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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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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 강구안 앞바다엔 스산함이 가득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4) - 강구안 앞바다엔 스산함이 가득 네이버의 나눔글꼴을 일부 적용합니다


비가 그친 후, 남망산 기슭에서 내려다본 도남동에는 물안개가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바다 건너편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고, 적막함을 넘어 스산함이 감돌 정도였죠.

빈 공터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지나가는 통영 시민을 붙잡아 물었더니, 한때 세계 10위권까지 내다봤던 ‘신아SB’의 옛 부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옆인 봉평동도 처지는 비슷했습니다. 선박 블록이 야드 위로 드문드문 보였지만, 꽤 오랜 시간 지켜봤음에도 크레인의 미동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통영은 울산, 거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 산업지구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아SB, 21세기조선 등의 조선소들이 중형선박들을 활발하게 건조했죠.

 

강구안에서는 어선이, 통영항터미널에서는 여객선이, 도남동에서는 신조 선박들이 드나들며 활기를 띠었는데요. 그 이색적인 모습에 반한 관광객들이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로 인정하며, 각별한 애정을 품었답니다.

그랬던 통영이 2000년대 후반 ‘조선업 불황’이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 이후 이 일대에서는 옛 명성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신아SB와 21세기조선이 잇달아 문을 닫았고생산 야드를 비롯해 도크, 안벽 모두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5)
△ 신아SB의 폐 부지. 골리앗크레인 1기만이 덩그러니 놓여, 여기가 조선소였음을 알린다( 2018년 6월 촬영 )

 

텅 빈 조선소를 바라보는 마음이 매우 무거웠습니다. 신아SB와 다를 바 없는 게 현대중공업의 현실이었으니까요.

 

 

통영의 먹구름이 울산으로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에 ‘나스르(Nasr) 고정식플랫폼’들을 모두 출항시키면, 해양공장 가동을 멈춰야 합니다. 지난 4년간 해양플랜트 입찰에서 모두 수주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일감마저 바닥을 드러낸 거죠.

조선소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해야만,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선박 한 척을 만들기까지 설계, 구매, 생산, 시운전 등의 과정을 거치며, 꼬박 2~3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선박 건조는 농부가 몇 해에 걸쳐 작물을 키워내는 ‘다년작’에 빗댈 수 있습니다. 인삼을 비롯해 다년간 키워야 하는 작물은 단 한번의 가뭄과 기근에 망치기 십상인데요.

옛 조상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식량을 미리미리 곳간에 두었습니다.

특히,


나라에 6년 먹을 식량이 없으면 급하고,
3년 먹을 식량이 없다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다

예기 - 왕제편 참고 )

라는 말을 상식처럼 여기며, 늘 흉년에 대비했습니다.

시대도, 업종도 다르지만, 3년간 먹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건 조선소도 매한가지입니다.

2년치 이하로 떨어지든, 1년치 이하로 떨어지든, 심지어 일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괜찮아. 내년에 수주하면 되지’ 하고, 아직까지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우리가 옛 선조의 지혜에 미치지 못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사진]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6)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하늘은 잿빛 구름에 가렸습니다. 통영의 먹구름도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

· 1화)  잠비 속의 '나폴리'
· 2화)  강구안 앞바다엔 스산함이 가득
· 3화)  동피랑에 희망이 활짝
· 4화)  '박경리기념관'서 하늘을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