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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은행 잎이 수놓은 한폭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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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 (우수상1) 충북 영동의 보물 ‘천태산’

 

영동(永同),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네요. ‘영동’하면 제일 먼저 강원도 태백산맥을 떠올릴 텐데요.

그러나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가 한데 만나는 지역에도 영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영동 사람이라도 쓰는 사투리가 제각각인데요. 특히, 충북 영동의 황간면에서는 “영동 사람도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경상도 억양이 유독 강합니다.

충청도 말에 가깝던 제가 황간 지역에 살던 학교친구들을 만나, 대화하기 힘들어 애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 유년 시절도 벌써 추억이 됐습니다.

손민정 대리(1) - 천태산 전경

 

제 고향은 황간에서 사뭇 떨어진 충북 영동군 천태산(양산면 누교리) 인근입니다. 조금만 지나가면 충남 금산군이죠.

천태산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봤던 풍경 그대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요.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물줄기와 산맥들은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아기자기한 바위와 맑은 강물, 울창한 숲을 거쳐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상쾌하고, 바람소리 또한 어떤 음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청아합니다.

요즘도 답답한 마음에 산 정상에 오르면, 그 아름다움에 제 가슴이 금세 뻥 뚫립니다.

 

 

가을 단풍에 감탄

천태산은 해발 715m의 나지막한 산입니다. 그렇다고 얕봐서는 안 돼요.

등산 코스에 따라 난이도가 확연히 나뉩니다. 가장 힘든 A코스에서는 암벽에서 로프를 타고 등산해야 하는 스릴을 맛보게 됩니다.

대신, D코스에서는 울창한 수림길을 따라 비교적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손민정 대리(2) - 천태산 폭포

 

천태산 입구에 들어서면, 천태동천의 깨끗한 물소리가 등산객을 맞습니다. 이후, 진주폭포와 삼단폭포를 거치면, 신라시대에 창건했다고 알려진 ‘영국사(寧國寺)란 절을 만나게 되죠.

입구에서는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가 영국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천살이라는데, 영국사와 운명을 함께하는 나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손민정 대리(3) - 영국사와 은행나무

 

천태산에는 이색적인 바위들이 많습니다. 그중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삼신할멈바위’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신혼부부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거대한 화강암반 위에 세워진 망탑봉 삼층석탑(보물535호)도 눈길을 끌죠. 이밖에도 영국사 승탑(보물 532호), 원각국사비(보물 534호) 등의 문화재가 천태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손민정 대리(4) - 천태산 할멈바위

 

천태산은 정말 많은 보물을 간직한 명산입니다. 주차장에서 산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가을만 되면 단풍으로 절정을 이뤄, 영국사 앞에서 은행잎을 보려고 했던 관광객들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충북의 설악산’이란 별칭이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음률가인 박연(朴堧) 선생이 태어난 곳도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요.

어쩌면 천태산의 바람소리와 자연경관을 벗 삼은 덕분에 그가 궁중음악까지 집대성하는 업적을 세웠는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은 ‘나의 고향 답사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손민정 대리(현대중공업)의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