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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슬픈 예감을 대하는 법(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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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 노키아의 ‘불타는 플랫폼’

 

쏜살같던 시간이 느릿느릿 흐를 때가 있습니다. 하루가 이틀처럼, 2달이 4년처럼 다가오고, 향긋한 코스모스에도, 씁쓸한 약초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반복적인 상황에 시달리면, 커다란 사건에 무뎌지기 마련이죠. 그야말로 권태는 마음속 지독한 병입니다.

 

2014년은 현대중공업 사우들에게 대규모 적자로 충격을 안겨준 한해였습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장기간의 조선업 불황에 지쳐, 직원들의 위기의식도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봤던 ‘노키아(Nokia)’를 점점 닮아가고 있어요.

핀란드 회사인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는데요.

새로운 시장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다가, 결국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에 휴대폰 부문(Device & Service)을 매각, 주력사업을 접었습니다.

 

중저가 제품(피처폰)에 집중한 사업구조가 고가(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뀐 시장에서 발목을 붙잡았고요.

‘업무 비효율성’도 노키아의 추락에 한몫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본업이 아니라 행정적인 일에 절반 이상 시간을 들였다고 하네요. ( 박상인(2016) 참고 )

더욱 슬픈 일은 노키아가 이미 위태로운 미래를 예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스스로를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에 빗대면서요.

 

 

 

CEO가 직원에게 보낸 편지

2011년 2월, 아직(?)은 세계 1위였던 노키아. 최고경영자인 스테펜 엘롭(Stephen Elop)은 노키아가 처한 위기상황을 이메일로 적어, 직원들에게 알렸죠.

그리고 직원들에게 원유플랫폼인 ‘파이퍼 알파’(Piper Alpha)호의 생존자처럼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불타는 플랫폼(현대중공업 일러스트)

 

파이퍼 알파호 사고는 1988년 7월, 167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해상 화재사고였습니다.

그날 파이퍼 알파호에 있던 사람은 200여명.

 


불타는 플랫폼 위에
남아있을 것인가?

불길을 피해 차가운 북해바다로
뛰어들 것인가?

 

그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불타는 플랫폼 위에서 버틴 사람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도 대부분 체온 저하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 가운데 소수의 생존자가 나왔죠.

평소 같으면 얼음 같은 바다에 누가 뛰어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때는 비상상황. 과감한 결단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무뎌진 위기의식에 재도약은 없다!

2011년, 스테펜 엘롭은 노키아의 휴대폰 시장점유율과 신용등급, 소비자신용도가 동시에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고, 직원들도 ‘불타는 플랫폼’에서처럼 용기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의 글은 대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불타는 플랫폼’은 세계 각지 언론사에서 앞 다퉈 번역됐고,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하는 신조어로 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CEO의 글은 노키아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 실패했고, 휴대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부족했습니다.

노키아 직원들이 너무 오랫동안 시달린 탓일 겁니다. 그들의 위기감은 닳고 닳아 너무나 약해졌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밝힌 부정적 시장 예측까지도, 노키아 직원들은 애써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 슬픈 예감을 대하는 법

· 1화)  노키아의 ‘불타는 플랫폼’
· 2화)  마음의 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