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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선정된 경남 의령군 신포 숲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의령군에서 조성 중인 ‘백암정 역사 문화 탐방로’에 포 함된 스트로브잣나무길과 벚꽃길까지 외곽의 갓길 산책로도 덤으로 즐겼습니다. 조용하고 운치 있는 산책로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소나무의 ‘푸른 기상’ 간직한 국가산림자산

산림청은 숲, 나무, 자연물, 유적지 등 산림생태·경관·정서적 가치가 높은 유·무형의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국가산림문화 자산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5곳의 새로운 자산을 선정했고, 그 가운데 경남 의령 신포 숲이 포함됐습니다.

신포 숲은 ‘경남 의령군 칠곡면 신포마을 동쪽을 가려야 좋다’는 풍수설에 따라 조성됐는데,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 등 이 높이 서 있고 배롱나무와 꽃 무릇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100년 이상의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굴곡진 형태와 색깔이 좋고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합니다.

숲 속 팔각정에 올라 아담한 규모의 신포 숲을 둘러봅니다. 숲과 어울려 마을의 일상이 들어옵니다. 조용한 농촌 마을의 넓은 토지엔 보일 듯 말 듯 농부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인근 외양간 송아지의 큰 눈망울에 비춰진 전원의 풍경이 바쁜 농번기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여물을 되새김질하며 뒷걸음치듯 하늘을 쳐다보는 어미 소는 소나무 길게 뻗은 신포 숲이 높은 듯 이내 고개를 내려 노란 민들레를 봅니다. 의령 천을 따라 흐르는 시내는 겨우내 얼었던 시냇물이 반짝거리며 봄 햇살과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쉴틈 없이 흐릅니다.

 

 

감성과 운치 더하는 산책로

신포 숲에서 차로 5분 남짓 국궁로를 따라 가니 의령국궁장인 홍의정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줄지어진 하얀 벚꽃길은 어디까지 뻗었는지 그 끝을 알수 없고, 다른 나무 색깔과 달랐던 푸른색의 잣나무가 즐비해 아담한 신포 숲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습니다.

국궁장을 중심으로 우측 날개는 1.1킬로미터(㎞)의 벚꽃길이 펼쳐져 있고, 좌측 날개는 1.4킬로미터(㎞)의 스트로브잣나무 길이 펼쳐져 봄 하늘을 장식합니다.

바로 옆엔 의령천과 가례천이 흐르고 인근 산엔 조선시대 학자인 퇴계 이황의 처가가 있었던 의령의 이야기를 담은 ‘백암정 역사문화탐방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함께 조성된 산책길이 꽤 길다고 느껴질 때쯤 스트로브잣나무길이 반겨줍니다. 길 양 옆으로 심어진 소나무과(科)의 잣나무는 윤기가 흐르고 부드러운 자태로 운치를 내뿜습니다. 도로변에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기와담장은 덕수궁 돌담길이 부럽지 않을 만큼 고풍스러운 산책길을 제공합니다.
우측 산 아래 하천은 쉬엄쉬엄 가라고 유유자적한 그림을 그립니다. 바위에도, 떨어진 나뭇잎에도 다양한 소리가 입혀집니다. 

1시간 가량을 걷다가 깊게 심호흡하며 어깨와 허리를 펴고 세상을 관망하듯 여유를 부려봅니다.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만 같은 산책길입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볼거리에 ‘눈길’ 

스트로브잣나무길을 따라 걸어서 곽재우 의병박물관까지 가도 좋지만, 차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의령전통시장과 의령구름다리, 충익사가 있습니다. 충익사는 임진왜란 때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큰 공을 세운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휘하 수많은 의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사당입니다.

의병박물관, 의령천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의령의 전망대에 준하는 의령구름다리가 솟아있습니다. 흔들흔들 발 아래에 뚫린 구멍 사이가 무섭긴 하지만 의령의 동서남북 자연경관을 둘러보기엔 알맞은 위치다. 의령천을 따라 끝이 어딘지 모르게 산책길이 조성돼 있습니다.

충익사 맞은편, ‘의령전통시장’의 이정표를 접하니 출출함이 느껴집니다. 여행지의 인심이 두둑한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5일장이 열리는 의령의 전통시장은 특산물인 한지, 한과, 구아바와 각종 약초를 판매합니다.

겨울엔 온(溫) 의령소바(메밀국수)로, 여름엔 냉(冷) 의령소바로 속을 채우고 방부제 없는 망개떡을 손에 넣어 온다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의령엔 부잣길이 있는데, 바로 호암 이병철 선생 생가다. 이외에도 곽재우 장군 생가가 있어 방문객들이 꾸준하게 찾고 있습니다.

요즘 울산에서 함안까지 도로가 뚫리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더 가까운 거리로 의령의 산책길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휴일과 여가를 이용해 산림청에서 선정한 숲도 거닐고 다소 생소한 스트로브잣나무길과 벚꽃길에서 바쁜 일상을 내려놓는 것도 좋겠습니다.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삶에 여유로운 자연이 스며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