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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우리 지역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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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가까이 있지만 그 의미나 가치를 잘 모르는 울산의 문화유산을 소개해드리는 시간~

오늘은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칼럼 준비해보았습니다.

 

선사시대, 그들의 흔적을 엿본다!

우리가 사는 울산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반구대 암각화’를 꼽는다. 그렇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수준의 선사시대 예술품이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다. 그전까지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고, 그저 주변 마을의 노인들을 통해 바위 면에 새겨진 알 수 없는 그림 정도로 취급되었다.

 

1971년 발견, 우리나라의 국보가 되다

전국 곳곳의 불교유적지를 조사 중이던 동국대학교 박물관 팀이 1971년 울산지역의 불교유적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마을 노인들로부터 우연하게 바위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말을 듣고 현지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이 내용은 신문지상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탁본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여기에 더하여 전국 각지의 박물관과 연구기관들까지 탁본 대열에 가세했다. 그래서 웬만한 박물관에 반구대 암각화 탁본이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무분별한 탁본으로 인해 바위 면이 약화되었고, 암각화가 발견되기 수년 전에 만들어진 사연댐에 의해 매년 물 속을 들락거리면서 보존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후 20여년이 지난 1995년 마침내 국보 285호로 지정되면서 울산의 문화재에서 대한민국의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또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포경도시 울산’을 나타내는 트레이드마크

그렇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반구대 암각화는 왜 중요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반구대 암각화에 담겨진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울산은 우리나라 포경산업의 메카였다. 장생포는 울산을 찾는 많은 이들이 고래 고기를 대표음식으로 꼽을 만큼, 우리나라 고래고기의 일번지이다. 일찍이 고래를 잡아왔던 울산의 저력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울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너비 10m 가량의 바위 면을 캔버스로 삼아 그려진 선사시대의 예술작품인 반구대 암각화는 대개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양한 종의 고래 그림과 사슴을 비롯한 육상생물 그리고 인물상 등이 빼곡하게 채워진 바위 면에는 매끈한 바위 표면을 단단한 돌을 정으로 삼아 일일이 쪼아서 300여 점의 그림을 새겼다.

그림의 내용들은 당시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실들을 묘사한 것이다. 고래와 육상생물들은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이들 생물들을 포획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선기술을 비롯하여 작살, 활 등 여러 가지 도구류가 발전하였다.

 

암각화, 선사시대 삶의 흔적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면서, 아울러 바다를 포함한 야생에서의 풍요로운 먹거리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원하는 신성한 행위의 결과물이다. 즉 반구대 암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선사시대 인들의 바람과 기원을 신에게 전하기 위한 매개물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암각화가 발견된 대곡천 주변의 깎아지른 절벽 면은 새벽녘의 안개 속에서 보면 신령스런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주변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신성한 곳으로 경배되던 곳이었을 것이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모여서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던 신성한 장소가 아닌가 추정해 본다.

이렇게 신성한 장소였던 반구대 암각화가 이제는 단순한 볼거리 정도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단순히 소풍이나 대학생들의 답사코스 정도의 볼거리가 아니라,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도심 생활에 찌든 우리들의 심금을 정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암각화박물관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문명 이전의 자연과 교감하고, 또 신석기시대의 삶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자연 명소로서의 반구대 암각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구대 암각화가 오래오래 잘 보존되어 우리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길이 전해지기를 기원한다.

 

 

글: 김영민 (울산대학교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