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1] 배는 왜 여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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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29
우리 회사의 대표 제품 선박, 우리는 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 hi, hhi」에서는 배의 국적, 배의 원리, 명명식의 의미 등 선박에 관한 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편집한 ‘재미있는 배 이야기’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숨겨진 배 이야기... 이제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를 통해 만나보세요.
볼륨 있는 몸매에 화려한 화장까지, 배는 여자다!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조선업계에서 배는 ‘여자(She)’로 통용되고 있다. 어떠한 제품을 인격체(人格體)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데, 배는 다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사람, 그것도 아름다운 여성으로 ‘대접받는’ 특이한 제품이다. 왜 그럴까?
‘글래머 형’부터 ‘각선미인 형’ 선박까지…
여러 속설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역시 ‘몸매’에 있다.
드라이도크(웅덩이 같이 생긴 선박 건조도크)에서 온몸을 드러내고 건조되고 있는 선박을 보자. 풍만함과 날씬함이 조화를 이룬 유선형의 선체(船體)는 수영복을 입은 해변의 미녀가 연상될 것이다.
선박에 있어서 여성스런 몸매는 선종(船種)에 따른 성능과 직결되는 요소다. 선박은 속도와 짐을 싣는 용량에 따라서 육중한 ‘글래머’가 되기도 하고 날렵한 ‘각선미인’이 되기 때문이다.
빠른 속력(시속 40km 이상)이 요구되는 컨테이너선의 선체는 20대 아가씨처럼 날씬하게 설계되고, 속도보다는 대용량 수송(20~30만톤)이 목적인 원유운반선은 아줌마의 풍만한 몸매로 설계된다. 자동차운반선의 경직된 선체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몸매가 연상될 것이고…
조선소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선박의 다양한 몸매를 보여 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한다. 하지만 배의 전신이 드러나는 도크 바닥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있다. 부끄러운 아랫부분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이 민망스럽고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4만 리터의 도료로 화려한 화장
배를 여자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화려한 ‘화장’에 있다. 배는 20년 이상 짠 바다에서 비바람과 파도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선체를 보호하는 도장(塗裝)이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배 한 척에 들어가는 도료(塗料)는 약 34~5만 리터. 말[斗]로 치면 1만 9천말에 해당된다. 선체 도색작업도 여자처럼 ‘기초화장’과 ‘본화장’ 2회에 걸쳐 해야 한다.
짠물로부터 부식을 방지하고, 따개비, 파래 등 바다생물의 부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드는 도료의 가격은 척당 13~15억원. 여자 화장품처럼 선박 도료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배는 남성이 만들고 남성이 타서 운용하는 전유물’이라는 것도 배를 여성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조선사나 해운사의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요즘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또 하나. 완성된 선박에 생명을 부여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명명식 스폰서는 반드시 여성이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그 스폰서를 이름하여 ‘대모(代母)’라고 하는 것도 선박을 여성으로 꼽는 이유다. ‘나의 딸이여, 대모의 탯줄을 끊고 바다로 나가 험한 파도와 당당히 싸우라!’는 메시지다.
32년간 우수선박 55척… 조선 한국
건장한 남성의 팔뚝으로 만들어진 ‘그녀(She)'들은 지금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면서 ‘조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세계 조선의 40% 이상을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만들어낸 선박은 매년 마리타임 리포트와 같은 세계 유수의 해운전문 잡지로부터 ‘세계우수선박’으로 선정되고 있다. 우리 회사는 1983년부터 지난 2014년까지 32년 연속, 총 55척이 ‘우수선박’의 명예를 이어오고 있다.
매년 ‘미스 유니버스’를 배출하는 셈이니 어찌 어깨가 으슥해지지 않겠는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건강미인’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선박의 코디네이터, 조선소 근로자들의 손길은 불처럼 뜨겁고 분주하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
- ‘재미있는 배 이야기’는 2007년 3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조선일보(영남판)에 20회 시리즈로 연재되었으며,
- 2013년 9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현대중공업 사보에 19회 시리즈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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