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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사람들 - 내 새끼발가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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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 (글마당)현대중공업 김애정 대리

 

저는 신체의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왼쪽 새끼발가락은 하나지만 발톱이 2개여서 왼발에 발가락이 6개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발톱은 6개이니 ‘육발이’라는 어릴 적 별명이 영 틀린 소리도 아닙니다.

양말

어릴 적, 내 발이 싫었습니다. 누군가 앞에 내보이기가 민망하여 양말을 벗지 않았고, 발가락이 보일 것 같은 신발도 신지 않았죠. 말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몰랐지만 그저 그런 비밀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저 주눅들던 나이, 그게 바로 사춘기였습니다.

 

상반되게 너무 예쁜 오른발. 내 오른발은 정상이었어요. 칼발에, 살이 없고 작아서 천상 여자의 발이었죠. 그래서 오른발이 좋았어요. 오른발은 매니큐어를 칠해도 예뻤고, 쪼리를 신겨도 예뻤고, 뭘해도 너무 예뻤기 때문이죠.

왼발과 오른발을 같이 보고 있으면 왼발에게 화가 났어요. 도대체 왜 내 발은 남들과 다르지? 왜 난 이렇게 태어났지? 불편하진 않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내 발을 자세히 보는 것도 싫었었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오른발은 더 예뻐졌고, 내 왼발은 더 미워졌어요. 큰 새끼발가락 덕에 미처 자라지 못한 작은 네번째 발가락은 점점 안쓰러워졌고요.

그렇지만 저는 고집스럽게 작은 신발을 신었어요. 오른쪽 발에 들어가면 왼발은 아프더라도 그저 오른발에 맞는 신발을 신었었죠. 그런 선택으로 인해 네번째 발가락은 더 작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날 왼쪽 발가락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내가 날 더 사랑하게 되었을 즈음, 그저 나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던 때쯤, 내 발가락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남들은 몰랐던 내 신체 비밀은, 무언가 가리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저에게 가르쳐 주었어요. 나는 남들과 아주 조금 달랐지만 정상인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답니다.

 

정상이라고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나는 어떠한 것을 가진 사람들. 그것은 사람들이 그 결핍을 아느냐 모르느냐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스스로 남들과 다르다고 여기면 그것으로 이미 마음은 조금 삐뚤어지죠.

그런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고니까, 네 선택이 아니니까 절대 자책하거나 자격지심을 가지거나 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발가락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그런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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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이 없는 발가락. 남들에게 없는 내 모습. 특별한 나. 없었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누군가의 결핍을 보는 눈. 저는 이제 내 발가락을 사랑합니다. 수술을 해서 없앨 수도 있었고, 예쁜 발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제는 사랑할 수 있어 밉지 않게 된 걸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모습만이 아니라 못나고 약한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 발가락을 놔두기로 했습니다.

혹 누군가의 결핍, 다름, 틀림을 보면, 그들을 향해 정죄할 날 향해 말해주려 합니다. 그들 모두는 그저 너와 같이 조금 다른 발가락을 가진 것이라고. 그들은 그것을 아직 사랑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러니 그들이 결정하기 전에, 네가 먼저 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리 겸손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발가락은 자신의 할 일을 다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