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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건강 칼럼] 심리상담을 받는 나,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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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우리는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가까운 가족, 친구, 연인과의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고, 회사에서는 상사, 동료가 툭 던진 말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상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깊어지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담’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담 받는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 아닌가요?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정신 질환보다는 심리적 고통을 해결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실제 진로나 중요한 의사결정, 부부·가족 관계의 어려움, 이별을 애도하는 일, 힘든 상황을 겪은 뒤 충격 다스리는 일, 의사소통의 어긋남, 지지와 안정감이 필요한 경우 등 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다양한 정서적 불편함으로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 질환이 너무 심한 사람은 오히려 상담을 하기 힘이 듭니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 비로소 상담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은 약한 사람이나 받는 거 아닌가요?

 

우리는 ‘사실’도 기억하지만, 그와 관련된 ‘이미지’나 느낌’도 기억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잊혀지지만, ‘이미지’나 ‘느낌’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컸던 운동장이 믿어지지 않게 작아졌다는 사실에 놀라곤 하지요.

 

지금의 나는 이미 그 때의 어리고 힘 없는 내가 아닌데도, 어릴 적 경험에 대한 감정은 그 때의 크기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직까지도 두렵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장이 작아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경험도 다시 꺼내 보면 이제는 그렇게 압도적이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기억들이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이 두렵고 거대한 감정을 확인하고자 시도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요. 바로 이럴 때 ‘상담’이 필요합니다. 상담은 상담사와 함께 기억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용기를 갖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묶고 있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상담은 자기 삶을 남에게 기대는 비겁한 행위 아닌가요?

 

삶이 힘들어도 애써 감추고 살아왔는데, 이를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가 무너져 버릴까 봐 겁이 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억 속의 큰 감정을 확인하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 경험과 만나서 새로운 해석을 하는 일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상담’은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으로 불가능한 완전함을 쫓느라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자신과 만나는 일입니다.

 

따라서 ‘상담’은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하고, 그 모습에서 가치를 찾아내려는 간절한 노력입니다.

 

 

모든 문제는 참고 견디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아닌가요?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살아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자신의 몫입니다.

 

그런데 힘든 일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심리적으로 예민해져 생각이 유연하게 흘러가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은 점점 부정적인 생각을 확대시킵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에 갇혀 옆을 볼 수 없을 때는 열심히 해결하려고 하는데도 일이 점점 꼬여서 막막해집니다.

 

이럴 때 상담사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내 이전 경험과 연결되어 있고, 그 경험을 통해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상담을 하지만, 상담의 어느 시점이 되면 현실의 문제에 골몰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을 탐색하게 됩니다. 이 때 상담사는 단지 옆에서 도와줄 뿐입니다. 어릴 적 경험하지 못한 지지를 보내주고 안전한 울타리의 역할을 해주며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야기한다고 내 상처가 없어지지 않잖아요?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날의 경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의 무게를 줄일 수 있고, 경험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엄마의 그 말이 나를 거절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사랑이었구나’

 

‘그 때 내가 도망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구나’

 

이렇게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앞으로 내 삶의 이야기는 다른 색깔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상처는 그대로 놔두면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의 삶에 오랫동안 영향을 끼치지만, 잘 치유하면 오히려 새 살이 돋아나고 그만큼 성숙해집니다.

 

상담을 한다고 모두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하는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변하지도 않고, 변한 줄 알았던 내가 다시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은 고통을 견뎌내고 자신과 마주서서 다시 일어서려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해요.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이제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막막했었는데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글 : 김명헌 상담사(현대미포조선 마음정원) / 편집 :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