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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사람들 - 정도 분야 생산·관리의 달인 철목 핵심기술 매뉴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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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4

- 정도 및 철목 분야의 기술지도와 자문을 맡고 있는 현대중공업 권덕환 기감

입사 계기? 

저는 경북 봉화 출신 7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태어난 당시는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기였죠. 1981년 군대를 제대하고 할 수 있는 게 기술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직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에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는데, 수소문을 해보니 당시 창원 한국중공업에서는 중장비를 조립하는 기술연수생을 모집하고, 울산 현대중공업이 기술교육생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에 지원서를 넣기로 하고,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에 서류 접수를 하고 나오는데 저보다 10개월 먼저 전역한 군대 선임이 뒤에서 저를 부르더니, 자기가 기술교육원 교사로 있다고 하는 겁니다.

저랑은 행정반에서 근무하며 자격증 취득 등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였는데, 타지에서 지인을 만나고 나니 이왕 타지 생활을 할 거면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 울산이 낫겠다 싶어 1981년 9월 기술교육원에 입교한 후 1982년 3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

1993년도에 제안활동을 열심히 해서 대표이사 표창을 3개나 탔어요. 제안왕, 3급 우수 제안, 연말 부서 우수 제안자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안왕 선발 대회에서 제안왕이 됐을 때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일기장에 “우리 아빠는 제안을 잘 쓰십니다. 퇴근해서 오시면 매일 매일 제안을 쓰십니다”라고 적을 정도였죠.

조선사업부 최초로 현장에 ‘3차원계측기’ 사용 방법을 전수했던 일도 기억에 납니다. 3차원계측기는 선박 건조 시 각종 구조물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인데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야드 8도크에서 FPSO(1525호선)를 건조하게 되면서 각종 구조물의 치수(Dimension)를 체크해 선주에게 제출해야 했는데, 당시 갖고 있던 계측장비는 직선과 직각도를 체크할 수 있는 데오도라이트(Theodolite)가 전부였습니다.

FPSO는 외판 구조물 등이 특별한 것이 많아 기존 장비로는 도저히 측정이 힘들어 선주에게 제출해야 하는 자료도 작성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해양사업부에서 쓰고 있다는 3차원 계측기를 기술개발부에서 가져와 측정에 나섰습니다.

좌표 지점의 폭, 길이, 높이 등이 입체적으로 나오는 3차원계측기가 손에 익지 않아 연구소와 메이커에 도움을 받아 측정 방법을 배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담당한 FPSO를 무사히 진수하고 이후 2야드 철목팀에 3차원계측기 사용방법을 전수했는데, 아직까지도 이 장비가 현장에서 없어서 안될 장비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입사한지 약 30년 만인 2011년에 외업 정도 직책과장 보임을 받아 4년간 역임했는데, 정말 뿌듯했습니다.

 

철목 기술이란?

저는 철목을 ‘배 목수’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목수가 주택의 구조를 고려해 나무를 여러 치수로 절단해 집을 짓듯이 선박 건조에 있어서 철목은 만들어 놓은 단위 블록을 목표한 허용오차(Tolerance)에 맞춰 취부, 용접 작업이 용이하도록 마킹, 절단해 세팅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블록 세팅을 하러 가는 날이면, 블록을 당기고 미는 자키램과 3차원 계측기, 절단기 등을 챙겨 현장으로 갑니다. 조장 1명과 조원 2명이 한 개조를 이뤄 블록의 이동 지점, 선수와 선미의 폭과 높이 등 수평을 체크하고 기록해 모든 수치를 허용오차에 맞춰 놓고, 후 공정 상황에서 변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하는 것이죠.

단위 조립 블록이 아무리 정확해도 철목 세팅 작업 시에 정도를 맞춰 주지 못하면 불량이 나오고 맙니다. 따라서 세팅 정도의 양호, 불량 여부는 호선 전체의 정도 품질을 결정하고, 생산성과 공기(工期)를 좌우하기 때문에 선박 건조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업무는?

협력사 단독으로는 처음으로 9도크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3213호선)의 철목 세팅을 수행하고 있는 다온산업에 제 기술을 전수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견습생 10명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이론 교육과 실기 및 3차원계측기 교육을 실시해 이중 3명을 조장급으로 육성하고 노하우를 전수 중입니다.

현재 아쉽게도 협력사 철목 작업자가 참고할 만한 작업 표준서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철목인을 위해 초대형원유운반선 세팅 핵심 체크 포인트와 노하우를 담아 매뉴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내년에는 전체 선종으로 매뉴얼을 확대해 철목 핵심 체크 포인트와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집대성하고, 현장의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제가 회사 정년퇴임을 하고 나름대로 은퇴 준비를 했는데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40년 가까이 해오던 사람에게 직업이 없다는 것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활력도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더군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조경기능사 자격을 취득,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 기술지도사원으로 재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다시 정문을 들어서는 날, 너무 고맙고 기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동료들의 따듯한 배려에 감사합니다.

업무에 관해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나 평소에 일한 내용을 잘 기록해 두면 데이터가 되고 자신만의 노하우가 됩니다.

또한 메모하는 습관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하고 새로운 것은 남들보다 먼저 배워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우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철목인, 조선기술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