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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五感)이 각성 상태에 빠져드는 시간 새벽 3시.
평소 그 어떤 불의의 상황에서도 쥐 죽은 듯 잠잠하기만 하던 내 심장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온몸을 울립니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야 한다는 필승 아니, 필면(必眠)의 각오로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고, 양을 세보기도 하지만 그 분을 영접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불면의 고통에 몸부림치기를 한참, 속절없이 떠오르는 아침 해에 닭도 울고 나도 웁니다.

 

 

잠 때문이야~

비만, 노화, 집중력 저하, 당뇨, 치매, 우울증, 뇌졸중, 심혈관질환… 생명력을 갉아먹는 이 무시무시한 증상들의 원인은 약물 중독도, 음주나 흡연도 아닌 부족한 ‘잠’ 때문입니다. 그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하기엔 조금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그건 잠의 중요성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무슨 일을 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일까? ‘잠은 죽어서 실컷 자면 되지~’하는 농담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하고, 잠을 자는 것을 그저 게으른 것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은 내일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성공적인 투자입니다.

사람의 뇌는 깨어있을 때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해냅니다. 뇌는 신체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약 25%를 소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더 많은 노폐물이 나오게 됩니다. 보통 몸 속 노폐물은 제2의 순환계로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림프계가 처리하지만, 사람의 장기 중 유일하게 림프계가 없는 곳이 바로 뇌입니다.

뇌는 림프계 대신 ‘뇌척수액’이라고 하는 것이 뇌 혈관의 표면을 따라 흐르며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이 뇌척수액은 오직 사람이 잠을 잘 때만 이동합니다. 다시 말해 잠을 자지 않으면, 사람의 뇌는 노폐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머리에 똥만 찼냐’는 말이 정말 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잘 자는 직장인이 일도 잘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선진국의 유행병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데서 1등을 하는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잠을 잊은 대한민국은 당당히 이 분야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통계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 부족했습니다. 평가대상을 직장인으로 한정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고작 5시간 30분에 그칩니다.

요즘은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합니다. 마찬가지로 잘 자는 직장인이 일도 잘합니다. 최근 미국의 한 병원 연구팀이 성인 10여명을 대상으로 수면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실험자들은 2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한 집단은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을, 다른 집단은 매일 5시간 30분만 잠을 잤습니다. 약 한 달이 지난 후 실험자들의 능력치를 평가해보니,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푹 잔 사람들에 비해 5배 이상 주의력과 집중력이 부족했고, 신경 반응도 2배 이상 떨어졌습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양질의 숙면을 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연구뿐 아니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결과는 식상하리만큼 많습니다

 

 

숙면은 피로한 마음의 최상의 약이다

아플 때 병원에 들러 약을 처방 받는 것처럼 피곤하면 침대를 찾아 잠을 자야 합니다. 깊게 자고 많이 잘수록 약빨(?)이 좋긴 하지만, ‘푹 자고 싶다’는 말은 24시간을 바쁘게 살아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그저 입버릇과 같은 넋두리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숙면의 첫 걸음은 체온 조절입니다. 근육과 내장의 심부 체온은 보통 피부 온도보다 2도 가량 높습니다. 15분 이상의 목욕으로 피부 체온을 높여주거나, 짧은 샤워 또는 족욕으로 몸 속 온도를 낮춰주면 숙면에 도움을 줍니다. 또, 몸 속 체온을 내려주는 토마토나 오이를 냉장고에 두었다가 차갑게 해서 먹어도 좋습니다.

잠들기 전 가급적 뇌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몸이 편안해야 잘 쉴 수 있듯 뇌가 안정을 찾아야 깊게 잠들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서 유튜브 시청, 인터넷 검색 등 강한 시·청각적 자극을 피합시다.

‘배고프면 잠이 안 온다’는 말은 속설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잠을 달아나게 하는 ‘오렉신’이라는 성분은 공복일 때 분비가 촉진되고 식사를 하면 활동이 저하됩니다. 보다 잘 자고 싶다면 취침 3시간 전에 저녁을 꼭 챙겨 먹읍시다.

음식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바나나, 녹차, 상추, 호두가 좋습니다. 또, 한 잔 정도의 가벼운 술은 숙면을 이끕니다. 단, 알코올 분해 시간을 고려해 잠들기 최소 2시간 전에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