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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겸재 정선의 그림 속으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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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2

- 천 원짜리 지폐 뒷면에도 있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 ‘계상정거도’

겸재가 반한 명산의 절경

겸재 정선은 1733년에서 1735년까지 청하 현감을 지내면서 청하 고을의 ‘청하읍성도’와 내연산의 비경을 담은 ‘내연삼용추’,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 등의 진경산수화 작품을 남겨 놓았어요.

겸재 정선이 거닐었던 진경산수화의 발자취를 따라 길을 가봐요. 포항 내연산은 보경사로 더 많이 알려진 곳으로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는 왕복 6킬로미터에요. 어느 계절에 가도 뚜렷한 사계를 볼 수 있는 곳이죠.

12폭포로 유명한 이곳은 보경사에서 출발하여 쌍생폭포부터 보현, 삼보, 잠룡, 무봉, 관음, 연산폭포에 이르기까지 깊은 계곡과 시원하게 뛰어내리는 폭포, 우뚝 선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한데 어우러져 이곳을 찾는 이에게 아름다운 풍광을 아낌없이 보여줘요.

내연산은 겸재정선이 금강산보다 아름다운 경관이라 말하며 화폭에 담았던 곳이다. 연산폭포, 관음폭포, 잠룡폭포를 연이어 그린 ‘내연삼용추도’, ‘청하내연산폭포도’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죠.

‘내연삼용추도’의 그림 속에는 세 개의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어요. 육안으로 실물을 보자면 연산폭포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데 겸재는 한 폭에다 모두 보이는 것처럼 그려놓았죠.

그림에는 관음폭포에서 연산폭포로 가는 다리가 나무사다리지만 지금은 적교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폭포를 찾는 이를 반기고 있어요. 연산폭포 앞 바위 안쪽 벽에는 정선이라는 각자가 새겨져 있죠.

 

면사무소를 지키는 300년 된 회화나무

겸재 정선의 그림 속을 들여다 볼 가장 좋은 곳은 선일대 전망대에요. 선일대는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에 내려와 삼용추를 완성한 후 이곳 선일대에 올라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죠.

기암절벽에 살짝 가려진 연산폭포는 보이지 않지만, 관음폭포와 무봉폭포, 학소대와 비하대 등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세와 폭포의 장관을 만날 수 있어요. 선일대 오르는 길은 대부분 데크로 이어져 있어 오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선일대까지 아이들과 오르기가 힘이 들면 반쯤만 올라도 기암절벽 위에 있는 풍경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죠.

옷을 벗은 겨울 산은 모든 윤곽을 선명하게 보여줘요. 우뚝 솟은 바위와 계곡, 폭포 군데군데 있는 침엽수, 새들의 움직임까지도 볼 수 있는 계절이죠.

내연산 보경사 주차장에서 청하읍면사무소까지는 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요. 청하는 사계절 내내 소나무 길 맑은 기운 가득 한 곳이죠. ‘청하읍성도’에 그려진 나무는 이곳 청하읍면사무소 마당 한가운데에서 300년 동안 문지기처럼 서 있어요.

입구에는 겸재의 ‘청하읍성도’ 그림이 붙어 있어 옛날과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지만 큰 틀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청하면사무소와 청하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일대는 원래 ‘청하읍성’이 자리한 곳이에요.

청하읍성의 규모는 둘레 1천353척, 높이 9척에 우물 2곳이 있었다고 해요. ‘청하읍성도’를 통해 성의 높이를 눈으로도 가늠 할 수 있죠. 읍성도는 대부분 밭으로 변해 허물어졌지만 낮게 쌓여 있는 흔적으로 그때를 회상해 볼 수 있어요. 돌에 붉게 새겨진 ‘예안’이란 글씨는 예안에서 보내온 돌인지 궁금해요. 돌을 보면서 천 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는 ‘계상정거도’의 도산서원이 떠올라요.

 

맑은 물과 바람, 투명한 햇살 머금어

관송전은 청하중학교 교정에 남아있는 솔숲으로, 교정 한편의 커다란 바위에는 ‘관송의 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소나무 수령이 80~200년 가까이 된 숲길을 걸어요. 소나무의 향기 속에서 겸재 정선의 정신을 느껴져요.

관송전 숲의 동북쪽에는 활 쏘기 훈련장이 있었다고 해요. 마을 이름을 활터라는 의미에서 사장(射場)터라 불렀는데 어감이 좋지 않아 관덕(觀德)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다고 해요. 활 쏘기를 살기(殺氣) 띄운 무술로서가 아닌 덕을 품고 과녁을 봐야 한다는 의미를 살린 것으로 ‘관송전(官松田)’은 이름 그대로 관 소유의 솔밭이라는 뜻이죠.

당시 관송전은 지금보다 숲이 훨씬 넓었고, 학교 주변으로 들어선 건물 위치도 전부 숲이었다고 해요.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벌채되거나 개간돼 약 10㏊에 달하였던 숲이 현재는 0.8㏊ 남아있는 상황이에요.

현재 청하중학교 재단인 관송교육재단과 관송전과 이웃하고있는 기청산식물원이 숲을 인수해 이곳을 보전하고 있어요.

2000년도에는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학교숲 부문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죠.

기청산식물원도 둘러볼 만해요. 서울대 농대 출신의 수필가 이삼우 원장이 50년간 옹골차게 가꿔 온 무릉도원 숲을 거닐며 그의 삶과 지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죠.

포항은 산과 바다 그리고 조선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을 품고 있어 더욱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에요. 간편한 음식을 준비해서 아이들과 겸재의 진경산수 그림을 나누며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으로 남길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