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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슬픈 예감을 대하는 법(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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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 마음의 문을 열어라(카산드라 콤플렉스서 벗어나야)

 

 

귓가에 이어폰을 꽂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라디오에서는 10년 전 발표된 ‘한 사람을 위한 마음(럼블피쉬)’이 들려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호황이었는데......' 음악소리에 시끌시끌한 소음은 들리지 않고, 어지럽던 머리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나를 어렵게 만드는 얘기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럼블피쉬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슬픈 예감은 아무리 정확해도, 애써 부정하려 합니다. 바로 ‘카산드라 콤플렉스(Casandra Complex)’ 때문이에요.

 

카산드라(Cassandr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언가이자, 트로이의 마지막 공주입니다.

그녀는 아폴론(Apollon)신의 총애를 받아, 예언의 능력을 얻었는데요.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하면서,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저주를 받게 됐어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그녀는 △왕자 파리스를 스파르타에 보내지 말라(→파리스가 스파르타 왕의 아내인 헬레네를 납치하며 전쟁이 발발) △목마를 트로이 성안으로 들이지 말라(→ 밤중에 목마 안의 병사들이 습격)며 트로이 사람들을 말렸죠.

[사진]카산드라와 트로이목마

 

카산드라는 꽤나 부정적이고 듣기 거북한 예언들만 늘어놓았나 봅니다. 그녀의 말은 트로이 사람들로부터 계속 외면당했어요.

트로이는 카산드라가 염려한 상황에 대비하지 않아, 결국 그리스에게 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귀에 거슬리는 말은 애당초 듣지 않으려 합니다.

미국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는 각종 통계적 수치를 근거로, 2000년 IT버블을 정확히 예측했는데요. 당시 IT업계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그의 부정적 예측을 무시했습니다.

만일 로버트 실러의 말을 따랐다면, 당시의 과열현상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해양플랫폼’ 생산은 멈추고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은 원유플랫폼을 제작하는 곳인데요. 지금은 이곳이 ‘불타는 플랫폼’과 같습니다.

바닥난 일감으로 인해, 지난달부터 해양공장은 그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죠.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많은 사우들이 애써 암담한 현실을 부정하고 있고, “내년에 괜찮아”, “곧 일감이 늘어날 거야”라며 자기 주문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는 독입니다. 위험한 순간에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화만 더 키우게 돼요.

 

올해 파업이 시작된 지 2달이 채 안 됐는데, 4년 내내 파업한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이젠 마음의 문을 열고,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트로이의 멸망, 노키아의 추락 등 실패의 역사가 현대중공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버스정류장에서 귀에 꽂은 이어폰을 떼어봅니다.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보이지 않던 화창한 가을하늘도 보이네요.

 

 


 

■ 슬픈 예감을 대하는 법

· 1화)  노키아의 ‘불타는 플랫폼’
· 2화)  마음의 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