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hhi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

HHI INSIDE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1화)

현재위치
2018-08-16

- 잠비 속의 ‘나폴리’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1) - 잠비 속의 나폴리 네이버의 나눔글꼴을 일부 적용합니다

 

통영에 가기로 한 6월 아침, 오늘처럼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전날 밤부터 흐릿흐릿한 하늘이 불안하더니, 기어코 새벽부터 여름비가 내리더군요.

여름엔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까닭에 잠이나 자야 한다고 해서 ‘잠비’라고 하죠? 다음으로 미룰까 무척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들이닥칠 현실을 감안하면,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빗길을 무릅쓰고, 통영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통영의 중심 ‘충렬사’

양산, 그리고 창원, 고성 등 각 지역을 지날 때마다 빗줄기도 가늘다 굵었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울산에서 차를 타고 2시간 반 남짓 달려, 통영에 다다랐죠.

낮 12시를 넘어서니 비도 잠잠해지는 듯했습니다. 잠시 통영 충렬사 안에 머물며, 그치기만을 기다리기로 했죠.

 

맑고 푸른 바다 빛을 간직한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 불립니다.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인데요.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고,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통영 역시 섬과 별다름이 없이 사면이 바다”입니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참고 )

 

이 도시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굴곡과 번영이 함께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조선군과 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였고, 조선 해군기지인 ‘삼도수군통제영’이 세워진 이후 우리 바다를 든든하게 지킨 군항도시였죠.

일제강점기에는 통제영이 폐쇄되고 수많은 어족자원이 약탈당하는 수난을 겪었지만, 그와 동시에 김춘수 시인, 박경리 작가 등을 배출하며 문화예술의 꽃을 화려하게 피웠습니다.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2)

 

잠시 비를 피한 충렬사는 통영의 중심입니다. 초대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셨고, 지금까지도 제사를 지내고 있죠.

통영 사람들에게 충렬사는 정신적 토대, 예술적 기반입니다. 소설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작가가 충렬사 인근에서 자라며 문학가로서 기질과 감성을 키웠고, 통영에 잠시 들른 백석 시인마저 충렬사 앞에 앉아 사랑하는 여인(란)을 떠올리며 ‘통영 2’란 시를 지었죠.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3)

 

충렬사 앞에는 ‘강구안’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푸른 바다 물결과 함께 만선인 고깃배로 넘실거리는 이 항구를 구경하다보면, 외지 사람도 절로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되고, 화가가 됩니다.

충렬사를 둘러보는 사이에 비는 그쳤습니다. 당초 목적지인 ‘남망산조각공원’으로 방향을 틀어, 도남 지역과 강구안 일대를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

· 1화)  잠비 속의 '나폴리'
· 2화)  강구안 앞바다엔 스산함이 가득
· 3화)  동피랑에 희망이 활짝
· 4화)  '박경리기념관'서 하늘을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