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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남은 여름엔 신선놀음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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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9

- 진짜 산골 경남 거창

 

“진짜 산골이지.” 거창을 간 건 순전히 그 말 때문이었어요. 아니, “놀기 좋은 계곡이 여럿”이란 말에도 혹했어요.

서늘한 여름에 욕심나 방문한 거창에서 깨달았습니다. 그들 말 모두가 ‘진짜’였습니다.

 

산은 높았고 골은 깊었으며 물은 얼음처럼 맑고 차가웠어요. 오후 두 시, 정수리가 뜨거울 무렵 계곡물에 발을 담갔죠.

 

오소소~, 산 그림자 내린 계곡물이 순식간에 온몸을 휙 돌았어요. “우와~” 소름 돋는 여름이었습니다.

산골 경남 거창

 

여름 여행의 조건이라면 아무래도 물놀이가 첫 번째겠죠. 해수욕보다는 계곡욕이 더 시원할 테고, 경치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거창은 이런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여행지이죠. 마치 누군가 차려 놓은 ‘뷔페’처럼 ‘경치 좋은’ 계곡이 수두룩하니 말이에요.

얼추 손꼽아도 월성계곡, 위천계곡, 수승대, 유안청계곡, 지재미골 등등으로 많아요. 그러니 이 여름엔 찾을 일이에요. 찾아 취향대로 골라 즐길 일입니다.

한결고운갤러리의 실내 전시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이거 실화 맞나? 경치가 죽이네.” 창원에서 온 청년들이었어요.

그들은 풍경에 반한 듯 한동안 감탄사만 연발했죠. 사선대에서였어요. 사선대는 월성계곡 상류에 있는, 누군가 일부러 쌓아놓은 듯 오묘한 4층 바위를 말합니다.

 

전해오는 전설로는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던 곳이라고 해요. 그기암 아래로 차고 맑은 물이 요리 조리 길을 내며 지납니다. 주로 백설기 같이 하얗고 매끈한 반석 위를 흘러 투명한데요. 여기가 끝이 아니에요. 월성계곡은 소와 담이 많은 물길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사선대 주변의 소와 담은 마치 숲 같죠. 나무 그늘 짙은 숲처럼 초록 빛이 그득해, 손을 담그면 금세 초록물이 들 것 같아요. 한여름 아이들은 이곳에서 보트를 타며 놀아요. 분설담에서도 월성계곡은 반짝 빛나요. 물이 흐르다 바위에 부딪히면서 흩어지는 모습이 ‘흩날리는 눈보라와 같다’ 하여 분설담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그 반석 위에 가만히 누웠어요. 정말 흩날리는 눈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온몸이 시원했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물놀이가 아니라 신선놀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해 북상면 소재지까지 13킬로미터가량을 흘러요. 흐르며 곳곳에 절경을 만들어 예부터 ‘경치 좋은 계곡’으로 정평이 났죠.

 

계곡욕 인기 스폿은 사선대, 분설담, 빙기실,, 창선마을(앞), 강선대, 용암정(앞). 사선대와 분설담, 용암정은 경치를 감상하며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이고, 빙기실과 창선마을, 강선대는 계곡의 수심이 얕아 아이 동반 물놀이 장소로 주목받는 곳입니다.

 

이 중 창선마을과 강선대는 특별한 볼거리까지 더해져 인기에요. 창선마을에는 야외정원이 아름다운 한결고운갤러리가, 강선대에는 모암정을 낀 ‘허브농원 민들레울’이 있어서입니다. 두 곳 다 시원한 계곡을 바라보며 차 한 잔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운영 중이라, 오래 머물며 쉬기 좋아요.

 

 

 

“경치가 와 이리 좋노?”

수승대도 빼놓기 힘든 명소에요. 피서철 물놀이 장소로 인기인 계곡이지만, 사실 이곳은 명승지다. 거창 땅을 가로지르는 위천의 물줄기가 널찍한 화강암을 타고 넘으면서 기암을 펼쳐놓아 퇴계 이황도 그 수려함을 극찬한 바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기암이 바로 거북 형상을 한 바위, 즉 수승대입니다. “엄마, 옛날에는 저 바위가 노트였나 봐요.”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연교를 넘으며 한 아이가 말했어요.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거북바위였어요. 언뜻 봐도 거북바위엔 글씨가 빼곡합니다.

 

갈천 선생 등 선인들이 남긴 글씨인데요. 거북바위 앞 너럭바위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연반석과 세필짐이에요. 월성계곡

 

연반석은 거북이가 입을 벌린 장주암에 앉은 스승 앞에서 제자들이 벼루를 갈던 바위란 뜻이고, 세필짐은 수업을 마친 제자들이 흐르는 계곡물에 붓을 씻던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다른 한쪽엔 한 말의 막걸리를 넣었다가 스승에게서 합격을 받으면 한 사발씩 먹었다는 오목한 모양의 웅덩이(장주갑)도 있어요.

 

다른 볼거리도 많아요. 원각사, 요수정, 구연서원 등. 이 중 구연서원은 꼭 들릴 일이에요.

 

현관문 격인 관수루가 명물이죠. 주위 암반을 타고 오르도록 한 점이나, 꼬부라진 나무 그대로를 기둥으로 쓴 점이 재미있습니다.

 

8월엔 서원 대청마루에 앉아 붉게 흐드러진 배롱나무꽃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어요. 등골 서늘하기론 유안청계곡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아니, 발끝만 담가도 짜릿한데 폭포수까지 맞을 수 있으니 ‘첫째 간다’ 할 만해요.

계곡가에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기 좋고, 곁가지 계곡인 지재미골로 가면 ‘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까지 볼 수 있어요. 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은 바위 동굴 안에 있어 신령스럽습니다.

 

 

숲은 깊고 꽃은 무성한

거창은 계곡뿐 아니라 매력 있는 다른 볼거리도 넉넉한 곳이에요. 울창한 숲과 꽃 무성하게 피는 공간이 여럿이고, 전망 좋은 산도 있죠. 숲이 좋기로는 동호숲이 최고예요. 동호마을 어귀에 있어 동호숲이라 부르는 솔숲으로, 사방 둘레가 짙은 소나무 그늘 속이라, 들숨 한 번에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이 여름, 황강 가로 들면 무성한 꽃들과도 조우할 수 있어요. 황강을 기준으로 양편으로 거창창포원과 거창생태공원이 있어 천천히 산책하며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어요. 시원한 산바람이 맞고 싶을 땐, 감악산으로 길을 잡아봐요. 감악산 정상 부근(150미터 전)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어디 보다 쉽게 올라 넓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귀가 길엔 가조도 들려보아요. 가조엔 여독을 풀기 좋은 두 곳이 있어요. 가조온천과 거창허브빌리지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라면 각종 허브 관련 체험을 즐기면서 허브 족욕까지 즐길 수 있는 허브빌리지가 제격입니다. 6월 라벤더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요맘땐 희거나 붉은 체리세이지 꽃이 제법 넓게 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