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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I 사람들 - 장모님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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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현중가족글마당)현대중공업 이제수 기장

 

여름휴가나 생신 때 처갓집에 가면 장인 어른과 장모님께서는 자식들이 오는 것을 무뚝뚝하게 반기시면서도 흉을 보고 서운한 것을 비롯해 아픈 곳을 이야기하셨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자식들에게 힘든 것을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고자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장모님께서는 무뚝뚝하시지만 속정이 깊어 항상 머리 속에는 자식들 생각만 있고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집에 돌아올 때 차가 구멍이 나도록 본인이 힘들게 농사 지으신 고구마, 고추, 감자 등을 한 보따리나 주시고는 하셨어요. 그런 장모님께서 2020년 사월 초파일에 그만 눈을 감으셨습니다.

이제수 기장

△ 현대중공업 이제수 기장(2014년 '전사 제안왕' 선정 당시 촬영)

 

수 천평 논과 밭에는 고추, 참깨, 땅콩 등을 심어놓고 장인어른만 홀로 남겨둔 채…. 제대로 편하게 살아 보지도 못하시고 농사일로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머나먼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당장 자식들은 장인어른을 어떻게 모실까 걱정이 앞섰어요. 가족 회의가 시작됐고 오랜 회의 끝에 결론이 났습니다.

 

가족들은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장인 어른이 드실 반찬을 해가도록 룰을 정했어요. 장모님도 안 계신데, 장인어른께서 홀로 식사는 잘 하시고 계시는지 걱정이됩니다. 장인어른께서 동이 트기 전 새벽부터 논과 밭일을 하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서글퍼지네요.

 

장인어른은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 청소부터 온종일 밭에 가서 고추를 따고 땅콩을 캐시죠. 농사일이 어디 끝이 있겠습니까?

주말에 잠깐 장인어른을 도와드리는데도 힘이 들더라고요. 매번 자식들이 농사일을 그만 두시라고 해도 장인 어른은 놀면 무엇 하냐고 하시며 농사일을 쉽게 포기하시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장인 어른께서는 저금통장에 돈 모이는 재미로 농사일을 하시는가 봅니다. 가끔 아내가 장인 어른께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시냐고 하면, “오늘은 열무를 해서 비빔밥을 해먹었다”느니 “점심과 저녁은 어떻게 먹었네”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하시곤 합니다.

 

장모님 살아 계실 적에는 장인 어른께서는 밥도 할 줄 모르시고 반찬도 할 줄 모르시고, 오로지 장모님께서 해주시는 밥과 반찬을 드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홀로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시나 봅니다.

장모님께서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더 자주 찾아 갔어야 했는데 지금에서야 후회가 밀려오네요.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했는데 이제 나에게는 장모님이 안 계셔요. 처갓집에 가도 장모님처럼 따스하게 반겨주는 사람이 없네요. 장모님이 돌아가신지 몇 개월이 안됐는데 많이 보고싶고 그리워져요. “장모님 빈자리가 아주 크게 느껴집니다. 사랑했습니다 장모님! 오늘 따라 아주 많이 보고 싶네요.”

 

장모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