 등 각종 생활정보가 들어있다. 나는 밀양영어도서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영어회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일주일에 두 시간 반씩 회화를 배우며 친구를 사귄다.

 

어느 날은 아내가 ‘식사 준비를 나누어 하자’는 제안을 했다. 점심, 저녁은 자기가 할 테니 아침 준비는 나에게 해달라는 것이다. 답을 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타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감이 왔다. 이왕 할 거면 나 스스로 명분을 찾고 싶었다.

 

“그래. 지금까지 아내가 해주는 밥을 얻어 먹었으니, 죽기 전에 내 손으로 식사준비를 해보자”

 

 

우리 아침식사는 간단하다. 감자나 고구마, 과일, 삶은 계란 그리고 과일이 전부다. 이 정도로 아침 준비를 하니 할만하다. 나이가 들면 혈압이 높아지는데, 아침이라도 고혈압의 주범인 염분이 들어가지 않는 식사를 할 수 있어 아내가 고마워 한다.

 

마침 밀양시보를 보니 ‘남자의 부엌(남성 자기 돌봄 교육)’이라는 50세 이상의 남자에게만 주어지는 무료 요리 강습이 있었다. 요리를 한번 배워보고 싶었던 참에 재료비까지 무료란다. 그런데 아내가 그 강습을 어떻게 알았는지 나더러 수강을 제의한다. 하라고 하니 하기가 싫어졌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리 교실에 참여하게 되었다.

 

“찌개용 고기 요렇게 썬다. 김치는 충분히 볶아야 한다~”

 

 

여자 강사님의 교습에 모두가 열심이다. 강습생들의 눈에선 광채가 난다. 요리가 끝나면 자신이 만든 요리를 강단 앞 탁자에 펼쳐두고 강사의 품평을 근엄한 표정으로 새겨듣는다. 칭찬 받은 날은 기분이 들뜬다. 2개월의 요리교실이 끝나는 날 수강생이 음식을 준비하여 아내들을 초대하기도 했는데, 아내가 시식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내 마음이 뿌듯해졌다.

 

간혹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의 건강관리법을 소개하며 자랑한다. 700만원짜리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산과 들로 다니며 건강관리를 한단다. 나는 웃으며 응수한다.

 

“돈 안 드는 일거양득의 건강법이 있다. 나는 삽과 괭이와 호미로 농작물을 가꾸며 건강을 챙기고, 나누는 기쁨을 만끽한다. 이른 아침 성큼성큼 자라는 싹의 모습, 방긋 미소를 보내는 뜰의 꽃을 바라보는 황홀한 기쁨을 아느냐

 

남인도를 여행할 때 어느 동물원에서 이런 팻말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즐기게 하라(Let them enjoy the way they like)’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타인의 생각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주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귀농 생활도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고갈되지 않은 사랑과 열정으로 ‘내 마음의 천국’을 가꾸며,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간 저의 귀농일기를 관심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메일(grayjo@hanmail,net)로 연락 주시거나 농장을 방문해주십시오. 차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주소는 ‘경남 밀양시 멍에실로 73’ 입니다.

 

글: 조종현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