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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반갑다! 어디로 여행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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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5

- 봄꽃 '톡' 연둣빛 새순 '빼꼼'

 

봄은 마치 꽃들의 장터 같아요. 매화, 산수유, 동백, 유채, 진달래 등이 우르르 몰려 나와 판을 벌이죠.

자태도 향도 하나 같이 빼어나 눈이 즐겁습니다. 꽃에 버금가는 봄날의 주인공은 또 있는데요. 연둣빛 새순입니다.

‘아기 새’의 혓바닥처럼 돋아 산천을 등불처럼 밝힙니다. 차마 찬란해 보기조차 버거운 풍경이죠. 고양이 하품하듯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봄 속으로 들어가보세요.

붉거나 노란 혹은 하얀 꽃들과 연둣빛 새순이 벌이는 잔치. 그곳에선 몇 시간이고 주저앉아 한눈 좀 팔다 와도 좋겠습니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
매화꽃 폭설처럼 내린 푸른 물가

2천500여 개의 장독대가 즐비한 광양 청매실농원 전경.  앞으로는 섬진강이 넘실댄다.

 

때로 풍경은 눈부시다 못해 차라리 슬프게 만들죠. 섬진강 하구 비탈에 있는 매화마을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주민들이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 하나 둘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는 곳. 십수 년이 흘러 어느새 강물을 환히 비추는 매화 밭이 되었는데요. 그런 매화마을이 어느 때보다 특별해지는 순간이 봄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수십 그루의 매화나무가 한꺼번에 툭 틔운, 그 몸 하얀 매화꽃의 향연을. 그야말로 폭설 내린 것처럼 강가 산비탈이 다 환합니다. 봄날에 매화마을을 찾는다는 건 황홀한 매화 밭에 폭 잠기러 간다는 뜻인데요.
꽃이 질 무렵엔 눈(雪)처럼 펄펄 날리는 꽃잎 아래 선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감상 포인트는 마을 가장 높은 자리에 둥지를 튼 청매실농원. 섬진강 푸른 물줄기에 발치를 둔 청매실농원은 강과 산, 꽃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5만여평 규모의 매원입니다.
항아리 2천500여개가 도열한 매원 마당을 중심으로 매원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어떤 길은 여염집 아낙네의 가르마처럼 정갈하고, 어떤 길은 몽실몽실한 운해 속을 흐르는 듯 몽환적으로 느껴지는데, 여기에 일부 꽃밭에서는 청보리까지 자라 참 곱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하얀 꽃구름 속을 휘돌다 보면 길 끝에서 초가집을 만나게 되는데요.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었던 이곳에선 마음이 충분히 쉴 수 있을 만큼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대청마루가 섬진강을 향해 있어 꽃밭 너머로 윤슬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마치 강에 흩뿌려진 별들이 수런거리는 걸 가만히 지켜보는 것처럼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 같죠?
올해 매화축제는 3월 8일부터 17일까지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경기 안산 풍도
흔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 야생화 섬 

안산 풍도에서 만난 복수초. 3월 초·중순경 꽃이 튼다.

 

복수초며 노루귀 같은 야생화는 3월 초·중순에 꽃을 피웁니다.
대부분 개체 수가 적어 쉽게 볼 수 없는 꽃들이지요.
하지만 풍도에서만큼은 다릅니다. 대부도에서 남서쪽으로 2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풍도는 소문난 꽃섬인데요. 1.84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섬 면적의 반 정도가 야생화로 넘실댑니다. 특히 노루귀, 복수초, 풍도대극, 붉은대극, 풍도바람꽃 같은 야생화가 지천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 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꽃들을 만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섬을 한 바퀴 걸어 도는 것입니다.

추천 트레킹 코스는 선착장~풍도분교~풍도마을~후망산(은행나무~군부대)~북배~풍도등대~선착장까지 5.1킬로미터(㎞).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30여분이 걸립니다. 이중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자리는 야생화가 밀집한 후망산이 있습니다. 노란 아기곰 같은 복수초를 시작으로, 솜털이 인상적인 노루귀와 눈부시게 흰 풍도바람꽃이 줄줄이 이어지며 북배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풍도대극도 지천입니다.

