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 마음이 어지러우면 무풍한송로 ‘고요를 품다’
- 현재위치
- 2019-04-19
- 자박자박 걸으며
말이 오히려 사치가 되는 고요한 산사(山寺)의 길.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솔 향 가득한 소나무 숲을 지나 갈 때면 바람도 춤을 춥니다. 통도사 무풍한송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에 고요한 즐거움을 불어넣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에 선정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의 하나인 불보사찰(佛寶寺刹,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절)로 유명한 양산 통도사는 입구부터 솔 잎의 은은함이 사시사철 그 향을 달리합니다.
봄엔 만물의 소생과 함께 싱그러운 봄 향기를 내뿜고, 여름 이면 더욱 진한 솔 향기로 더위를 밀어냅니다. 가을엔 주위의 단 풍과 함께 초록의 청청한 내음을 더하고, 겨울엔 눈과 찬바람 속에서도 늘 푸른 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통도사는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아 6곳의 다른 사찰과 함께 ‘2018년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돼 문화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 절입니다.
세계적 문화유산의 통도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무풍한송로 (舞風寒松潞)’는 졸졸졸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계곡을 따라 왼 쪽은 차가 다니고 오른쪽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포근한 솔 숲 길입니다. 겨울의 황량하고 듬성듬성한 산속을 풍성하고 푸르게 지켜내, 이맘때면 든든하고 조화로운 소나무 숲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산림청과 여러 단체가 주관한 ‘제18회 아 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통도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소나무 재선충 예방과 생태계 보 호를 중점적으로 관리해 온 숲 관리 능력을 높이 인정받아 경관 적·생태적·문화적 숲의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입니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걷는 길
뾰족뾰족 솔잎 사이로 햇빛이 쏟아집니다. 햇살이 걷는 내내 따 라 다니더니 어느 새 햇살 받은 어깨가 따뜻해집니다. 숨을 힘껏 들이마시자 폐까지 솔 향기가 차오릅니다. 깨끗한 솔 향기로 정 화한 탓인지 머리까지 맑아지며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내딛는 걸음이 푹신해서 아래를 보니 평평한 땅 위에 떨어진 솔가리가 뒤덮고 있습니다. 땅의 흙빛과 유사하여 쉽게 느끼지 못 했는데 푸른 솔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 솔가리 덕분에 딱 딱함을 못 느끼고 부드럽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왼쪽 차도의 솔 숲이 빽빽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 사람 길엔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라고 소나무 틈새들이 다소곳합니다. 중간의 계곡엔 인물 좋은 바위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 흐르는 계곡물은 바닥의 돌멩이가 둥근지 넓은지 분간될 정도로 깨끗합니다.
배경음으로는 언제 어느 길을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끝도 없고 악보도 없는 자연의 연주곡이 흐릅니다. 통도사 입구부터 약 30분을 걷는 무풍한송로는 걷는 이에 따라, 때에 따라 1시간이 넘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걷다가 목이 마르면 약수터에서 감로수(甘露水)로 목을 축이고,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있습니다. 굳이 눈을 감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복식호흡에 집중하지 않아도 걷는 자체로 명상이 되는 길입니다.
마음을 가다듬는 봄맞이 산책
통도사 무풍한송로에 들어서면 양 옆에 자리 잡은 소나무가 바람을 잠재운 듯 세찬 바람도 누그러집니다. 내딛는 바닥이 온통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도심을 벗어나 실컷 흙을 밟을 수 있 는 곳입니다.
걷다가 지칠 때쯤 솔가리의 푹신한 카펫이 발의 피로를 덜어 주고, 약수터는 목마름을 달래주며, 쉼을 내주는 정자는 기와 지붕의 단청이 아름답습니다.
자연의 냄새를 실컷 맡고, 바람의 장단에 맞춰 흐르는 계곡 물 소리와 산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곳. 무풍한송로에 이제 내 마음만 들여놓으면 됩니다.
고요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솔 숲길에서 맞이한 봄 산 책은 어느새 또 다른 힐링의 시간이자 작은 행복이 됩니다. 두 손을 모으며 걷는 이들의 얼굴에 평온이 가득합니다. 이곳에서만큼은 자연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눠 봄직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도 괜찮습니다. 자박자박 자신의 발걸음에 집중하며 봄맞이 산책으로 마음에 봄을 불어 넣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 포스트는 최선자 현대중공업 주부리포터의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통도사 무풍한송로
· 주소: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 길이: 약 1.6킬로미터(km)
· 문의: ☎ 055)382-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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