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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소확행을 찾은 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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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 교토 오하라

 

‘일본의 경주’라고 불리는 교토. 그 교토 시내 중심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오하라(大原)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교토 역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 경사진 도로를 오른다 싶을 때 창밖을 보니, 어느새 뾰족하게 솟은 침엽수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네요.

좁은 산길을 따라 계곡과 시골집들이 줄지어 있고, 그 틈새를 메우듯이 짙푸른 나무와 풀들이 가득한 도로는 소박한 멋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점에 오하라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사실 오하라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왕 간 여행이니 한국에서 보지 못한 것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요. 오하라는 작은 시골마을 안에 볼 것이라곤 다닥다닥 붙어있는 몇 개의 절들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오하라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그 몇 개의 절들 때문이었습니다.

 

[사진]교토 오하라(1) - 산젠인 수국
△ 산젠인 가는 길에 만난 수국

 

시골스러운 상점들을 구경하며 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가장 첫 번째 사찰인 ‘산젠인(三千院)’. 이곳은 절이라기보다 오래된 고택 같은 건물의 곳곳에 작은 불단을 모셨습니다.

향냄새가 배인 나무 복도의 끝,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마루처럼 확 트인 공간의 밖에 펼쳐진 고즈넉한 정원은 산젠인의 자랑입니다. 몇 평 되지 않을 것 같은 정원 안에는 나무와 덤불과 꽃과 연못이 저마다의 조화를 이루고 서 있습니다.

 

그 중에 압권인 것은 푸르게 끼인 이끼입니다. 건물 안을 쭉 둘러보고 뒤쪽의 불당을 통해 나오면,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나올 법한 길쭉길쭉한 삼나무들과 이끼 정원이 넓게 펼쳐집니다. 그 녹색 일색의 풍경 가운데 가만히 서 있노라면 여기가 현실인지, 아니면 만화 속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지네요.

 

[사진]교토 오하라(2) - 산젠인 이끼정원
△ 산젠인 이끼정원

 

산젠인에서 한껏 푸르름을 만끽하고 나서 다음에 간 곳은 ‘호센인(寶泉院)’입니다. 산젠인이 그래도 몇 칸 기와집이라면, 호센인은 커다란 마루와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작은 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젠인은 어엿한 사찰이지만 호센인은 주지 스님이 사는 숙소였기 때문이죠.

호센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커다란 마루의 벽 세 면을 꽉 채운 액자 정원입니다. 넓은 창문의 문틀이 액자의 틀 역할을 하고, 바깥의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틀을 꽉 채웁니다.

 

[사진]교토 오하라(3) - 호센인 액자정원
△ 호센인 액자정원

 

입장권에 포함된 말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으니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잡생각들이 일제히 사라지고, 들리는 물소리와 여름 벌레 소리, 바람에서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까지도 풍경의 일부라는 것을 절실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그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호센인의 액자 정원을 '떠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아 반칸엔(盤桓院)이라고 부른다는 말에, 적극 동의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오사카 여행이라고 하면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볼거리, 화려한 옛 건물들과 성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하라는 그런 굵직굵직한 관광 일정이나 목적지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보람찬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확실한 임팩트가 있는 오하라야말로 그 어디보다 '소확행'에 어울리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이 포스트는 현대미포조선 한아름 사원의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