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HI INSIDE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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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8-24
- ‘박경리기념관’서 하늘을 보아
시끌벅적한 장터를 뒤로하고, 마지막 행선지인 ‘박경리기념관’을 찾았습니다. 벌써 박경리 작가가 타계(2008년 5월 5일)한 지도 햇수로 10년입니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인 ‘시장과 전장’이 지난해 수능에 출제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죠.
이 소설과 비슷하게, 박경리 작가는 실제로 전쟁통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이후 어린 딸을 데리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갔는데요.
누군가에 의지하던 여인은 강인해졌고, 못 박는 일까지 도맡았다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처럼 힘든 삶을 보낸 이가 또 있을까요? 그 당시, 방 한 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을 만큼 어렵고 가난한 시절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박경리 작가는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짧고 아름다웠다”며,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 박경리기념관 내부 모습( 2018년 6월 촬영 )
‘시장과 전장’은 지난 1964년 출판과 함께 베스트셀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6.25전쟁에 의해 이념(하기훈)도, 사랑(이가화)도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주인공(남지영)은 시장에 나가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 했습니다.
비극에도 희망을 찾으려는, 강인한 생명력이 전쟁 직후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죠.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잇달아 폐업하는 등 힘든 시련을 겪고 있지만, ‘박경리 작가가 느낀 고통보다는 오히려 덜하지 않을까?’ 하고 마음 한편에 위안을 받아봅니다.
‘박경리기념관’ 밖을 나서니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당포항 방면으로 빠져나와 ‘제이메이드커피’란 한 카페에 머물며, 서서히 저물어가는 바다 노을을 감상했습니다.
△ 통영 ‘제이메이드커피’ 앞바다( 2018년 6월 촬영 )
박경리 작가가 ‘시장과 전장’에서 묘사하듯, “저기압이 걷혔는데 공기는 습기를 머금고 목덜미를 스치는 골목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아침만 해도 온전한 하늘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치 앞도 못 보는 게 우리 미래인 듯합니다.
불황의 끝은 부활!
저희 일행이 현대중공업 직원임을 알아본, 사장님께서 커피와 함께 갓 구운 빵을 전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현대중공업은 통영보다는 괜찮죠?” 하고 인사말도 건네셨죠.
최근 조선소에서 나와 이곳에서 인생 제2막을 열었다는, 그분은 “울산도 남 탓으로 돌리기만 하면 더 어려워질 거에요” 하며 걱정 섞인 말씀을 했습니다.
비온 뒤에 하늘이 개는 것처럼 불행만 계속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비극적인 상황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고 적극 대처한다면, 희망이 곧 찾아오지 않겠어요? 통영 땅에도, 울산 현대중공업에도 재도약의 기회가 분명 찾아올 겁니다.
△ 한 추모객이 박경리 작가 묘소 앞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꽃잎을 올려두었다( 2018년 6월 촬영 )
끝으로, 박경리 묘소 앞 비석에서 발견한 문구를 소개합니다.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박경리 ‘마지막 산문’ 中)
”
희망은 남이 주는 선물처럼 거저 오지 않아요. 더욱 능동적인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다 보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겁니다.
■ 비에 젖은 통영, 불황 그리고 부활
· 1화) 잠비 속의 '나폴리'
· 2화) 강구안 앞바다엔 스산함이 가득
· 3화) 동피랑에 희망이 활짝
· 4화) '박경리기념관'서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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