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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녹음 속으로 떠나는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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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7

- 경남 밀양 여행

 

코로나19가 조심스러운 가운데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을 찾아보았어요. 많이 알려지지 않아 발걸음이 뜸한, 그래서 자연과 더불어 힐링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절경

 

밀양은 사람들의 발길 닿는 곳마다 비밀스럽게 햇볕이 따라와요. ‘밀양’(密陽)의 이름에는 ‘빽빽이 볕이 들어차 있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있죠.

 

햇살이 따사로워서일까요? 식물들이 싱그러워 보여요.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 땅, 언제나 마음 내려놓고 찾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외곽에 있는 위양지(位良池)는 어느 때나 가도 아름다워요. 이곳에서는 수령이 오래된 노거수 나무들이 저수지와 하나가 돼 있는 풍광을 즐길 수 있어요. 농촌이 주는 풍경과 바람을 즐기며 좁은 길을 천천히 가는 낭만도 있죠.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시골길을 걸어가며 논밭에 있는 채소 곡식들을 보며 걷는 맛도 좋아요. ‘위양’이란 양민을 위한다는 뜻으로, 이곳은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사이에 임금이 백성을 위해 축조한 저수지라고 해요. 주변에는 소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고 전해져요.

 

옛날에는 둘레가 약 2킬로미터에 이르는 큰 저수지로 수많은 전답에 물을 댔다고 해요. 지금은 그 규모가 축소됐으나 못 가운데 다섯 개의 작은 섬이 있으며, 이른 봄에 피는 이팝꽃이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이곳 이팝나무숲은 2016년 ‘제 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사람과 숲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이 아름다운 숲이 다음 세대까지 변함없이 보전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밀양시 부북면 외곽에 있는 위양지

 

 

구름도 쉬어가는 곳

입구에서 보면 저수지 안쪽으로 정자가 보이는데요. 이곳은 바로 ‘완재정’이에요.

아치형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자라, 거북이, 오리, 잉어들을 만날 수 있죠. 따사로운 햇빛을 즐기러 나온 암수 자라의 다정한 모습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끄네요.

 

숲길을 지나 좁은 문을 들어서면 원형 담장 안에 정자가 있습니다. 정자 마루 어느 곳에 앉아서 봐도 운치가 빼어나죠.

남쪽문 밖으로 한 발을 디디면 저수지가 시야에 펼쳐지죠. 반짝거림과 싱그러운 여름이 이곳에 다 모인 듯해요.

건너편의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둑길도 한 눈에 들어와요.

 

초록이 짙어지는 위양지 숲 둘레 황톳길을 걸어요.

그리고 건너편 완재정과 노거수 나무들이 주는 반영(反影)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와요. 아름드리 왕버들이 늘어뜨린 그늘 아래에는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요.

 

벤치에 앉은 연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웃고, 벤치 끝에는 정성이 듬뿍 담겼을 피크닉 가방이 놓여 있어요. 나무 그늘 돗자리 위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음식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누워서 노거수(老巨樹)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는 듯도 해요.

왕버들나무에 올라가 인증 샷을 남기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저기가 포토존인가 봅니다.

자연과 풍경

 

 

달빛에 아름다운 우리나라 정통 정원

월연정은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하나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겨진 보물이라 할 수 있어요.

강변 풍경과 보름달이 떴을 때의 월주경(月柱景)이 특히 아름다워요. 영화 똥개(2003년) 촬영지였던 용평터널 입구에 월연정 표지판이 수줍게 서있습니다.

 

주차장은 별도로 없어서 입구에 차를 세워 두고 터널 오른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해요. 숲길에 들어서면 옆으로 밀양강이 보이고 단장천의 합류 지점에 조선시대의 별장 월연정이 있어요. 월연정은 조선 중종 15년(1520년) 월연 이태 선생이 지은 것으로 원래는 월영사가 있던 곳입니다. 이 태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기묘사화(1519)가 일어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정자를 세웠어요.

 

경관이 뛰어난 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정자의 기능을 가져요. 각기 다른 형태와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것이어서 건축과 관련된 건축사들도 종종 찾아온다고 해요.

달빛에 아름다운 우리나라 정통 정원

 

 

이곳은 작은 계곡에 걸린 쌍청교를 중심으로 좌측은 쌍경당, 우측은 월연대 누각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월연대는 작은 돌을 축대로 이용하여 기단을 높이 올려 정자를 만들었고 한 칸의 작은 누각은 사방으로 작은 마루를 돌려놓았어요.

쌍경당은 ‘강물과 달이 함께 맑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월연정을 더욱 멋스럽게 만드는 것은 소나무, 은행나무, 오죽이에요. 특히 배롱나무에 꽃이 피는 8월은 월연정이 더욱 아름다워요. 붉게 물든 밀양강의 월연에 붉은색을 뚝뚝 떨어 뜨리기 때문입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밀양강을 물들이는 배롱나무의 붉은 울음을 들어봐요. 한여름의 울음소리는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자연을 벗 삼아 보냈을 이태 선생의 한숨이 아닐까요? 강을 내다보니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집니다.

 

 

* 취재: 김숙희 현대중공업 주부리포터 / 사진 이시목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