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 걸음걸음 ‘가을’을 곱씹으며
- 현재위치
- 2018-11-05
- 포항 ‘내연산 단풍’
“
봄! 여어~르음~
가을! 겨어~우울~
”
지난 주말이었어요. 한 라디오에서 가을의 짧음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더군요.
그때, 제법 쌀쌀한 날씨에 두텁게 입고 태화강 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이 멘트를 듣고는 헛웃음을 짓다가, 조만간 겨울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에 쓸쓸해질 때, 현대중공업 김대영 사우가 내연산에 왔다며 단풍사진들을 보내왔습니다.
포항에 위치한 내연산은 울산-포항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울산에서 1시간 반이면 다다를 수 있는데요. 당일치기로 들르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이죠.
김대영 사우의 말에 따르면, 내연산은 단풍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 입구에 위치한 보경사까지 가볍게 걷고 되돌아갔다는데요. 하지만, 김대영 사우는 좀 더 올라가 내연산의 폭포까지 둘러보면서, 올 가을 단풍을 제대로 즐겼다고 합니다.
내연산의 폭포는 무척 맑고 깨끗해요. 지금은 울긋불긋한 단풍까지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랐대요.
그는 시원한 폭포수를 바라보면서, 마음속 티끌까지 시원하게 씻어냈다고 했습니다.
문뜩, “잠깐의 고단함을 참는다면, 신의 선물을 얻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김대영 사우가 남들처럼 보경사에서 발길을 돌렸다면, 내연산 12폭포길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을까요?
산에 오르는 사람이 위험한 길을 겁내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등산의 목적을 성취할 수 없다.
힘들수록 더욱 용기를 내고 전진하여
어려움을 참아내고 산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만해 한용운 ‘채근담 해설’ 中)
귀찮고 피곤해서 단풍 구경을 포기한 사우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 분들께는 가까운 곳이라도 걸으면서 가을을 즐기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바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단풍나무 아래서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곱씹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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