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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얼린 과일, 무더위를 식혀주는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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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더위는 뜨거운 음식으로 다스려야 열도 식히고 몸에도 좋다지만 최근 몇 년처럼 먹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무더위에는 이열치열도 짜증 나는 소리로만 들립니다.

일단은 시원한 것이 최고니, 냉동실에서 막 꺼낸 차가운 빙과나 탄산음료를 찾게 되지만 순간의 시원함이 가시고 나면 지나치게 달달한 뒷맛이 개운치 않죠. 그렇다고 그냥 얼음덩어리를 먹자니 이 또한 밍밍한 게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1)현대중공업 웹진_얼린과일 채색 

 

이럴 때는 과일을 얼려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에요. 그중에서도 제일은 밤입니다.

군밤은 먹어 봤어도 얼린 밤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사람이 태반이고, 얼린 홍시는 먹어봤어도 얼린 과일은 뜬금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얼린 과일, 빙과(氷果)는 역사도 깊고 여러 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얼린 밤, 얼린 배, 얼린 포도와 얼린 사과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일단 땡볕에서 작업해야 할 때는 얼린 밤이 좋습니다. 빙리쯔(氷栗子)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전통 간식이죠.

생밤을 그대로 얼리는 것은 아니고 삶은 밤을 얼려 먹으며 때로는 군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말로만 들으면 왜 멀쩡한 찐 밤을 굳이 얼려 먹는지 특이하고도 낯설게 느껴지지만 먹어 보면 의외로 독특하고 매력 있는 맛입니다. 꽁꽁 얼린 만큼 단단해서 처음부터 깨물어 먹지 못하고 입에서 살살 녹여 먹어야 합니다.

 

이때 온몸에 서서히 퍼지는 시원한 냉기가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남은 얼음을 입으로 녹여 먹는 것 이상입니다. 맛이야 문자 그대로 밤 맛이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탕 녹여 먹듯 입에서 녹는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겨울에 먹는 찐 밤, 군밤과는 또 다르죠.

빙리쯔를 처음 접했을 때 누구의 발상인지 찐 밤을 얼려 먹을 생각을 했다는 게 꽤 신선한 아이디어다 싶었지만, 자료를 찾아보면 밤을 포함해 얼린 과일은 종류도 많고 역사도 꽤 깊습니다.

빙리쯔 역시 청나라 말 북경에서 유행했다는데 요즘 다시 눈에 자주 보여요.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얼린 홍시를 디저트로 많이 먹지만 옛날에는 얼린 배가 인기가 높았던 모양입니다. 빙리(氷梨)라고 하는데 조선 시대 박지원의 ‘연암일기’에도 나오니 배를 얼려 먹은 역사가 최소한 200년은 훨씬 넘었어요.

 

빙리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으니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얼린 배를 먹으면 신선 세계의 과일처럼 장수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이었으면 언 배는 보관을 잘못한 것으로 생각해 버려졌겠지만, 겨울철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얼린 배를 더욱 맛있게 느껴 장수 과일, 신선의 과일로 꼽았죠.

 

동양에 얼린 배가 있다면 서양에는 얼린 포도가 있어요. 서양인들은 얼린 포도를 직접 먹지 않고 포도주를 만들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특별히 달콤해서 디저트 와인으로 인기 있는 아이스와인입니다.

포도 내부의 수분이 얼어 있기 때문에 그 즙이 농축되어서 풍미가 좋고 당도와 산도가 높죠.

 

앞서 말했듯이 얼린 과일은 원래 겨울용이었습니다. 옛날 추운 겨울에 남은 것은 얼어붙은 과일밖에 없기에 먹었던 것이 의외로 맛있었을 뿐만 아니라 냉동보관이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영양분이 그대로 보존되었기에 특산물이 됐어요.

고문헌에 보이는 얼린 과일은 감과 배, 밤, 포도 등이지만 요즘은 딸기부터, 바나나까지 다양한 재료가 있으니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우 여러분도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 없이도 더운 여름을 시원하고 맛있게 지내길 바랄게요.

 

· 글 윤덕노 l 음식 평론가
· 그림 청운 l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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