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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현대중공업 기술지도사원 추양호 기정(동반성장기술부)

 

현대중공업은 30년 이상 현장 경험을 가진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인을 ‘기술지도사원’으로 위촉하고, 협력사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의장 전장 분야의 기술 지도 및 자문을 맡고 있는 현대중공업 추양호 기정(동반성장기술부, 62세)을 만나봤다.

 

 

전기 기술을 배우게 된 계기?

고향 영천에서 세 아들의 장남으로 태어난 저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1973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와 의논을 했었죠.

그런데 이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 육성책을 펼치면서 공고를 상고나 농고보다 우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만큼 공고의 입결이 높아 공부를 잘해야만 갈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상의 끝에 공고 전기과에 진학하기로 하고 전기 공부를 시작해, 마치 운명처럼 40여년 동안 전기 업무 한 길만 파고 있습니다.

추양호 기정

 

 

근무하며 가장 뿌듯했던 일?

국가기간 산업체인 현대중공업에서 5년간 근무하면 특례보충역 제도로 군 면제 혜택을 받았기에 20살의 어린 나이에 울산을 찾았습니다. 1979년 2월 까까머리 총각이 가방 하나 들고 와서 남목 2만원짜리 하숙집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나 당시 제게 울산은 너무 춥고 고향인 영천과 먼 곳이었습니다. 영천과 30분 거리에 있는 대구에는 친구들도 많이 있고 일자리도 많은데, 객지인 울산에서 오래 일을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례 기간만 끝나면 울산을 떠나 제2의 고향인 대구로 가겠다는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대충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생겨버렸습니다. 1년 반 정도 연애를 했는데, 그만 속도위반을 해버린 것이죠. 25살에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저는 이때부터 철이 들고 말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사내 자격증을 비롯해 전장 설치 관련 명인 자격을 사내 1호로 취득했습니다. 2011년에는 ‘조선해양의 날’ 울산광역시장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해온 것을 회사와 국가가 인정해준 것 같아 참 뿌듯했어요.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

1985년 7월 말 시운전 중이던 SEDCO 711호선(Semi-Sub-mersible Rig, 반잠수식 시추선)이 태풍에 떠밀려 울기등대 쪽 바위 위에 올라갔다는 게 아니겠어요?

전날 밤 대구에 조문을 갔던 저는 이 소식을 듣고 긴급 작업을 하러 갔습니다. 얼마나 긴박하고 시급했던지 영빈관 잔디밭에서 창업자님의 전용 헬기를 타고 승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태풍 때문에 스러스터(Thruster, 방향조정용 프로펠라)가 손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수리를 위해 선박을 온산 앞바다에 정박했었는데요. 기계 파트 담당자가 분주히 스러스터 교체 작업을 하던 와중, 하루는 제가 점심을 먹고 나오니 선내에서 “빨리 선박에서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오는 겁니다.

교체하던 스러스터 한 개가 바다에 빠져 큰 구멍이 생겼고, 폰툰(Pontoon)과 컬럼(Column)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는 거에요. 육안으로 보기에도 선박이 30도 가량 기울어져 있는 게, 침몰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10월 말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터그보트(Tugboat)를 타고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탈출했던 조원과는 아직까지도 술 한 잔 하면 이 이야기를 할 만큼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기 의장’이란?

그 어떤 장비도 전기가 연결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계에 있어 전기 의장은 ‘인체의 혈관’과도 같습니다. 이 점은 조선이나 플랜트, 해양 모두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기계류의 크기와 공사의 규모가 조선, 플랜트, 해양 순으로 차이가 나고, 그에 따른 전기의 사용량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전기 의장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공정 납기 준수라고 생각합니다. 선행 작업, 도크 진수, 안벽 등 각각의 공정에서 해당 업무를 납기에 맞춰 완료해야만 시운전 등 후속 공정을 무사히 마치고 선박을 제때 인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양호 기정

 

지금 하는 업무는?

협력사 담당자들과 만나, 어떤 업무를 어디서 얼마만큼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지도하고 협의하며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행 P.E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도크나 안벽에서 하게 되면 1:1.7:2.5의 공수가 들어간다는 제 경험과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P.E장 작업량을 극대화 한 후 다음 공정으로 보내자는 목표로 활동합니다.

작년에는 ㈜동율, ㈜태현 등의 협력사 대표님, 소장님을 설득해서 꽤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는 ㈜ 만석과 1,2 도크에서 작업 중인 컨테이너선의 효율적 건조를 위

해 다양한 기술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

제가 지도한 협력사들이 제 덕분에 돈을 좀 번다는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업무가 마무리 되면 고향인 영천에 가서 저도 효도 한번 하고 싶습니다.

올해 제 어머니가 미수(米壽, 88세)이신데, 꼭 90살까지는 살아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걸음이 느리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향 골목길과 산천을 벗 삼아 거닐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고향 근처에서 전기 일을 다시 해볼까 합니다.

 

 

나만의 업무 비결?

남이 모르는 걸 내가 아는 게 기술입니다. 그러려면 남이 안할 때 해야 하고, 남이 안 가본 길을 가야 합니다. 저는 전장 공사를 하면서 계장시스템을 공부하려고 엔진룸 배관을 따라 혼자 오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배관에 뭐가 들어있는지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거기서 하는 역할이 뭔지를 알고 싶어 부지런히 쫓아다닌 거죠.

이렇듯 선박 시스템을 익히고 나니 배 안에 들어가면 30분도 안 되어서 모든 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짧은 시간만 돌아봐도 시스템을 파악하니 동료, 선후배들은 제가 배에 자주 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다 알고 있냐고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안 가보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남보다 빨리 파악하고 다른 일을 했을 뿐이죠. 기술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면에 쌓이고 쌓여, 반복되다 보면 자신만의 기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