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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기차 타고 가는 시골 5일장

현재위치
2019-06-07

- 남창옹기종기시장

덜컹거리는 열차 밖으로 풍경이 느리게 지나갑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상념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엔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색다른 낭만과 정취가 새록새록 피어 오릅니다.

 남창옹기종기시장1

 

 

온기 넘치는 재래시장

울산 태화강 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20분 남짓 지나 남창역에내리면 ‘남쪽의 곡식창고’라 불리는 남창의 오일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창역에서 채 50미터(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3일, 8일 정기 시장으로, 시골장이 주는 넉넉한 볼거리와 기차여행의 운치가 더해져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자극하는 하루를 선물합니다.

남창장의 이름은 ‘옹기종기시장’이다. 주변에 옹기가 많고 넓은 광장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생기 넘치는 시장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어 붙여진 중의적인 명칭입니다. 1970년대 후반 교통의 변화로 다소 침체기에 놓였지만, 2000년대 인근에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2011년에 이름을 남창옹기종기시장으로 바꾸며 시설을 개조하면서 시장은 다시금 활기를 찾게 됐습니다.

지금은 1만1천제곱미터(㎡) 크기의 부지에 127개의 점포가 성업 중인데, 대부분의 시장들이 상가골목을 따라 형성된 것과 달리 바닥이 깔끔하게 정돈된 광장에 난전가게들이 한 눈에 들어와 넓고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또 처음 방문한 사람도 사고 싶은 물건의 위치를 대략 가늠할 수 있어 수고로움이 덜합니다.

 

 

“구수하고 건강한 맛에 반해요”

 남창옹기종기시장2

자그마한 시골역사 앞엔 울긋불긋 초여름 화초들이 활짝 피어 반갑게 손님을 맞습니다. 장으로 들어서는 초입 길목에는 젊은 사람이 솜씨를 한껏 발휘해서 만든 머리핀과 액세서리 가판대며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젊은 층의 옷을 파는 난전가게도 있어 머릿속에 그려진 시골장 풍경과는 사뭇 다른 의외의 모습입니다.

제철을 맞은 표고버섯이 커다란 박스마다 수북이 담겨 있는데 그 신선함이 보는 이의 입맛을 절로 돋웁니다. 파전이며 핫도그, 호떡, 뻥튀기 등 가성비 좋은 주전부리들을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직접 썰어 파는 손칼국수를 한 봉지 사 들고 가족들과 주말 점심을 해결하기도 좋습니다. 묘목과 꽃, 모종을 파는 곳도 넓게 자리잡고 있어 집안으로 봄 화초 하나를 들여 봄직도 합니다.

아케이드 지붕을 얹은 시장에 들어서면 각종 채소와 과일, 더덕, 도라지 등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식재료들이 풍성하게 줄을 지어 시선을 잡아 끕니다.

인근엔 전국에서도 유명한 외고산 옹기마을이 위치하고 있는 터라 옹기 판매도 활발하고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서생배도 많이 사고 팔립니다. 남창장의 공식명칭인 옹기종기시장을 대표하는 ‘옹순이’, ‘종돌이’ 캐릭터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기자기한 시골장의 모습을 더해줍니다. 

 남창옹기종기시장3

 

 

100년의 전통과 역사 켜켜이 쌓여

바닷가와 접한 서생면에서 생산된 해산물과 육지의 곡식 등이 만나는 중간인 지리적 이점에 더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동해남부선 역의 하나인 남창역이 가진 교통의 편리함으로 남창장은 일찌감치 번성했습니다.

장의 형성이 어언 조선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됐고, 한 지역의 시장이었다기보다는 일대를 아우르는 규모가 큰 시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919년 4.8만세 운동(3.1 독립만세운동을 전해 들은 남창의 애국지사들이 남창시장에서 실시한 만세운동)도 이곳에서 일어났고, 1960년대는 인근의 소들이 집결하는 우시장으로도 명성을 날렸습니다.

1980년대 중반 우시장은 언양우시장으로 합쳐지고 중앙에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큰 오일장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시장이 있었던 곳인 만큼 선지국밥, 선지국수가 대표적인 먹거리지만, 우시장이 없어지면서 생겨난 돼지국밥과 이에 곁들이는 남창막걸리 또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장에 가면 한 가득 건강을 안고 옵니다. 지친 마음은 생기 넘치는 장꾼들을 보며 새로운 활력을 배우고, 손에 든 자연에서 채취하여 인위적인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것들은 몸을 이롭게 합니다. 말만 잘하면 덤이 한 움큼인 시골장의 넉넉한 인심과 풍요는 사람의 정이 물씬 느껴지는 흔들리는 완행 열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남창옹기종기시장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