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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의 ‘공식적인’ 취미는 독서인데요. 그가 책과 함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김 대리의 입사 자기소개서에는 분명 ‘취미= 독서’라고 또렷하게 적혀있었어요. 최 과장도, 박 차장도, 그리고 오 상무의 이력서도 마찬가지죠.

회사 여기저기 치이는 게 독서인(人)인데, 신기하게도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1권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취준생 시절 독서가 취미였던 이들이 직장인이 된 후 ‘읽는 것’을 ‘잃는 것’일까요?

 

 

‘겨를’이 있으면 읽을까?

책과 이별한 직장인들의 가장 흔한 핑계는 바로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종일 거래처와 싸우고, 보고서에 기고, 상사에게 시달리다 보면, 퇴근 후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독서의 필요성과 이로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재청의 박수를 보낼 여유가 없는 것이죠.

 

그런데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면,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독서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현대중공업 사내 도서관인 ‘지식정보센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도 1년에 무려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사우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김 대리와 달리 진짜로 독서가 취미인 이들은 독서시간의 확보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크게 호소하지 않는다고 해요.

‘謂學不暇者 雖暇亦不能學矣(위학불가자 수가역불능학의)’. 중국 고서(古書)인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設山訓)’ 편에 나오는 말로, ‘배움의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비록 겨를이 생겨도 또한 배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책을 펴지 않아요. 독서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업무가 손에 익었을 때 책을 읽겠다’, ‘회식과 술자리가 줄면 책을 읽겠다’, ‘아이가 조금 더 컸을 때 책을 읽겠다’ 등등.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답니다. 그저 적당한 핑계를 찾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속이고 있을 뿐이거든요.

그 합리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책 한 권을 사는 것이에요. 투자야말로 실천과 행동의 가장 좋은 동기(Motivation) 유발자이기 때문이에요. 꾸준히 헬스장에 나가기 위해 비싼 PT(Personal Training)를 등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요? 직장인 필수 도서? 유명인의 추천 도서? 책은 무엇이든 도움이 됩니다. 단, 반드시 읽어야 도움이 돼요. 화장실에서 해우(解憂)하며 읽은 무료 잡지가 읽지 않고 장식해 둔 퓰리처상 수상작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고 해요.

자기계발, 경영, 소설, 시, 수필, 삽화가 잔뜩 들어간 역사책도 괜찮아요. 바쁘고 핑계 많은 직장인일수록 일단 어떻게든 책 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직장인도 읽을 수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하루 일과에서 업무 시간을 제외한 식사 시간, 출·퇴근 시간, 쉬는 시간, 취침 전 시간 등은 모두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인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흘려 보냈던 시간들 가운데 독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제법 많을 것이에요. 커피 한 잔, 담배 한 개비 대신 ‘책 한 쪽’의 여유를 즐겨봐요.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는 사우들도 있겠지만, 한 영국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서(68%)는 커피(54%), 산책(42%), 음악 감상(61%), 비디오 게임(21%)보다 훨씬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밝혀졌다고 해요. 사소함이 위대함을 낳는다. 하지만 위대함은 결코 사소하지 않거든요.

책과 함께하는 매일의 사소한 시간이 당신을 회사에서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모두 해내는 위대한 직장인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