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hhi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

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3] 명명식에서는 왜 샴페인을 깨트릴까?

현재위치
2015-12-03

‘쨍그랑’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

 

배와 운명을 함께 하는 샴페인 조각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여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행사가 ‘명명식(命名式)’이다.

스폰서(Sponsor/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는 여성)는 선박과 승무원의 무사항해를 위해 엄숙하게 축원문을 낭독하고 도끼로 명명대(도마처럼 생긴 나무 받침대)를 힘껏 내리친다.

‘부웅, 부웅, 부웅’. 세 번의 뱃고동이 고고성(呱呱聲)을 울리면서 꽃바구니가 터지고 오색 꽃종이가 하늘을 수놓는다. 비로소 선박은 탯줄을 끊고, 세상에 태어남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하객들의 축하박수와 함께 스폰서는 선박 옆구리 쪽에 따로 마련된 단상으로 이동한다.

하나, 둘, 셋. 그물망 주머니에 싸여 줄에 매달린 샴페인을 구령에 맞추어 선체를 향해 힘껏 던진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샴페인은 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산산조각이 난다.

진행자는 샴페인을 감싼 그물망 주머니에서 병 모가지만 따로 챙겨서 나무상자에 담는다. 이 상자는 스폰서를 통해 선장에게 전달되어 브릿지 한 켠에 모셔진다. 샴페인의 한 조각은 이렇게 해서 긴 세월을 배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우리가 새 차를 사서 고사를 지낼 때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마른명태를 실로 감아 트렁크에 넣어두는 행위와 신기하게도 비슷하다.

 

새 생명의 탄생과 안전 기원

이러한 의식은 천주교의 세례의식이 접목되었다는 것이 통설이 되어 있다. 꽃바구니와 샴페인을 터뜨려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고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또 다른 세례의식인 셈이다.

또 한 가지는 중세기에 선박을 진수할 때 노예나 범죄자를 선박에 깔리게(Breaking) 하여 피를 보게 하는 의식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면 피와 같은 색깔의 적포도주를 뱃머리에 깨는 관행이 여기에서 나왔고, 이것이 오늘날 ‘샴페인 브레이킹(Champagne Breaking)’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철도가 개통되어 첫 운행을 할 때 열차가 얼음을 깨면서 출발을 알리는 것도 이러한 관행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나라가 샴페인으로 ‘브레이킹’ 행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교에 따라서 달리 하는 나라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샴페인을 쓰지 않고 반드시 자국에서 성수(聖水)를 가져와 브레이킹으로 쓴다. 인도에서는 특산물인 코코넛을 쓰기도 한다.

방법은 달라도 새 생명에 대한 축복과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