다만 풍도대극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제법 가파른 길을 타고 내려가면 북배에 닿습니다. 풍도 서쪽 해안에 있는 북배는 ‘붉은 바위’를 뜻하는 붉바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바다 건너 도시를 바라보며 오래 머물기 좋은 자리입니다. 배는 인천에서 안산 대부도를 거쳐 풍도까지 하루 한 번 정기여객선이 왕복 운항합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 30분 서해누리호가 출발해 10시 30분에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거쳐 풍도로 들어갑니다. 인천항에서는 2시간 30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요.

3월엔 찾는 인파가 많아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island.haewoon.co.kr)에서 미리 배편을 예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봄날은 나비처럼 노랗게 온다
 

이맘때 구례 상위마을은 산자락이며 물가, 들녘, 마을 고샅 까지가 모두 노란 봄 속이다.

 

섬진강 너른 품에 안겨 구례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샅길, 개울가 곳곳에서 노란 꽃무더기들이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보기엔 노란 개나리꽃 같지만 작은 몸채의 이 꽃이 바로 봄의 전령인 산수유꽃인데요.
작가 윤대녕씨가 ‘마른 가지에 뿌옇게 튀어 올라 비구니 애처로운 머리통에 비죽비죽 돋는 머리칼 끝들을 생각나게 한다’던 바로 그 꽃입니다.

산수유 노란 꽃길은 물 좋기로 유명한 지리산온천랜드에서 지리산 만복대 기슭에 있는 상위마을까지 이어집니다. 돌담이 단정한 마을길로 들어서자 곳곳에 샛노란 구름이 피었는데요. 마치 마을 전체가 노란 구름에 갇힌 듯 몽실몽실한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꽃-첩첩, 물-첩첩인데요. 입구에 걸려 있는 작은 다리 왼쪽으로 난 길을 타고 오르자 물소리에 섞여 산수유꽃 향기가 밀려듭니다. 물방울 튀기듯 톡톡 하늘로 기세 좋게 뻗어 있는 산수유꽃 향기는 생각보다 달짝지근합니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군락을 이룬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에 시선이 갑니다. 물속에서 햇살처럼 반짝이는 산수유꽃. 바람이 불 때마다 톡톡 튀는 그 꽃술에 빛이 가득합니다. 계곡을 지나 왼쪽 마을길로도 접어드는데 이 곳은 S자형 돌담길. 구불구불하게 둘러쳐진 돌담 위로 산수유꽃이 터널을 이루어져있습니다. 산수유 가지도 노랗고 돌담도 노랗습니다. 그 속에 든 사람조차 노란 꽃이 되어 미소가 환합니다.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올해 산수유꽃축제는 3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열립니다.
산수유시목이 있는 계척마을과 호젓한 분위기의 현천마을, 계곡이 너른 반곡마을 등에도 산수유꽃이 지천입니다. 

 

 

제주 서귀포 우도
노란 봄이 눈부시게 수런대는 꽃섬

바람 많은 날 우도에 서면, 까만 현무암 사이로 노란 유채꽃 바다가 출렁댄다.

 

제주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무언가 그리운 듯 창가에 바투 서서 망연히 바깥을 바라보게 되는, 되돌아보니 그런 때의 대부분은 3월이었습니다. 그것도 수양버들이 연둣빛으로 환하고, 유채꽃이며 보리밭이 간드러지는 3월 중·하순 무렵이었습니다.
이럴 땐 누구라도 제주행 행에 올라야 합니다. 그리고 주저 말고 우도를 찾아야 합니다.

우도는 제주에서도 봄 빛깔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데요.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돌담이 어디보다 조화롭고, 원색의 지붕 주위가 노란 유채꽃과 초록 짙은 보리로 가득 차 눈부십니다.

