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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현대중공업 낭만을 짓다(선박 이름에 담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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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사진]선박 이름에 담긴 비밀(1) -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헬라스 아폴로호


큰 선박이든 작은 선박이든 저마다 소중한 이름을 간직하고 있죠. 선주들이 배 이름을 지으면서, 그동안 쌓인 그리움과 소망을 내비칩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년간 약 180여척의 선박을 건조했는데요. 이들 선박에 새겨진 이름과 그 의미를 쫓아가볼까 합니다.

 

 

신과 별님께 안전 기원

시대를 뛰어넘어, 선주들이 가장 바라는 건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이겠죠?

일기예보를 할 수 있는 지금도 험한 폭풍우를 만나지 않게 해달라며, 배에 신의 이름을 붙이고 안전항해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해운인 CMM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LPG운반선 6척을 인도받았는데요. 이들 선박은 포세이돈(Poseidon/바다의 신), 아폴로(Apollo/태양의 신) 등 그리스 신화 나오는 신들로 명명됐습니다.

그리스 올림픽쉬핑(Olympic Shipping)사도 달의 여신인 루나(Luna)에게 환한 밤하늘을 내어달라며, 지난해 5월 완공된 원유운반선을 루나호로 명명했습니다.

노르웨이 오로라(Aurora)LPG사는 북유럽 신의 이름을 빌려오곤 합니다. 2016년 건조된 LPG운반선들의 이름은 발드르(Balder/빛의 신)호, 뇨르드(Njord/바람과 바다 등을 관장하는 신)호, 바르(Var/약속의 신)호 등이죠.

아울러 이 선주는 자신의 선박에 에리즈(Aries, 양자리), 리브라(Libra, 천칭자리), 오리온(Orion) 등의 별자리 이름을 붙이기로 유명한데요. 이를 통해 먼 옛날, 별자리를 따라 북대서양을 가로질렀던 바이킹의 후예가 자신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고향을 향한 마음 달래기도

운항선박들은 유독 땅과 관련된 이름들이 많아요.

선원들은 한번 대형선박에 오르면 적게는 3개월, 많게는 6개월가량 바다 위에 있는데요. 지독한 향수병이 이들의 항햇길을 가로막는다고 합니다.

선주는 자국 땅을 연상시키는 선명(船名)을 지어, 이들의 마음을 달래고 격려합니다.

선 엔터프라이즈(Sun Enterprises)사 조지 리바노스(George Livanos) 회장은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유조선에 키오스(Khios)호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키오스는 그리스 동부 섬이자 리바노스 회장의 고향이죠.

아랍에미리트 UASC사는 지난 2016년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각각 티하마(Tihama)호, 알다나(Al Dahna)호로 명명했는데, 이 이름들은 그들이 사는 아라비아반도 일대의 사막에서 따왔습니다.

[사진]선박 이름에 담긴 비밀(2) - 세리 카멜리아호

△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6년 말레이시아 MISC사에 인도한 LNG운반선. 이 선박은 동백꽃을 의미하는 ‘카멜리아호’로 명명됐다.

 

때로는 자국에서 피어나는 꽃이 배 이름이 되기도 한답니다. 말레이시아 MISC사는 지난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LNG운반선에 동백꽃인 카멜리아(Camellia), 목련꽃인 츰파카(Cempaka)를 배 이름으로 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BW 마리타임(Maritime)사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잇달아 건조된 LNG운반선 2척을 각각 반다(Vanda)호, 리아라(Leeara)호라 이름지었는데, 이는 싱가포르 국화인 양란(洋蘭)이래요.

 

 

그리운 그 사람 영원하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하려는 배도 있습니다. 그중 멕시코 그루포 톰자(Grupo Tomza)사의 선박이 대표적입니다.

선주인 토마스 사라고사(Tomas Zaragoza)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3척의 LPG운반선에 요절한 아들인 알버트(Albert)군의 이름을 달았는데요. 이 선주는 아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못다 펼친 꿈을 새로운 선박에서 풀기를 원했습니다.

필리핀 차코스(Tsakos)사도 고인이 된 딸을 그리워하며, 2016년 LNG운반선의 이름을 마리아(Maria)호라 지었습니다. 그리스 오션벌크(Oceanbulk)사는 자신의 컨테이너선에 유명화가인 세잔(Cezanne), 달리(Dali)의 이름을 붙이며, 옛 예술가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진]선박 이름에 담긴 비밀(3) - 콩고드호 명명식

△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5년 그리스 도리안LPG사에 인도한 LPG운반선. 이 선박은 화합을 의미하는 ‘콩고드호’로 명명됐다.

 

선박 이름에는 삶의 목표가 새겨지기도 합니다.

그리스 도리안(Dorian)LPG사는 지난 2015년 LPG운반선을 화합을 의미하는 콩고드(Concorde)호로 이름 지었고요. 미국 로완(Rowan)사는 끈기의 의미를 담아 지난 2015년 건조된 드릴십을 리렌트리스(Relentless)호라 명명했습니다.

곽재구 시인은 ‘포구기행’이란 책에 이런 말을 남겼죠.

 

“선주들은 자신의 배에 어린 시절 고향 동리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젊은 날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의 이름이나 술 이름을 적어놓은 로맨티스트도 있다. 그 이름들의 의미를 다 모아놓으면 그것이 그대로 한 포구가 지닌 그리움의 실체가 되리라”

 

현대중공업 사우들이 배에 담긴 소망과 그리움을 생각하며, 정성껏 배 짓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중공업은 선주들에게 새로운 선박과 함께 낭만까지도 선물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