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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2] 배 이름은 왜 여성이 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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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8

 

배 이름은 왜 여자가 붙일까?

2006년 6월, 독일 9천100TEU(20피트급 컨테이너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命名式).

3살 바기 여자 아이가 ‘나는 이 선박을 엠에스씨 이네스호로 명명하노니 이 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소서’라며 고사리 손으로 은도끼를 내리쳤다.

당시 만 2년4개월의 이 아이는 스위스 선박 운용사 간부의 딸 이네스 양. 세계 조선 역사상 최연소 스폰서(sponsor)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선박 명명식의 주인공인 스폰서는 주로 선주의 부인이나 딸, 선주사 및 금융 거래선의 고위 관계자, 정부 고위 관계자의 부인 등 중․장년 여성이 맡는 것이 관례다. 왜 여성이 스폰서(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대모)가 될까?

 

포세이돈에게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시작

명명식은 중세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바이킹족에서 유래했다. 바이킹족은 선박을 새로 건조하면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Poseidon)에게 안전한 항해와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

유독 많은 여신 님프(Nymph)들과 사랑을 즐겼던 포세이돈의 환심을 사서 안전한 항해를 염원하는 것이다.

선박의 이물(뱃머리) 장식으로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이 애용되었던 것도 포세이돈을 노하지 않게 하겠다는 표현이다.

인당수 거친 바다에 용왕의 제물로 바쳐진 우리나라 효녀 심청의 이야기와 신기하게 통하고 있다.

이것이 근세로 넘어 오면서 천주교의 세례의식이 접목되었다. 선주의 부인 등 여성들이 배의 이름을 붙여 주면서 샴페인과 꽃바구니를 터뜨려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변한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왕 조지3세는 공주를 무척 사랑하여 1811년 건조한 해군 함정에 공주로 하여금 첫 명명을 하게 했다. 공주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조지3세 이전에는 별도의 의식 없이 탑승할 장교 중 한 명이 명명을 했다고 한다.

 

밧줄 끊기는 탯줄 끊기와 연관되기도…

명명이라는 것은 선대(船臺)와 연결된 밧줄을 끊음으로써 모태(母胎)를 떠나 바다라는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태어날 때 엄마와 아기 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은 의미이므로, 여성이 스폰서가 될 이유는 충분한 것이다. 명명식에서 도끼를 사용하는 것도 탯줄(밧줄)을 끊는다는 의미다.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스폰서를 선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우리나라 대형 조선 산업의 효시가 된 1974년 6월 28일의 우리 회사 첫 호선(26만톤 원유운반선/아틀란틱 배런)을 故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했다.

선박 건조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에는 생산 현장의 여사원, 노조위원장의 부인도 스폰서로 초청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는 종교적인 이유로 절대 여자를 스폰서로 선정하지 않는다는 것.

 

포세이돈에게 바쳐진 바이킹족 처녀, 인당수 용왕에게 바쳐진 효녀 심청이. 이들이 오늘 다시 살아온다면 ‘희생(犧牲)’이 아닌 ‘스폰서’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