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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12] 선박을 탄생시키는 어머니의 몸, 도크(Dock)

현재위치
2016-08-22

 

선박의 건조과정은 크게 ‘소조립 - 대조립 - 블록탑재 - 선체 건조’의 순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 중 각 조립공장에서 부위별로 제작된 여러 가지의 철판블록을 한 곳에 모아 탑재, 조립하여 선체를 만드는 작업장이 도크(Dock)다.

도크는 바다를 수문으로 차단하고 웅덩이처럼 깊게 판 형태로, 초대형 욕조나 수영장을 연상하면 되는데, 배가 완성되면 도크에 물을 채워 쉽게 바다로 빼내기 위해서다.

 

 

도크 하나에 선박 4~5척씩, ‘탠덤방식’ 건조

배 한 척을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블록은 선종(船種)에 따라 작게는 40개, 많게는 1백여개에 달한다. 이때 블록 하나의 무게는 작은 것이라야 1백여톤, 큰 것은 무려 2천톤에 이르기도 한다.

도크에서는 이들 블록을 하나씩 하나씩 탑재하고 조립하여 40~45일 만에 배 한 척을 뚝딱 만들어 내는데, 보통 도크 하나에서 한꺼번에 3~4척, 규모가 큰 도크에서는 5~6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한다.

 

건조 완료 단계에 있는 선박 뒤로 새로 건조되는 선박들이 꼬리를 물고 공정을 진행시키면서 순차적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인데, 이를 ‘앞뒤로 나란히’라는 뜻으로 ‘탠덤(Tandem) 방식’이라 한다.

이렇게 선체가 완성되면 도크에 물을 채우고 수문을 열어 진수(進水)한다. 선박이 비로소 바다의 품으로 안기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생명을 키워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들처럼.

 

 

꼬박 3일에 걸친 ‘주수-진수-배수’

우리 회사는 조선사업본부가 10개(군산 포함), 해양사업본부가 1개 등 총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건조 가능 척수는 최대 100척이다. 이 중 가장 큰 3도크는 1백만톤급 도크로 길이 672미터, 폭 92미터, 높이 13.4미터로 축구장의 6배 크기다.

 

 

이런 도크에 물을 집어넣어서(注水/ 주수), 배를 바다로 빼내고(進水/ 진수), 다시 도크의 물을 빼내는데(排水/ 배수) 꼬박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통상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한밤중까지 초를 다투며 마무리한다. 월요일부터는 물이 빠진 도크에서 정상조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도크에 물을 어떻게 집어 넣을까? 수문을 열고 물을 넣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아니다.

수문(水門)에 설치된 밸브를 열면 수압이 높아지면서 도크 바닥에 설치된 배관으로 물이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다.

도크에 물이 차면 배가 뜨게 된다. 예인선(터그보트/ Tug boat)를 이용해 배를 빼낸 후 초대형 펌프를 이용해 물을 뽑아 낸다. 배수 펌프는 시간당 6만6천입방미터를 뽑아낼 수 있는 1천3백마력급으로, 3대를 동시에 가동한다. 1백만톤급 도크에 채우는 물을 1만2천리터 용량의 유조차에 싣는다고 가정하면 83만3천333대가 필요하다. 이 엄청난 물을 도크에서 빼내는 데는 11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진수과정이 힘든 만큼 진수요원들이 누리는 ‘보너스‘가 있다. 진수 후 도크에서 물을 퍼내고 나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고기들이 그것이다.

휴일과 철야를 밝히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도크 근무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 한 잔은 얼마나 낭만적인 선물인가.

도크에는 언제나 ‘생명’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