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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김 대리, 건배사 준비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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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2

- 신(新) 직장인 생활백서 8화

 

 

연말연시 동료들과 술잔을 나누며 한 해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는 자리. 그 무료함의 적막이 깨진 건 부장님이 잔을 들고 일어나면서부터였습니다.

(1)이미지투데이(유료) - 건배 tip101t019682_l

 

왠지 지난달부터 준비한 것 같은 부장님의 정성 가득한 건배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긴장과 흥분이 공존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쪽저쪽 머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서로에게 기회를 양보하려는 서열 2위와 서열 막내의 감동적인 눈치싸움도 시작됐습니다.

(2)이미지투데이(유료) - 회식 tip101t006902_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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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급한 김 대리, 여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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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냅시다”

· 비행기 - 상하라 / 복하게 / 운차게!
· 원더풀 - 하는 것보다 / 잘 / 리자!
· 상한가 - 심하지 말고 / 탄하지 말고 / 슴을 펴자!
· 가즈아(선창) / 가보즈아(후창)

 

 

“이멤버 리멤버”

· 위하여 - 기가 닥쳐와도 / 늘이 무너져도 / 러분과 함께라면!
· 여기저기 - 러분의 / 쁨이 / 의 / 쁨입니다.
· 혼자 가면 빨리 가고,(선창) / 함께 가면 멀리 간다.(후창)

 

 

“여러분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 우문현답 - 리의 / 제는 / 장에 / 이 있다.
· 인생은 안단테(선창) / 사랑은 비바체(후창)
· 2018년(선창), 가라!가라!가라!(후창), 2019년(선창), 와라!와라!와라!(후창)

 

 

“술 한 잔 하시죠”

· 마취제 - 시고 / 하는 게 / 일이다
· 주경야독 - 에는 / 가볍게 / 에는 / 독하게
· 적반하장 - 당한 / 주는 / 느님도 / 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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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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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이고 획일화된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건배사만큼 창의적인 것이 있을까요? 더는 없을 것도 같은데, 신박한 아이디어와 언어유희로 무장한 건배사가 해마다 화수분처럼 등장합니다.

빈속에 마시는 소주 첫 잔처럼 가슴을 짜르르하게 만드는 명품 건배사와의 우연한 만남은 송년회의 숨겨진 매력 중 하나죠.

(3)이미지투데이(유료) - 회식 tip101t021002_l

 

술과 사람,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자리이기에 건배사 한 마디 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미와 재미, 거기에 라임까지 딱딱 들어맞는 건배사는 그날의 술자리는 물론, 당신의 직장생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지도 모릅니다. 직장인에게 건배사란 조직 내에서 나를 표현하고 각인시키는 짧고 확실한 자기소개이자, 조직에 사기와 영감을 불어넣는 강력한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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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 대체 누가 시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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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는 꽤 오래 전부터 인류의 술자리에 합석했습니다. 시작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요. 동양에서는 식사 후 잔을 들어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네던 것이 시초라는 설()이 대표적입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3세기 카르타고 군이 마취제를 넣은 포도주를 로마 병사들에게 먹여 전세를 역전시켰다는 일화를 토대로, 술잔에 독이 들지 않았음을 말로써 약속하던 것이 건배사의 기원으로 전해집니다.

 

한국의 건배사는 경제부흥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위하여!’, ‘우리는 하나!’, ‘함께 가자!’ 등 협동을 강조하는 건배사가 전국의 대포집을 점령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줄임말이 건배사에 접목됐는데, 소위 X세대가 활동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청바지(청춘은/바로/지금부터)’, ‘오징어(오래도록/징그럽게/어울리자)’ 등 삼행시 형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지구촌 시대가 열린 2000년대에는 ‘스페로 스페라(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소취하 당취평(소주에/취하면/하루가즐겁고/당신에게/취하면/평생이즐겁다)’ 등 외국 명언이나 외국어처럼 들리는 한국어를 활용한 글로벌한 건배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한 ‘최순실(최대한/순순히/실려갈때까지)’, ‘위하야(위下野)’ 등의 건배사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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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건배사는 노력과 전략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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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쏙쏙 박히는 명품 건배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임의 흥과 구성원의 사기를 고루 높이기 위한 섬세한 노력과 전략의 산물(産物)입니다.

 

① 건배사를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상황’입니다. 분위기만 잘 맞춰도 절반은 성공!!!

같은 송년회여도 축하, 위로, 화합 등 핵심 목적은 다른데요. 모임의 목적에 최대한 부합하는 건배사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구성원 역시 상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에요. 흥을 돋운답시고 아버지뻘 상사에게 비속어가 섞인 건배사를 외치거나, 여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성적인 농담이 섞인 건배사를 하는 일은 절대로 삼가야 합니다.

 

③ 건배사는 남 앞에서 하기 전에 내 입에 먼저 붙어야 합니다. 종종 어려운 고사성어나 시 구절을 달달 외워 오는 사람이 있는데요. 말하는 이의 입에 익지 않은 건배사가 듣는 이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연습한 것이 아니라면 깜짝 질문에 지식의 깊이가 검증 될 수 있으니 지양하는 편이 낫죠.

 

④ 끝으로 건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고 당당한 목소리입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부담스런 순간, 웃기지는 못해도 우스워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4)이미지투데이(유료) - 회식 tip101t019824_l

 

괜한 걱정이 앞서 쭈뼛거리는 것만큼 없어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올 한해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며 무엇보다 ‘짧은’ 건배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