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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과거로의 여행,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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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묘지 위에 세운 집이 있습니다. 부산 아미동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였습니다.

그런데 광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6·25 전쟁이 일어났고,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떠밀려오면서 집 지을 땅조차 부족하게 되자 이들은 누군가의 죽음 위에 터를 닦고 삶을 이어왔습니다.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산 자와 죽은 자의 기묘한 동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입구 ‘묘지 위 집’ 앞에서 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안내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매장 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무덤에 봉분을 쌓아 올리는데, 화장 문화가 발달한 일본인들은 땅을 평평하게 정리한 다음에 비석을 세우는 방식으로 무덤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피난민들은 비석과 제단 위에 기둥을 세우고 나무 판자를 엮어 집을 지었는데, 그 과정에서 뽑아낸 묘지 비석들이 자연스럽게 축대가 되고 계단 디딤돌이 되는 등 건축자재로 사용됐습니다.

마땅한 재료를 구할 수 없었던 시절이니 비석은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했겠지만, 살기 위해 묘지 위에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람들의 참혹했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남겨진 비석들이 피난민들의 애환과 우리 민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처인 것 같아 순간 울컥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산 자와 죽은 자의 기묘한 동거 속에 낯설고 이상한 형태로 지어진 집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고달픔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비석 속에 새겨진 한자들을 읽어보니 왠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죽음과 삶의 양면성을 반영하는 이 마을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희망을 일구어낸 삶의 터전

“요봐라, 이거이 다 비석 아이가? 참말로 희한한 마을이제?” 계단을 의자 삼아 앉아 계시던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엉덩이를 들어 계단을 툭툭 치시면서 해설사님의 설명을 거드셨습니다. 이렇게 비석마을 골목을 따라 거닐다 보면 곳곳에 박혀있는 비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역사이지만 언제까지나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시대적 슬픔과 절망의 장소였지만 그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으로 꿋꿋하게 버텨낸 사람들이 희망을 일구어온 자랑스러운 삶의 터전인 까닭입니다.

오늘날 아미동은 가슴 아픈 역사를 사람의 온기로 녹이고 세월이라는 약을 덧바르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청에서 주도하는 도시재생,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주민들 또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아픔보다는 소통과 화합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도모해야 하기에 집집마다 예쁜 문패를 달고, 낡은 벽에 산뜻한 그림을 그려 넣고,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아미동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마지막으로 해설사님의 안내에 따라 거친 숨을 내몰아 쉬며 가파른 비탈길 꼭대기에 올라섰습니다.

영도다리와 부산항대교를 중심으로 그 안을 빼곡하게 채운 크고 작은 건물들이 탁 트인 하늘 전망대 위에서 그대로 그림이 되었습니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아마도 그 옛날 고단한 비석마을 사람들에게도 저 푸른 부산 바다, 유난히도 산동네와 가까운 하늘은 분명히 큰 위로와 쉼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에서 되새겨보면 좋겠습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주소 부산 서구 아미로 49
운영 안내
① 현장 접수 : 매주 토, 일 오전 10시, 오후 3시 30분 아미문화학습관 앞 집결
② 전화 예약 : 부산 서구 창조도시과 ☎051)240-4234, 기찻집 예술체험장 ☎051)246-8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