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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신선도 군침 삼킨다는 꼬막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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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꼬막 관련 식사 이미지

 

혹시 오늘 뭘 먹을까를 놓고 갈등하는 분 있다면 꼬막 비빔밥을 한번 드셔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여럿인데 첫째는 최근 유행하는 음식인 데다 계절적으로도 어울리기 때문이죠.

 

사시사철 모든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현대에는 제철 음식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꼬막은 봄꽃이 필 때부터 질 무렵까지가 제일 맛있다니 이맘때 한 번쯤 먹어둘 만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옛 어른들 말씀 때문이죠.

옛말 그른 것 하나도 없다 했는데 믿거나 말거나 조상님들은 하나같이 꼬막을 최고 음식으로 꼽았어요. 심지어 신선이 먹는 하늘의 고기라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많은 사람이 꼬막을 소중히 여겨, ‘천련’ 혹은 ‘밀정’이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천련은 하늘 천(), 저민 고기 련()자를 쓰니 하늘에서 신선들이 먹는다는 고기에요. 밀정 역시 꿀 밀(), 간지 정()자로 꿀 덩어리처럼 맛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자 그대로 꼬막 속살이 꿀맛이라는 것이죠.

 

당대 최고 미식가였던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스스로 조선 팔도의 진귀한 음식을 고루 먹어봤다고 밝혔는데요. 그 또한 꼬막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좋은 안주의 등급을 매기며 첫째가 꼬막과 게장, 다음이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먹다 죽어도 좋을 맛이라고 노래했던 복어, 세 번째가 각종 고기 안주, 네 번째가 잣과 은행이라고 했으니 음식 맛을 안다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식으로 꼬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꼬막이 과연 그렇게까지 맛있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도 한데요. 현대의 평가 기준을 떠나 옛날에는 꼬막 때문에 어촌마을 사람들 괴롭힘을 꽤나 당했대요.

 

고려 고종 때 문신, 유석이 지금 함경도인 동북면병마사로 부임했습니다. 전임자가 꼬막을 조정에 뇌물로 바친 것이 전례가 돼 꼬막 보내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견디다 못한 어촌 주민 50여 가구가 모두 도망쳤지만 유석이 과감하게 꼬막 상납을 중단시켜 마을이 되살아났지요. 이는 ‘고려사-청백리열전’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허균 역시 꼬막 맛을 본 원나라에서 지나친 조공을 요구해 고려 사람들은 꼬막을 보내느라 먹지 못했다는 기록을 남겼으니 착취가 심했을 정도로 꼬막이 맛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사람들 왜 그토록 꼬막을 좋아했을까요? 중국 고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당나라 때 꼬막은 귀족과 부자가 먹는 고급 조개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도 장안은 바다에서 1,600km 떨어져 있는 만큼 바닷가인 지금의 절강성 영파에서 수레에 꼬막을 실어 날라야 했습니다. 이 길은 멀기도 멀지만 계속 오르막길이라 꼬막 운반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어요.

보다 못한 현지 관리 공규가 공납 폐지를 주장하자 감히 황제의 별미를 없애려 든다며 반발이 심했지만, 황제가 상소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공규를 승진시켰습니다.

이는 ‘자치통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꼬막 구하기가 힘들었으니 당연히 맛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꼬막이 흔해진 요즘입니다. 꼬막 비빔밥 한 그릇이면 하늘의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옛날 왕과 신선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요.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으니 꼬막 비빔밥 한 그릇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글 윤덕노 l 음식 평론가
· 그림 청운 l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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