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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제철 생선 보리숭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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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 맛있는 이야기

 

봄철에 맛이 좋다는 도미와도 맛을 견줄 찰진 숭어 떼가 봄 바다에 펄떡입니다.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보리 이삭이 패고 보리가 익어갈 무렵에 잡히는 숭어를 흔히 ‘보리숭어’라 부르는데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맛이 일품입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사랑 받아온 ‘숭어’

숭어는 이름이 100여개가 넘을 정도로 많은데요. 그중 전라도 무안 지역에서 불리는 ‘눈부릅떼기’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크기가 작아서 너도 숭어냐고 했더니 화가 나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소개된 숭어는 다 자라면 치어, 더 작으면 등기리, 어리면 모치라고 불린다고 해요.

 

맛이 좋고 풍미가 깊어서 생선 중 첫째로 꼽힌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삼면의 바다에서 모두 잡히는 흔한 물고기로 서민들이 즐겨 먹었지만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갈 만큼 맛에서는 그 어떤 생선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이 제철 ‘쫄깃한 맛 일품’

우리나라에는 보리숭어라고 불리는 숭어와 참숭어라 불리는 가숭어 두 종류의 숭어가 있어요. 가느다랗고 기다란 몸에 전체적으로 회색빛의 외형은 비슷하지만 숭어는 눈동자가 검은색이고 가숭어는 눈동자가 노란색이죠. 또 제철이 다릅니다.

숭어는 늦가을에 먼 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가 숭어는 봄철에 알을 낳는다고 해요.

 

그래서 가숭어는 산란 전 겨울부터 초봄까지 맛이 좋고 숭어는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한 후 보리가 익어갈 무렵인 이맘때가 가장 맛이 좋아요.

 

겨울철에는 노란 눈의 숭어를, 봄에는 검은 눈의 숭어를 기억합시다. 한여름 숭어는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에는 어느 숭어나 맛이 없습니다.

갯벌의 생명 숭어의 점프 공유마당 저작권 위원회

 

 

 

청정 자연산 숭어의 진미

숭어는 단각류부터 작은 어류까지 잡아먹기도 하지만 해수와 담수가 섞여 영양분이 풍부한 강 하구의 갯벌을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깨끗한 서·남해안에서 잡히는 숭어가 맛과 영양 면에서 최고로 손꼽힌다고 하죠.

깨끗한 갯벌에서 자란 숭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에요.

 

회를 뜨면 가장자리가 붉은색 살이 눈을 먼저 사로잡는데요.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가 뛴다’는 말처럼 수면 위를 펄떡펄떡 뛰는 힘 좋은 숭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쫄깃한데 풍부한 감칠맛이 나요.

왠지 초고추장보다는 매운 고추를 숭숭 썰어 넣은 쌈장에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무안에서는 이맘때 나는 보리숭어를 잡아 잘 익은 열무김치와 함께 먹기도 하는데 아삭한 열무김치의 시원한 맛과 숭어의 찰진 식감이 잘 어울려요. 바로 잡힌 싱싱한 숭어는 회로 썰어 주로 먹지만 구이, 튀김, 회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해요.

 

미나리를 곁들이면 숭어의 비린 맛과 갯벌냄새가 줄어 궁합이 좋으며 숭어 맑은탕은 한겨울 대구탕 못지않지만 연안이 깨끗하지 않으면 맑은탕은 먹기 어렵습니다.

 

가장 고급 숭어 요리는 어란이에요. 양반들과 임금님만 즐길 수 있었던 어란을 얇게 썰어 혀 위에 올리면 눈 녹듯 고소한 향과 함께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소금물에 핏물을 뺀 숭어알을 간장에 재운 뒤 색깔을 내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면서 하루에 두세 번씩 뒤집어 참기름을 바릅니다.

이렇게 매일 한달여 정성을 들이면 호박 빛깔의 어란이 완성돼요.

 

얇게 저며 그냥 먹거나 구워 먹기도 하고, 과일 등에 얹어 먹거나 파스타 같은 요리에 올리면 아주 호사스러운 요리가 됩니다.

 

 

 

 

진도 울돌목 이색 볼거리, 팔뚝만한 숭어 ‘뜰채로’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진도 울돌목에서는 독특한 방법으로 숭어를 잡는데요. 매년 5~6월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때에 맞춰 울돌목을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 떼를 커다란 뜰채를 이용해 건져 올려요.

이를 ‘뜰채 숭어잡이’라고 하죠.

 

30여년전 놀이 삼아 시작됐다는 숭어잡이가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때를 기다린 강태공들의 손에 들린 뜰채 안에는 순식간에 어른 팔뚝만 한 숭어들이 펄떡이며 힘을 자랑해요.

물보라 사이로 뛰어오르는 숭어의 힘찬 움직임과 한꺼번에 서너 마리씩 건져 올리는 뜰채질에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직접 뜰채로 숭어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돌목을 무리 지어 다니는 숭어의 들썩임에 당장이라도 뜰채를 들고 바다로 뛰어가고 싶은 충동마저 생기죠.

아주 저렴한 가격이지만 입맛을 잃기 쉬운 5~6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숭어로 지갑과 입맛을 꽉 잡아봅시다.

 

 

* 글: 주경미(현대삼호중공업 주부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