하지만 우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유채꽃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도는 꽃향기에 바닷바람이 어울려 한 바퀴 휘돌며 돌아보기 좋은 섬입니다. 특히 우도봉에 올라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검멀레해안이며 서빈백사, 돌칸이 등에서 만나는 봄볕도 유별나게 순하고 환합니다. 누구든 노란 꽃무더기에 오랜 시간 푹 안겨 걸으며 제주의 봄과 마주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방법인데요. 자전거로 돌면 2시간 정도가 걸리고, 우도 올레를 따라 자박자박 걸으면 4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배편 및 운항시간 등은 성산포항여객터미널(064-782-5671, http://www.udoship.com)로 문의하면 됩니다. 성산포항에서 우도까지는 배로 15여분이 걸립니다.

 

 

 

전남 여수 영취산
첫사랑의 애틋함이 기억나게 하는 곳

3월 하순께나 4월 초순께 영취산을 찾으면 진달래 꽃밭에 폭 안겨들 수 있다

 

3월 하순이나 4월 초순의 어느 하늘 맑은 봄날, 어쩌다 이르게 눈 뜬 날, 그런 날엔 주저 말고 영취산(법정 명칭은 진례산, 510미터)으로 길을 잡으세요!
영취산 어귀에는 수천만 년 세월의 절집(흥국사)이 자리하고, 산등성이엔 붉은 진달래꽃이 무성합니다. 정상 동쪽에 있는 가마봉에선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출도 펼쳐지는데요.
그만큼 고운 빛깔의 진달래 군락지(15만여평)와 경쾌한 조망을 품은 곳이 영취산입니다. 트레킹 기점은 한전사옥, 흥국사, 돌고개 등 5~6군데. 이중 돌고개 코스를 이용하면 진달래 군락지에 좀 더 빨리 닿을 수 있습니다.

돌고개~임도~봉우재~도솔암~돌고개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30여 분이 걸립니다. 진달래꽃이 화려한 구간은 개구리바위와 골명재, 정상, 봉우재 주변 등. 이들 군락지가 듬성듬성하지 않고 맞붙어 드넓게 이어집니다. 군락지 어느 한 군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골명재 군락지에 서면 진달래와 활엽수의 연둣빛 새순이 어울려 파스텔톤으로 빛나는 풍경이 보이고, 개구리바위 구간에 오르면 영취산의 최고봉인 진례봉을 비롯한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과 어선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동북쪽으로는 여수국가산업단지와 이순신대교가 쭉 펼쳐집니다.

개화 시기는 3월 20일부터 4월 초·중순까지. 대게는 3월 하순과 4월 초순에 걸쳐 진달래축제가 열립니다. 진달래꽃에 푹 파묻히고 싶다면 봄날의 영취산, 그곳에 서보시길 바랍니다.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꽃 피고 지는 봄, 그 한때

 백련사 부도밭 어귀에서 만난 동백꽃.

 

동백꽃이 아름답게 피고 지는 절집으로는 백련사만한 곳이 드뭅니다.
앞쪽으로 강진만이 호쾌하게 펼쳐지고, 파릇파릇한 보리밭이 멀리서 넘실댑니다. 절을 감싸고 있는 동백나무는 1천500여 그루. 3월 중·하순이면 흐드러지게 피어 동백꽃의 바다를 이루는데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동백나무가 빼곡한 숲은 3천여평. 숲으로 이어지는 길마다 낙화한 동백꽃이 흥건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동백꽃이 제 목을 뎅겅 끊어 툭툭 떨어져 내립니다. 관람 포인트는 부도밭 주변 숲 속. 탐스러운 꽃송이가 붉은 융단을 펼친 것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동백 숲을 마음껏 거닌 뒤에는 백련사 경내에 있는 찻집에 들러 차도 마셔보시길 바랍니다. 만경루 아래 다선원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쪽빛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졸기 좋은 봄볕마냥 따사로울 것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타박타박 산책을 다녀와도 좋습니다. 넉넉잡아 30분이면 다산 정약용이 머물며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다산초당까지 갈 수 있습니다. 본채인 초당은 정약용의 거처였고, 곁에 나란히 앉은 동암과 서암은 그의 제자들이 머물며 공부했던 곳입니다. 동백꽃은 이곳에서마저 붉습니다.

 

 

 * 글:    이시목(여행작가)
* 사진:  이시목, 여수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