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6] 구명보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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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27
목숨을 건 해상 탈출, 그곳에 ‘구명보트’가 있다!
1912년 4월, 초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가 영국 사우스햄턴항을 출항한 지 나흘 만에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관광객과 승무원 1천51명이 사망했다.
탑승객 2천208명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참사를 당한 ‘역사상 최악의 해난 사고’였다.
4만6천여톤급으로 당시 여객선으로는 최대 규모인데다, 4중 안전장치까지 갖추어 ‘절대 침몰할 수 없는’ 배로 여겨지던 타이타닉호.
최첨단의 배가, 그것도 처녀항해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대서양의 고혼(孤魂)’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승선인원 두 배의 구명보트 구비해야…
그것은 구명보트(Life Boat)가 승선인원의 50% 밖에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승선한 2천여명을 다 태울 수 있을 구명보트가 비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선에는 구명보트가 배의 좌우측에 각 1척씩 설치되어 있는데, 배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 침몰해도 다른 쪽의 구명보트에 전 선원이 탈 수 있도록 승선용량을 정해 놓았다. 승선인원의 두 배를 비치한다는 말이다.
상선의 경우, 28명에서 45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즈의 구명보트가 있는데, 승선 인원에 따라 거기에 맞는 구명보트를 선택한다. 여객선에 설치되는 구명보트의 경우 150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 대형이다.
가장 일반적인 28명 사이즈의 보트는 길이 7.5미터, 폭 2.4미터, 높이 2.7미터 정도 크기로, 타이타닉호의 구명보트처럼 지붕이 없는 개방형(Open type)이 아닌, 전폐형(全蔽型/ Enclosed type), 즉 계란 형태를 하고 있다.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식량, 항해용품 등 비상 물품 비치
보트 무게는 3천 킬로그램(kg). 여기에 200킬로그램에 이르는 비상용 물품과 탑승자 중량까지 합하면 5천3백 킬로그램에 이른다. 여기다 자체 엔진까지 장착하고 있으니 말이 보트지, 소형 선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보트 내부에는 항속 시 24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연료(경유 약 150리터)와 함께 식량, 약품, 항해용품 등 조난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최단시간에 구조될 수 있도록 비상용 물품을 비치한다.
식량으로는 1인당 1만킬로쥴(kj/2천390kcal)의 식량(진공포장식)과 식수(1인당 3리터), 의약품은 비상약품키트, 멀미약, 화상방지제 등이, 구난용품으로는 로켓낙하산 신호기, 휴대용 섬광기, 부양연기발생기, 인공위성 위치추적용 레이더 반사광, 호루라기 등이 비치된다.
이외에도 물고기를 잡아 식량으로 대체할 낚시 세트와 잭나이프, 손도끼가 있고, 연료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노(櫓)와 밧줄, 물바가지에 이르기까지 총 35종에 이르는 물품도 갖추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4천여 명을 태우고 항해 중이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해 32명의 사망자를 냈다.
생존객들은 당시 상황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내가 있던 곳에는 150명의 승객이 탈 구명정이 1척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승객들이 구명정에 오르려고 했지만 공포 속에서 서로를 밀치는 큰 혼란이 벌어져 사망자의 수가 늘었다.
특히 이 사건은 선장이 승객들이 대피하기도 전에 먼저 탈출해 사고를 키웠다는 비난이 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장의 지휘 아래 모든 승객들이 질서를 지켜 구명보트에 승선만 했으면 생명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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