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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사람들 - 현대중공업 첫 여성 임원,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이진철 상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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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진심이 통하는 순간, 일과 사람을 모두 잡았죠”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여성이 발을 붙이기 힘든 곳이었다. 바늘구멍을 뚫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고비 앞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고, 능력 있는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떠났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변해

오늘날 우리는 여성 대통령을 비롯해, 여성 검사장, 여성 은행장 등이 당당히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여풍(女風) 시대’에 마주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여성이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거친 생산현장을 위주로 돌아가는 제조업에서는 지금까지도 남성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기전사시스템사업본부 이진철 부장(45세)이 신규 임원(상무보)으로 선임되며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최초의 여성임원이 탄생했다. 미주 지역의 '영업통'으로 최근에는 유럽·아시아 등의 현장을 누비면서 여성 직원들의 이정표가 되고 있는 이진철 상무보의 이야기를 Hi, HHI에서 함께 들어보자!

 

 

 

영업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이진철 상무보는 기업들이 남녀 구분 없는 공개채용을 선언하던 1994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 계약관리부로 입사했다. 그 후 10여년 정도 인사, 총무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3년 전력기기해외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영업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고객들과 만나면서 이진철 상무보가 깨달은 것은 ‘영업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기간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며, 승부근성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진철 상무보가 처음 담당한 지역은 미주지역, 특히 미국 동부지역에 영업 활로를 개척하는 일이었다. 당시 미국 서부를 시작으로 중부의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동부지역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진철 상무보는 업체 선정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미국 전력청으로부터 입찰자격을 따내야 했다. 첫 출장 당시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한 전력청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미팅 시간은 고작 15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로비에 쪼그리고 앉아 미팅을 준비하고, 노트북 화면까지 열어놓은 채 회의실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필사의 노력에도 “추가 업체 등록은 고려치 않는다”는 답변을 안고 나왔을 정도로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찾아가며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끈질기게 매달렸고, 그 결과 미팅시간이 15분에서 30분으로, 30분에서 1시간으로 점차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진철 상무보가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됐던 프로젝트다.

 

그 일로 영업의 매력을 알게 된 이진철 상무보는 ‘끈기와 열정’이라는 자신만의 영업 철학을 실천하며 미국의 뉴저지주 전력청(PSE&G), 플로리다 전력공사(FPL), PPL사, Bechtel사 등의 고객사와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해 왔다.

 

 

평일에는 일,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하는 ‘워킹맘’

이진철 상무보는 두 아이의 엄마다.

물론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해가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을 뒤로하고 영업 현장으로 나설 때마다 느꼈던 미안함과 안타까움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가족들은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이해해줬고, 아이들이 조금 자라고 나니 육아도 훨씬 수월해졌다.

유능한 여자 후배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들어 하다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이진철 상무보는 “가정과 육아는 시간이 흐르면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출산 후 3~4년 정도만 잘 견뎌보라”고 조언했다. 이진철 상무보는 지금도 평일에는 회사에 충실하되, 주말이면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그를 끌고 온 것은 초일심 최후심(初日心 最後心), 즉 처음의 마음가짐이 최후의 마음가짐과 같아야 한다는 좌우명이다. 이진철 상무보는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하는 순간 일과 사람 모두가 자신에게로 왔다고 회상한다.

 

현대중공업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 발을 내딛는 이진철 상무보.

 

직무에 대한 소명의식과 회사에 대한 남다른 주인의식으로 신입사원 때부터 열심히 달려온 그는 회사가 중대한 고비에 놓여있는 지금, 본인의 노력이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새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