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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4] ‘처녀항해’는 정말 첫 항해일까?

현재위치
2015-12-15

 

건조된 배가 명명식(命名式)을 거쳐 첫 출항하는 것을 ‘처녀항해(Maiden voyage)’라 한다.

과연 ‘처녀(處女)’ 항해일까? 답은 “의전상 처음으로 칠 뿐 실질적으론 아니오”이다. 

 

완벽한 선박의 탄생을 확인하는, 시운전

배가 처음으로 바다의 품에 안기는 것은 ‘해상 시운전(Sea Trial)’ 때다.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실제 바다에 나가 선박의 성능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다. 한 척당 1000억 원이 넘는 값 비싼 선박을 대충 건네 받을 선주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해상 시운전은 울산 앞바다에서 50~60km 떨어진 울산~포항 사이의 해역에서 이뤄진다. 시운전은 속력·조종·기관(엔진)·진동·소음·선회(Turning) 등 선박의 성능과 구조, 승무원의 안전과 관련된 약 40개 기본항목을 점검하며, 선형에 따라 몇 가지 특별 점검이 추가된다.

 

40여개의 항목, 철야(徹夜)로 꼼꼼히 확인

시운전에는 평균 80~90명의 각 분야 전문요원이 투입된다. 조선소 측 엔지니어가 대개 60~70명으로 가장 많지만 선주 측에서도 10~20명의 요원을 파견한다. 까다롭기로 소문 난 네덜란드 네들로이드라는 해운사는 무려 150명의 요원을 태운 적도 있다.

 

시운전은 선박에 따라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7일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동안 시운전 요원들은 선박의 머리부터 발끝, 몸 속 깊은 곳까지 샅샅이 파헤치며 하자(瑕疵)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모든 테스트는 분야별로 차례차례 철야로 진행되며, 완벽한 품질 점검을 위해 ‘최대 한계치(Maximum Capacity)’까지 끌어올려진다. 때문에 시운전 기간 내내 선박과 테스트 요원들 사이엔 극도의 긴장이 계속된다.

 

이렇게 얻은 각종 시운전 정보는 다음에 건조할 선박에 응용되고, 발전되면서 오늘날 세계 최고 조선대국 한국의 밑거름이 됐다. ‘처녀 항해’는 시운전 요원들의 임무이자 영광이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