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hhi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

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7] 배도 밤에 헤드라이트를 켤까?

현재위치
2016-02-22

 

검은 바다 밝히는 화려한 불빛의 비밀

야간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실내등을 켜지 않는다. 밖이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차의 시야를 방해하여 사고의 위험을 부르기 때문이다.

배도 마찬가지다. 바다에서도 불은 켤수록 더 안 보인다. 때문에 항해등(航海燈) 외에 밖에 설치된 모든 등(燈)은 물론, 실내 불빛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실의 커튼도 닫아야 한다.

 

 

‘항해등’, 선박의 위치를 알린다

캄캄한 바다에서 정해진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마주 오는 배나 암초를 피해 안전하게 가는 건 항해등이 아니라, 레이더(Radar)를 켜기 때문이다.

레이더(Radar)는 전자기파를 쏘아서 다른 선박의 크기, 거리, 방향, 속도와 육지, 암초 등 수면상의 모든 물체를 모니터로 확인한다. 박쥐가 밤에 초음파를 쏘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배의 ‘헤드라이트’인 항해등은 운항하는 방향과 위치를 다른 배에 알려 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이지, 자신의 항로를 밝히기 위한 게 아니다.

‘해상충돌방지예방법(COLREG)’ 규정에 따르면, 항해등은 이물(뱃머리)과 고물(선미), 휠 하우스(Wheel House/ 컨트롤 룸) 꼭대기 등 세 군데에 설치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의 차폭등(車幅燈)에 해당하는 선폭등(船幅燈/ Side Light)은 뱃머리 또는 데크하우스의 좌우에 위치하는데, 오른쪽은 녹색, 왼쪽은 적색 조명을 써서 색깔로 진행방향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적재화물이나 운항 상태 등을 표시하기 위해 빨간색, 흰색, 녹색의 조명을 별도로 설치, 색깔을 수시로 바꾸면서 운항하는데, 그 모양이 화려하다고 해서 ‘크리스마스트리’라는 예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선박 특징에 따른 수천 개의 조명 존재

선박에는 항해등 외에도 선실과 각종 창고, 기계실 등 실내조명과, 화물의 선적 및 하역 작업을 위한 투광조명등(Flood Light) 등 수천 개의 조명이 있다.

대부분의 조명은 진동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제품을 사용한다. 특히 가스를 실어 나르는 LPG선, LNG선과, 일반 화물선의 펌프룸, 페인트 저장실, 배터리 저장실 등에는 방폭등(防爆燈)이란 특수등을 사용한다. 스파크로 인한 가스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방폭등 하나의 가격은 보통 30만원. 선종에 따라 80개~200개까지 설치하는데, 이 가격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른다.

모든 선상(船上) 조명은 선주의 엄격한 조도(照度) 검사를 거쳐야 한다. 까다로운 선주는 검사에 영향을 주는 야드와 주위 선박의 조명을 모조리 끌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럼 저 하늘의 달빛도 꺼드릴까요?’라고 재치 있게 응수해 쉽게 넘어간 적도 있다.

 

선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해상구조물인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는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란 닉네임처럼 상부 설비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고, 거주인원이 많기 때문에 일반 상선보다 2~3배의 조명이 필요하다.

3~4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불을 밝힌 FPSO는 ‘바다 위의 궁전’으로 불릴 만큼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강원도 산골 앳된 처녀가 울산에 왔다가, FPSO의 야경에 반해 조선소 용접공이 되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 위용과 자태는 뭇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