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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백두대간 한기는 묵을수록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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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 여름 별천지 강원 태백

 

여름마다 태백을 찾는 이유는 태백 특유의 냉기가 좋아서였습니다.
물론 태백에도 섬뜩한 뙤약볕은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그늘로든 숨어들면 이내 서늘한 기운이 훅 끼쳐들곤 했습니다.
이따금씩 아침저녁으론 춥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습하고 뜨거운 여름을 피해 숨을 곳이 있다는 건 그렇게 좋았습니다.
언젠가 여름이었습니다. “긴팔 옷 가져 왔냐?” 태백 사람 아무개 씨가 물었습니다.
38도를 웃도는 폭염에 참 뜬금없다 여겨졌으나, 그 날 저는 밤새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야 했습니다.
“고도가 높아 밤에는 춥다니까네.” 태백에서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 있어야 했습니다. 

강원 태백

여름이지만 태백은 폭염을 모릅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입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태백의 8월 평균기온은 26.7도였습니다. 

전국의 한낮 기온이 38도를 웃돌 때에도 태백은 30도 초반의 기온을 유지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태백이 ‘우리나라 피서여행 1번지’로 불리는 까닭은 고원(高原, 평균 해발고도 650미터)에 있어서입니다.

태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도시기도 합니다. 태백산(1천567미터)을 비롯한 매봉산(1천303미터), 백병산(1천259미터), 함백산(1천573미터) 같은 고봉들이 줄을 잇습니다. 그 고봉 기슭에선 어김없이 고랭지 배추가 자라고, 알록달록 야생화와 노란 해바라기가 핍니다. 탄광도시의 흔적이 빼곡한 것도 이 도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최근엔 이 흔적들에 문화콘텐츠까지 더해져 그 풍경이 더욱 뽐낼 만해졌습니다. 여름엔 한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도 시원해 찾는 이가 많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용연동굴도 서늘해 찾기 좋습니다. 태백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이유로 “무더위에 짜증나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태백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습하고 뜨거운 여름을 피해 숨을 곳을 찾는다면 이 여름, 태백 행(行)은 어떨까요. 

 

고원에 초록 바람 불다

매봉산 일대는 여름내 고랭지 채소로 푸르다. 가까이 다가서면, 초록의 장미처럼 예쁜 배추들이 오종종하다.
매봉산 일대는 여름내 고랭지 채소로 푸르다.
가까이 다가서면, 초록의 장미처럼 예쁜 배추들이 오종종하다.


한여름 태백에선 매봉산부터 찾습니다. 산바람 청량하게 부는 매봉산은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병풍 삼아 펼쳐진 하늘정원입니다.

해발 1천미터가 넘는 고원지대라 한낮에도 그리 뜨겁지 않아 좋습니다. 아니, 뜨거웠다가도 금세 서늘한 바람 불어 자주 시원하고 때때로 춥습니다. 이곳에 ‘바람의 언덕’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입니다. 

이 계절엔 그 바람이 푸른 배추밭을 훑고 지나 더 황홀합니다.

태백의 주민들이 돌이 많은 비탈을 일궈 만든 40만여평의 배추밭으로, 배추 대부분이 비탈에 곧추섰습니다. 고된 노동이 꽃으로 핀 듯 장엄한 풍경입니다. 배추를 수확하는 8월 하순 이전에 찾으면 누구라도 이 독특한 풍경 앞에 설 수 있습니다.

매봉산에 배추가 한창일 때, 대덕산 일대에서는 들꽃이 무리지어 핍니다. 들머리는 두 곳. 검룡소 주차장에서 오를 경우에는 분주령(1천80미터)에서 대덕산을 둘러본 후 원점 회귀하면 되고, 두문동재를 들머리로 삼을 경우에는 금대봉을 지나 분주령에서 검룡소 방향으로 하산하면 됩니다.

하지만 대덕산 들꽃 산행의 핵심은 분주령이 아니라 금대봉 일대와 대덕산이니,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거쳐 대덕산~검룡소로 이어지는 ‘들꽃숲길(9.4킬로미터, 4시간 가량 소요, 사전 국립공원관리공단 통합시스템(reservation.knps.or.kr)을 통해 예약)’ 전체를 걸을 일입니다.

다만 어린 자녀들과 함께라면 ‘들꽃숲길’ 전 구간을 걷는 대신, 검룡소만 훌쩍 걸어도 좋습니다. 검룡소는 514.4킬로미터 한강의 발원지로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와 풀, 땅이 뿜어내는 초록이 마냥 싱그러운 곳입니다. 울퉁불퉁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까지 초록으로 빛나는 ‘태백의 오아시스’니, 반드시 찾아 더운 손 한 번 담그고 올 일입니다. 시원한 기운이 온몸으로 들 거니까요.

검룡소보다 서늘한 곳을 찾는다면 용연동굴이 답입니다. 동굴은 여름에 피서하기 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일년 내 평균 11도 내외로 유지하기 때문인데, 용연동굴의 평균 온도는 9도에서 11도입니다. 이는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오소소 한기가 돋을 정도의 온도입니다. 그런 용연동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920미터 지점에 위치한 동굴입니다. 다른 동굴에 비해 종류석이나 석순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분수 쇼가 펼쳐져 볼 만합니다. 특히 동굴 정중앙쯤에 있는 음악분수가 압권입니다.

