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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사람들 - 모르는 사람이 돼버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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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 (현중가족글마당)현대미포조선 임연호 사우

 

지난 설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을 때,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를 마주쳤어요.

 

반가운 마음에 1시간 정도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죠. 우리는 초등학교 때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해서 친해지기 어려웠다는 둥, 발표만 시키면 울었다는 둥 추억을 되짚었어요.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극도로 소심했던 어릴 적의 내 모습이 떠올랐고, 그 성격을 어떻게 극복했었는지도 어렴풋이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우리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서로의 근황을 물었어요.

 

그러던 중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여느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친구의 모습에 ‘지금껏 내가 선택했던 방향들이 최선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금 지나친 사람, 아는 사람 같은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초등학교를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매번 특정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또 지나쳐 왔어요.

 

초·중·고 때는 같은 학년 같은 반, 대학교 때는 같은 학과라는 이유로 함께 수업을 들으며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친했던 친구들이 있었죠.

하지만 졸업이라는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각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고, 살아가는 모습이 천차만별 달랐던 만큼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이나 주변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항상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견문을 넓히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나는 작년까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여행을 다녔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살아왔어요.

친구 - 이미지투데이(유료) tip034t021085

 

그러나 이번 설을 보내면서 올해만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과거의 나를 좀 더 잘 아는, 또 나에 대해 포장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친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모르는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나며 과거에 있었던 일들과 내가 변했던 계기 등을 정리하고 조언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깐이라도 새로운 것을 기대하면서 앞만 보는 것이 아닌, 옛 친구들과 만나서 추억도 곱씹으면서, 내가 선택하고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저는 휴대전화 속에 숨어 있는 ‘모르는 사람’이 돼버린 친구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