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 자녀와 함께, 경주 향교 전통문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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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1
아늑하고 예스러운 풍류 속 고즈넉한 하룻밤의 추억...
가을에는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고요한 시간을 가져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천년 고도 경주에 저렴한 비용으로 한옥스테이를 하며 전통문화 체험까지 해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유서 깊은 한옥에서 즐기는 하룻밤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에 위치한 교촌마을 깊숙이 경주향교가 자리잡고 있다.
682년, 신라 신문왕이 이곳에 ‘국학(國學)’을 세운 뒤, 고려시대에는 ‘향학(鄕學)’으로, 조선시대에는 ‘향교(鄕校)’로 이름을 바꾸며 긴 시간 동안 지방교육의 중심 역할을 한 곳이다.
오늘날에는 부설 교육원을 세워 소학, 대학, 논어, 서예, 시조, 가야금 등 유교문화에 기반을 둔 교양강의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전통문화 체험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1박 2일간 진행되는 ‘경주향교 스테이’는 3끼 식사를 포함해, 떡메치기, 국궁(國弓), 다도, 민속놀이 등을 직접 배우고, 향교에서 고즈넉한 하룻밤도 보낼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나, 색다른 추억을 쌓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게다가 경주향교는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이뤄진 교촌마을을 포함해 첨성대, 오릉, 최씨고택, 월정교지 등 유명한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제격이다.
성년식, 전통혼례 등 다양한 체험
꼭 1박 2일간 머물지 않아도, 성년식, 전통혼례, 한문서당, 국궁, 다도, 떡메치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취재를 위해 경주향교를 방문한 날, 마침 선덕여고 1학년 학생 30여명이 전통 성년식 체험을 하고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 같다.
성년식은 손을 씻은 후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아 쪽을 지은 다음, 차를 마시며 빈(賓)으로부터 덕담을 듣는 전통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년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정아영 양(선덕여고 1학년)은 “멀게만 느꼈던 전통의례를 직접 체험해 보니 재밌었고,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전통혼례 시연회가 열린다. 명륜장 마당에 음악이 흐르고 오방색 천막이 하늘에 펄럭이면 신랑신부를 맞이한다. 구경꾼들도 삼삼오오 혼례장에 모여든다.
사모관대(紗帽冠帶)를 쓴 신랑과 연지 곤지로 단장한 신부가 절차에 따라 혼례를 치른다. 먼저 신랑이 가마를 타고 신부의 집으로 와 장모에게 기러기를 드리고, 신랑신부가 서로 절을 한 후 같은 술잔에 술을 나누어 마신 뒤 조상, 부모, 하객에게 인사하며 식을 마무리한다. 신청을 하면 실제 전통혼례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혼례가 끝나면 떡메치기가 이어진다. 방금 만들어진 말랑말랑한 인절미와 혼례에 쓰인 과일, 다식, 식혜 등이 하객들을 위해 공반상(잔칫날 쓰는 넓은 상)에 차려졌다. 상을 받으니 어릴 적 잔치가 있는 날이면 다 함께 멍석 위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속속 눈에 띄었다. 경주향교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문화가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무척 궁금했다.
솔향기 가득한 한옥에서 여유를 즐기며 교촌마을의 나지막한 담장 길을 감상하고, 어스름한 저녁 가을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 받는 곳.
올 가을, 경주향교에서 전통의 향기 가득한 하루를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취재: 김숙희 주부리포터 / 편집: 기업블로그 운영팀
♦ 경주향교 스테이
비용 : 어른 3만원, 학생 2만원
체험 내용 : 성년식, 예절학교, 제의례, 전통혼례, 세시풍습, 한문서당, 국궁, 떡메치기 등
정원 : 1회 20~30명 내외(접수순 모집)
찾아가는 길 : 경상북도 경주시 교촌안길 27-8
예약 및 문의 : ☎054-775-3624 / 홈페이지 : http://www.hyanggy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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