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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 인스턴트 커피에 담긴 커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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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

 

아메리카노

 

“글쎄, 나는 아직도 아메리카노가 익숙지 않아. 그냥 다들 마시니까 마시는 거지”

 

언제부터 인스턴트 커피가 전부인 사무실에 아메리카노가 등장하기 시작했을까요? 요즘 들어 부쩍 흰머리가 많아진 부장님께 사무실의 커피 역사를 여쭤보니, 세월이 흘러도 인스턴트 커피만 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가만히 얘기를 듣던 옆자리 과장님이 한 말씀 거듭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한 때?
2000년대 초반이지.
스타벅스가 세를 확장하면서
다들 밥 먹고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거야”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아메리카노가 등장한 것은 10년 전의 일. 과장급 선배들은 대부분 믹스커피가 아닌 아메리카노로 하루의 커피를 대신하고 있었어요.

부장님 말씀대로 아직 사무실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지만, 아메리카노가 아닌 인스턴트를 택하는 사람들은 왠지 직급이 높고 고지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곱게 갈아만든 원두

 

인스턴트 커피는 1906년 과테말라 주재 벨기에인인 조지 콘스탄트 루이 워싱턴(George Constant Louis Washington)이 개발했어요. 편리하지만 형편없는 맛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인스턴트 커피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사랑받으며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네슬레(Nestle)에서 기존보다 향미가 뛰어난 상품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도 한국전쟁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전파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국가 주도로 커피 산업을 키워보려 했는데, 미군의 인스턴트 커피에 입맛을 빼앗긴 사람들은 좀처럼 다른 커피를 마시려 하지 않았어요.

 

흔히 사무실 커피라 불리는 인스턴트 커피인‘믹스커피’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1976년의 일이에요. 동서식품이 동결건조 우유인 프리마를 개발하고, 이를 인스턴트 커피와 함께 섞어 넣은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것이죠.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달달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만들어주는 믹스커피는 미제 커피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어요.

 

믹스커피의 유행으로 사람들 사이에 커피에 대해 고정관념이 생겨났습니다. 빨리 마실 수 있고 달아야 해요. 

고도의 산업화와 함께 커피믹스는 성공 신화를 이룩했고, 그 시절의 카페 문화와 커피믹스는 우리 대중 커피 문화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창창할 것 같았던 믹스커피의 인기는 영원히 검은색일 줄 알았던 부장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듯, 인스턴트커피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어요. 

이렇게 인스턴트커피가 이끌었던 ‘제1의 물결’을 지나, 스타벅스와 같이 집과 사무실이 아닌 ‘제3의 공간’을 찾아 신선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즐기게 된 ‘제2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최근에는 커피 산업이 발전하고 산지까지 자본이 유입되어 커피 농장의 여건이 개선되면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중요시하는 ‘제3의 물결’이 등장했어요. 이 물결 속에 믹스커피는 ‘싸구려 커피’ 취급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대중들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인스턴트를 멀리하고 맛있고 신선한 커피를 찾았어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커피로 카페인을 충전해가며 야근을 하는 시대 또한 저물어가고 있었죠.

 

커피를 마시는 일이 취미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소비의 방향이 바뀌자 인스턴트 커피는 서 있을 곳을 잃어가는 듯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가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은 2009년 스타벅스가 ‘비아(VIA)’를 출시하면서부터입니다. 기존 인스턴트커피는 저가 커피 품종인 로부스타를 사용하는 등 품질관리가 부족했던 반면, 스타벅스의 비아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만을 사용하고 커피 원액을 동결건조하여 만든 인스턴트 커피 외에 소량의 볶은 커피를 미세하게 갈아 넣어 품질을 높였어요.

