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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INSIDE - [재미있는 배 이야기 5] 선실의 침대는 어느 방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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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7

내 집처럼 편안하게, ‘선실의 비밀’

 

배 위에서 선원들이 먹고 자고 휴식하는 공간이 선실(船室/Deck House)이다.

짧게는 열흘부터, 길게는 한 달간의 긴 시간을 파도와 싸우며 항해해야 하기 때문에 선원들의 쾌적한 선상생활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선실 침대의 방향.

 

 

선실, 파도의 움직임 고려해 배치

파도에 의해 배는 롤링(Rolling/ 좌우로 흔들림)과 피칭(Pitching/ 앞뒤로 흔들림)이 발생하는데, 파도가 심할 땐 3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때 피칭보다 롤링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침대의 방향을 ‘배의 진행방향’으로 둔다.

머리맡을 ‘배 옆구리 방향’으로 두게 되면 피칭에 의해 몸이 멍석말이처럼 좌우로 흔들려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수 있고, 롤링에 의해서는 머리와 발이 교대로 오르내리므로 피가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거북한 느낌과 함께 멀미가 심해진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침대의 직각 방향으로 소파를 배치한다.

또한 배가 항해할 때 앞부분(선수)이 뒷부분(선미)보다 약간 높게 설계되기 때문에 침대 머리맡을 앞쪽으로 두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 병실의 침대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계급에 따라 선실의 크기와 구조 달라져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의 경우 승선인원은 대개 25~30명 선인데, 선실은 휴게실, 식당, 체육관, 병원 등을 포함하여 35~40여개 정도로 설계한다.

선원 개개인에게 선실이 각각 배정되지만 계급에 따라 크기와 구조가 다 다르다.

선장과 기관장이 사용하는 선실의 크기는 21평 정도. 침실 외에 개인 집무실과 회의실이 주어진다.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에 버금가는 시설이다.

1등 항해사와 갑판장은 12평, 2~3등 항해사(기사)는 5평, 일반 선원들은 4평이다. 3등 항해사(기사)까지 집무실이 주어지고, 일반 선원들은 침실과 가구 등 기본적인 사양만 들어간다.

 

 

위층일수록 ‘로얄층’

선실 블록은 아파트 형태로 보통 7~9층으로 갑판 위에 탑재하는데, 여기에도 일반 아파트처럼 엄연한 로얄층이 존재한다.

맨 위층이 브릿지(Bridge)라고 해서, 항해 컨트롤 룸이 위치하고, 바로 아래층에 선장/기관장의 선실이 위치한다. 브릿지와 가깝고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고급사관(1등)-사관(2등~3등)-선원 순으로 선실을 배치한다. 1층은 기계실과 창고, 2층에는 식당, 휴게실,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이 자리잡는다.

선실의 모든 내장재는 방염(防炎)처리가 기본이고, 가구나 사무집기도 대부분 단단하고 무거운 통판 자재로 만들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편이다. 여객선(크루즈)의 경우 가정용에 비해 무려 2배나 비싸다.

이 모든 것이 배의 흔들림으로부터, 선상 화재로부터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로 볼 수 있다.

 

 

글: 조용수 상무보(문화부문) / 편집: 현대중공업 기업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