폭 50미터, 길이 130미터의 대형 광장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리듬 분수를 보고 있노라면 더위 따윈 어느새 ‘남의 동네’ 이야기입니다. 


태백의 여름은 노랗다

사람 키만큼 훌쩍 자란 해바라기 꽃밭에서는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 키만큼 훌쩍 자란 해바라기 꽃밭에서는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떠올려보면 여름날의 색채는 언제나 ‘초록’이었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풍경이 초록 안에 있다는 듯 단조로웠습니다. 하지만 태백의 여름은 달랐어요. 초록 가운데서 노란색으로 반짝 빛나는 땅 하나를 크게 품어 특별했습니다.

그 샛노란 땅의 주인이 바로 해바라기입니다. 어릴 적 집 뜰에서 피던 한두 송이의 해바라기가 아니라, 고원의 널찍한 산허리를 가득 메운 5만평 규모의 해바라기 밭입니다. 이 덕분에 누군가는 해바라기로 ‘여름날의 태백 행(行)이 즐거웠노라’ 장담했고, 어떤 이는 ‘여름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며 태백 행(行)을 기꺼워 했습니다.

그만큼 한여름의 해바라기가 토해내는 노랑이 뜨겁고 강렬합니다. 노란색의 바다는 태백, 그중에서도 고원자생식물원에서 빛납니다. 해발 850미터의 산중턱에 들어서, 이곳에서는 때때로 구름이 몽글거리고 안개가 밟힙니다.

상상해보세요. 안개 뽀얗게 내린 해바라기 밭 사이를 바람처럼 걷는 즐거움을. 가히 빈센트 반 고흐가 반할만한 풍경입니다. 이것이 이 여름, 우리가 태백으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때로 시간은 멈춘 듯 흐른다

탄광촌을 상징하는 ‘까치발 건물’ 앞으로 석탄을 채취하는 광부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탄광촌을 상징하는 ‘까치발 건물’ 앞으로
석탄을 채취하는 광부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늘, 태백의 풍경이 특별해진 데는 ‘시간’이 한몫을 했습니다. 고랭지 배추도, 동굴도, 들꽃도, 해바라기도 시간이 공들여 가꾼것들입니다. 석탄마을로 유명한 철암의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암의 시간은 특히 ‘멈춘 것 같은 풍경’ 안에서 흘러 독특합니다. 철암역의 산만큼 높은 선탄장이나 탄광촌의 상징물인 ‘까치발 건물’ 11채(복원)는 이를 테면 ‘멈춘 시간’의 전형이고, 산비탈을 층층이 깎아 집터를 만든 삼방동마을(철암탄광역사촌) 일대는 ‘흐르는 시간’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호남슈퍼이고 제일다방입니다. 허름한 간판이 걸린 ‘호남슈퍼’와 술집인 ‘젊음의 양지’는 과거 속에 현재를 담아 어엿한 미술관이 됐고, ‘제일다방’ 옥상은 꽤 그럴싸한 목조전망대로 변신했습니다.

철암은 최근 역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V트레인의 종착역으로 활용되면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V트레인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계곡 사이를 달리는 기차로, ‘V’자 형태의 협곡을 돌아본다는 뜻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중부내륙을 달리는 기차 구간 중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는 태백 철암역과 봉화의 분천역 간 27킬로미터 가량을 달리는 기차를 말합니다.

평균 시속은 일반 기차에 비해 턱없이 느린 30킬로미터. 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느린 속도로 충분히 즐기라는 배려에서입니다. 철암역에서 분천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0여분. 기차가 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인 탓에 많은 이들이 분천역과 철암역을 중심에 놓고 즐깁니다. 고원에서 부는 바람을 기차를 타고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니 이 또한 놓치지 맙시다.

 


 

태백의 축제

물놀이

매년 여름, 고원자생식물원에서는 ‘해바라기 축제’를 엽니다. 올해는 7월 26일 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며 해바라기 꽃길 산책부터 조각전, 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집니다. 더불어 압화 만들기와 해바라기 효소 담그기와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됩니다.

개장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축제와 관련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태백해바라기축제 홈페이지(http://www.sunflowerfestival.co.kr, ☎033)553-9707)를 확인하면 됩니다. 해바라기의 개화 상태부터 축제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기간, 태백에서는 ‘한강·낙동강 발원지 축제’가 열립니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를 모토로 한 시원한 축제로, 올해는 황지연못 등에서 7월 20일부터 8월 4일까지 열립니다. 발원수 세족 체험을 비롯해 버블쇼와 오색물풍선 등으로 워터 페스티벌을 엽니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 033)550-2085)

 

태백의 맛집

태백 맛집
태백은 한우가 유명한 곳입니다. 원조태성실비식당(☎033)552-5287), 태백실비식당(☎033)553-2700) 등의 한우 생고기 연탄구이가 담백한 것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춘천닭갈비와 달리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태백식 닭갈비’도 태백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김서방네닭갈비(☎033)553-6378)가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고원자생식물원 앞에 있는 구와우순두부(☎033)552-7124)도 맛있는 곳입니다. 담백한 순두부와 밑반찬으로 곁들여지는 강된장이 특히 감칠맛 납니다.

 

· 글·사진: 이시목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