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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가깝고도 먼 그곳, 봄기운을 만끽하다!(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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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0

[사진]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1) - 입구


포항 호미곶의 해맞이광장에 유채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주말 그곳으로 봄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바닷바람, 파도소리를 즐기고 싶어, 고속도로가 아닌 해안도로를 따라 울산에서 포항으로 올라갔죠.

한 시간 반 남짓 운전했을까요?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저는 구룡포에 차를 세웠습니다. ‘구룡포’란 표지판을 보고는 곽재구 시인이 이곳 골목길을 ‘꽃’에 빗대어 칭송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구룡포의 골목길을 떠돌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서울의 달동네라고 말한 어느 서양 건축학자의 매력적인 지적이 이곳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알게 된다.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꿈, 가난, 숨결들.
 삶의 시간들이 피워내는 가장 따뜻한 형상의 꽃들이 동해의 푸른 물살과 수평선 위에 펼쳐진다.

(곽재구,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

 

저 역시 이곳을 둘러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채꽃이 한순간에 피고 지는 반면, 구룡포의 골목길은 오랫동안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진]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2) -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

 

무척 아름답지만 마땅한 이름이 없던 구룡포의 골목길. 이곳은 지난 2012년부터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거리는 일제강점기 때 어종이 풍부한 구룡포로 일본인들이 몰려들면서 정착한 곳인데요. 1945년 일제의 패망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면서 오랜 세월 방치됐다가 최근에 포항시의 주도하에 새롭게 단장됐습니다.

폐허가 된 가옥을 복원해 일본식 찻집과 식당으로 운영하고, 도로와 진입로를 재정비함으로써 당시의 거리를 재현하고 있죠.

[사진]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3) - 구룡포 근대역사관

 

그 옛날 구룡포에서 가장 부자였던 하시모토 젠기치. 그가 살았던 일본식 2층 목조가옥은 현재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역사관에서는 100년 전 일본인들의 구룡포 정착 상황과 생활모습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여기를 방문하면 역사적 지식을 쌓으며, 여러 가지 느끼는 바가 클 겁니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아픈 역사도 사실 우리의 유산임을 깨닫습니다. 과거를 분명하게 알아야 제대로 된 오늘을 살 수 있으니까요.

또한 쓰디쓴 괴로움을 얼마나 잘 견디고 승화시키는가가 우리 미래를 더욱 밝히는 것 같습니다. 사우 여러분도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힘들 텐데, 희망을 믿고 꿋꿋하게 견뎠으면 좋겠습니다.

[사진]호미곶 유채꽃밭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호미곶의 유채꽃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해돋이로 유명한 호미곶에서 오히려 일몰을 감상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 이 글은 현대중공업 김대영 사우가 2018년 4월 중순 포항 구룡포와 호미곶을 방문한 후 작성한 기행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