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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10] 배의 선실은 왜 뒤쪽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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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이 싣기 위한 ‘선박의 진화’

 

갑판 위로 올라와 있는 하얀색 구조물이 조타실과 선원 거주구 등이 있는 선실이다. 그 아래 엔진의 동력으로 배 꼬리쪽 프로펠러를 돌려 배가 전진한다.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LNG선 등 모든 상선의 선실(조타실 및 거주구가 설치되는 구조물)과 기관실은 선체의 뒤쪽인 선미(船尾)에 위치해 있다.

뱃머리(선수) 쪽에 있으면 시야가 확 트여서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선체 뒤쪽에다 설계하는 이유가 있을까?

 

엔진의 위치와 밀접한 연관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박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설치되는 엔진(Engine)의 위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선박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에서 동력을 생산하고, 크랭크 축(Shaft)이 동력을 선미(船尾)에 부착된 프로펠러에 전달, 그 추진동력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선미에 위치한 프로펠러와 엔진의 거리가 짧은 만큼 크랭크 축의 길이도 짧아지기 때문에 엔진 동력 전달과정에서 마찰저항을 줄여 동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크랭크 축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화물도 더 많이 실을 수 있게 된다.

 

엔진이 선체의 앞부분이나 가운데 위치한다면 기관실과 프로펠러를 이어주는 크랭크 축의 길이도 길어져 제작비는 물론, 동력 손실이 많아지고, 짐을 싣는 공간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1만TEU급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크랭크 축은 약 25미터에 무게만도 370여톤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길이가 3백미터가 넘는 대형 선박의 기관실이 앞쪽이나 중간에 위치한다면 크랭크 축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커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도 조선소에서는 ‘짧게, 더 짧게’를 외치며 크랭크 축을 줄이는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한 방안

선실을 기관실과 함께 배치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기관실은 엔진의 작동에 관련된 수많은 설비와 장비가 있어야 하고, 엔진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굴뚝이 선체 위로 돌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관실이 위치한 곳에 선실을 배치하면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 필요가 없어 선박 건조 비용은 물론, 선체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어진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서도 선실을 선체 뒤쪽에 설계하는 것이 좋다.

선실을 화물 구역에 설치할 경우 선실 하부 구역에 화물을 적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관실 상부의 남는 구역에 설치하게 된 것이다.

단 예외도 있다. 최근 건조되는 몇몇 초대형 컨네이너종은 선실을 선체의 가운데에 설치하기도 한다.

 

컨테이너선은 화물창뿐만 아니라, 갑판상부(Upper deck)에도 화물을 적재하는데, 조타실의 시야(Visibility) 확보를 위해 최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높이에 제한이 생긴다.

이때 선실을 앞쪽으로 옮기고, 선실의 하부구역은 연료탱크로 사용하면 선실 뒤쪽으로 더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1만4천TEU급과, 1만8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선실을 선체 중간 부분에 설치하고 있다.

 

여객선도 조타실이 앞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승객이 기계장치로부터 멀리 떨어짐으로써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승객의 안전을 위해 시야를 넓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찰이나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군함도 마찬가지다.

 

조선소는 선박을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진화시켜 오고 있으며, 진화의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