 

쓴 맛이 강하고 향이 깊지 않아 설탕과 프리마가 짝꿍처럼 붙어 다녔던 인스턴트와 달리, 비아는 갓 볶은 커피를 갈아서 내린 것과 유사한 맛을 내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후, 국내에서는 동서식품이 스타벅스와 같은 방식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린 ‘카누’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인스턴트 커피의 혁신은 계속 이어졌어요.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시대가 도래하면서, 커피 품질도 높아지고 제조 기술에도 혁신이 일어나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가 등장한 것입니다.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Coffee&Tea)를 비롯해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 버브커피(Verve Coffee Roasters), 세인트 알리(St.Ali) 등 유명 업체들이 인스턴트 커피 제조 업체와 손잡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커피 메이커 아이콘

 

 

“이것은 당신의 할머니가 드시던 그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다.”

This ain’t your grandma’s instant coffee.

 

인스턴트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스타트업 ‘스위프트 컵 커피(Swift Cup Coffee)’가 유명 스페셜티 커피 업체 버브커피 로스터스’와 협업하여 만든 제품 뒤에 써놓은 문구에요. 인스턴트 커피는 본디 고도의 기술력과 상당한 자본의 투입으로 만들어져요.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해 저품질의 커피를 사용하다 보니 싸구려 커피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이죠.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는 전문가가 산지에 찾아가 엄선한 커피를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최신 인스턴트 커피 제조에는 동결건조 기술뿐만 아니라 향미 보존 기술과 초미세 그라인딩 기술이 접목되어 품질이 뛰어나요.

 

완성된 커피의 패키지에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농장, 품종, 가공 방식 등의 상세한 정보가 담겨있기도 해요. 가장 놀라운 것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를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이제 더는 부장님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전 세계 커피시장의 20%가 인스턴트 커피로 유통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그 비중이 40% 이상이죠.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연간성장률은 약 5%로 전망도 밝아요.

 

스타벅스의 유통권과 블루보틀의 지분을 인수한 네슬레 등 다국적 커피 기업들은 향후 브랜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인스턴트 커피와 RTD(Ready to Drink) 등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어요. 환골탈태한 인스턴트 커피의 앞날은 창창해요. 

세상에서 이보다 간편한 커피는 없을 테고, 그 맛과 향은 날이 갈수록 깊어질 테니까요.

 

TIP. 오늘은 내가 사무실의 바리스타!

준비물은 뜨거운 물과 인스턴트 커피. 한 봉 뜯어 넣고 뜨거운 물 부어 휘휘 저으면 웬만한 커피 전문점의 드립 커피보다 맛있는 한 잔이 탄생해요. 어디 인스턴트 커피뿐인가? 단돈 2천 원이면 최고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법이 즐비하죠. 여기, 사무실에서 카페 못지않은 훌륭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간편하게 팁을 전하고자 합니다.

 

인스턴트커피

스페셜티 인스턴트커피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국내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 리브레’에서는 최고급 스페셜티 커피로 만든 인스턴트 ‘나초(Nacho)’를 판매해요. 물 또는 우유 200mL에 커피 한 봉을 뜯어 잘 섞어주면 훌륭한 아메리카노와 라떼가 탄생합니다. (7개들이 13,000원)

 

드립백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개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립백은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어요.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이 드립백을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향미 보존 기술 등을 접목하여 품질이 뛰어납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커피앳웍스’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피를 볶아 드립백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커피리브레’, ‘프릳츠 커피컴퍼니’, ‘펠트커피’, ‘나무사이로’ 등 유명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서 1개당 1,500원 내외의 가격을 드립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캡슐커피

캡슐커피의 원조 ‘네스프레소’는 1976년 처음 탄생했어요. 이후, 25년에 걸쳐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에 대한 각종 특허들이 풀렸는데, 이후 각종 호환 머신과 캡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샤오미(Xiaomi) 캡슐커피 머신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8만 원대에 살 수 있어요.

국내외 유명 스페셜티 커피 업체에서도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을 내놓았는데, 가격은 개당 1천 원 내외 수준이에요. ‘놈코어 커피(Normcore Coffee)’, ‘세인트 알리(St.Ali)’, ‘페이브(Fave)’, ‘헬카페 로스터즈’등의 브랜드가 있어요. 맛과 향 또한 웬만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보다 뛰어납니다.

 

* 글 베이루트 l 커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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