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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아직은 미완성, “완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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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 ‘나스르 현장’서 보낸 편지

[사진]나스르(1) - 아직은 미완성 완생을 향해 나스르 현장서 보낸 편지 네이버의 나눔글꼴을 일부 적용합니다

 

완전하지 않아 더욱 사랑받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모차르트 유작인 ‘레퀴엠’은 다른 클래식보다 아름답고 장엄하게 느껴집니다.

슈베르트도 3악장 20마디까지만 관현악 편성작업을 하고, 마지막 작품을 그만두었는데요. 이를 두고 ‘미완성교향곡’라 부르고 있습니다.

미완성교향곡은 영화 ‘마이너리포트’ OST로도 사용된 바 있습니다. 남주인공인 앤더튼(톰 크루즈) 자신이 누군가 살해하는 장면을 범행 예측시스템에서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데, 그때 흘러나왔던 음악이죠.

우리에게 아직 미완성된 해양플랜트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과 달리, 완전하지 않으면 결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비극을 말할 때, 우리는 ‘환호’

지난 8월 20일, ‘나스르 원유생산설비’의 마지막 플랫폼이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에서 UAE(아랍에미리트) 해상으로 출항했습니다. 그 다음날,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물량이 완전히 바닥났다”며 지역 언론사에서 대서특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저로서는 출항 소식을 듣고, “드디어 해냈다”며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실패라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난관을 극복한 성공사례로 기억할 겁니다.

 

처음 UAE 아부다비에 왔을 때, 저는 그 어렵던 나이지리아 공사를 마무리한 자신감에 넘쳐있었죠. 그러나 부서 분위기는 차분함을 넘어 어두웠습니다.

부서원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무래도 사기부터 진작시키는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몇 주간 인내심을 갖고 서로 소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무심했던 부서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벼운 농담에 웃어주기도 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팀워크를 만들어갔습니다.

 

당시, 발주처에서는 잦은 공정지연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던 상황이었습니다.

때마침 발주처 공사 담당자(프로젝트 매니저)가 바뀌었는데요.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와 나스르 공사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친분 관계를 쌓는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나스르 문제라면, 우리 담당이 아니더라도 직접 발 벗고 나섰습니다. 중국 CSE사가 만드는 재킷(Jacket)까지 발주처 관계자와 함께 현지에 가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비용 줄이기가 급선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회사의 어려움을 덜려면 우리부터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했습니다.

나스르 공사는 발주처의 요구가 다양해, 설계, 품질, 구매 직원들의 출장이 잦았습니다. 결국, 출장비가 예산보다 3배나 쓰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장인원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결정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직접 출장을 나가,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유관부서와 협의했습니다.

[사진]나스르(2) - 마지막 모듈 선적 모습

 

다음으로는 선단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앞선 공사경험을 통해 무분별한 선단 비용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를 익히 알고 있었는데요.

우선 선단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은 후, 해양공사관리부와 함께 기술 검토해서 선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새롭게 선정된 업체는 당사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았어요. 업체의 미진한 부분을 해소하려면, 당사의 지원이 필수였죠.

비용 절감을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함을 유관부서에 강조했습니다. 비용이 절감된 만큼 우리의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만큼 회사는 경영상 여유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왜 나서서 설치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산다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제 청춘과 제 인생을 오롯이 바친 곳이니까요.

 

수차례의 토의와 심의를 거친 후, 결국 마침내 500억원 상당의 여유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해묵은 관행을 없애고 혁신을 통해 원가절감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한 자만 알 겁니다.

 

 

 

해양 설치작업, 이제부터 시작

나스르는 울산에서의 공정을 마무리하면서, 발주처와 당사 직원들도 출항한 모듈과 함께 아부다비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스르의 해상 설치(Hook-up)와 시운전(Commissioning)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울산 해양공장에서 플랫폼 제작을 마쳤지만,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입니다.

아부다비에 도착한 모듈을 보았습니다. 조금이나마 덜었던 중압감이 다시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사진]나스르(3) - 마지막모듈 출항식
나스르 원유생산설비 마지막 플랫폼 출항식( 2018년 8월 말 )

 

하지만, 새로운 시작과 도전은 제 심장을 흥분시키네요.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나이지리아 공사를 잘 마무리한 만큼, 이번에도 수많은 악재들을 즐기면서 해상 설치공사에 나서볼까 합니다.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나스르 현장뿐 아니라 울산 본사에서 근무하는 사우들도 자신감을 회복하지 않을까 싶네요.

 

잠시 눈을 돌려 제가 사랑하는 직원들을 바라봅니다. 무더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일이 잘 안 풀리는지 급하게 뛰어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열정을 잃지 않고 있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제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저 역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 이 포스트는 NASR 현장에 파견된 현대중공업 문인수 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