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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8
나들이 - 전철 타고 떠나는 부산 여행
- 울산과 부산을 연결하는 복선전철 개통으로 두 도시가 일일생활권
울산-부산 이동 빨라졌다!
태화강역은 1921년 10월 울산역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여러차례 위치를 옮기며 울산 남구 삼산동에 자리를 잡았어요.
2010년에는 고속철도 시대를 맞아 KTX전용역사인 울산역에게 자신의 이름을 넘겨주고, 태화강역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죠.
지난해 3월에는 30여년의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구(舊) 역사 바로 옆으로 신축 이전해 더욱 편리하고 쾌적해졌어요.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7천540제곱미터 규모의 신(新) 역사는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 이미지가 형상화 됐죠.
평일 오전 10시 태화강역은 복선전철 탑승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거렸어요. 구 역사 자리에는 주차장이 들어섰고 신 역사 밖으로는 도로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죠.
동해복선전철 연결로, 울산에서 태화강역을 출발해 22개의 역을 통과하면 부산 부전역에 도착해요. 총 거리 65.7킬로미터, 76분이 소요되죠. 전철은 출퇴근 시간대엔 15분, 평상시엔 2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두개의 광역도시를 잇는 건 처음이라 해요.
기본운임은 교통카드 기준 1천300원으로 태화강역에서 부전까지는 2천500원이며, ‘거리 비례제’와 ‘시계 외 운임’ 두가지 운임체계가 적용돼요. 정기승차권은 이용 거리에 따라 5만6천100원에서 최대 9만3천500원까지 총 6단계로 판매돼요.
평일 102회, 주말 92회 운행하며, 첫차는 평일 오전 5시 36분, 주말과 공휴일 오전 5시 35분, 막차는 평일 오후 10시 55분, 주말과 공휴일 오후 11시에요.
사람 냄새 가득한 전철 풍경
1층 종합안내소 옆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요. 2층 대합실에 들어서면 왼쪽에 승차권 매표창구가 있고 고래 카페, 편의점, 화장실, 드문드문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요. 지문인식으로 운영되는 물품보관소도 마련돼 있어 필요 없는 짐은 락커에 맡기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죠.
승차권 구입을 하려는 어르신들이 자동 발매기 앞으로 줄을 서있어요. 도우미가 옆에서 도와 주고 있지만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승차권 구입이 어색한 듯해요. 일회용 승차권은 매표창구에서도 구입할 수 있어요.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별도의 발권 없이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바로 전철을 탑승할 수 있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오르면 3, 4번 플랫폼은 무궁화호 기차를 타는 곳이고, 5, 6, 7, 8번 플랫폼이 부산으로 가는 동해 전철이에요.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 자전거를 열차에 적재해 탑승할 수 있는데, 첫째 칸과 마지막 칸에서만 이용이 가능해요.
“고객 여러분, 부전으로 가는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안전하게 뒤로 한발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출입문 곧 닫습니다.” 멘트와 동시에 출입문이 닫히면서 태화강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요. 울산에서 타는 전철은 처음이라 마음이 조금 설레요.
어느새 개운포역에 도착했어요. 안내 방송에 따라 문이 열리고 닫히죠. 기차를 탔을 때는 없던 역이 생긴 것이에요. 덕하, 망양, 남창, 서생에 잇달아 도착해요. 바다 풍경이 간간이 보였다가 사라져요. 월내, 좌천, 일광, 기장을 지나니 마른 기장미역을 수레에 가득 실은 아주머니들이 전철을 올라요.
전철 타고 편안한 여행을 즐기다
오시리아, 송정, 신해운대를 거쳐 벡스코에 이르면 부산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죠. 교대역까지 기다렸다가 서면으로 가는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어요. 부산 지하철 1호선은 늘 만원.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집을 나선 김에 끝에서 끝까지 가보자 하며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결정해요.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배가 고프다고 위장이 아우성이에요. 태화강역에서 오전 10시쯤 출발해 다대포해수욕장까지 가는데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셈. 출구를 나와 주변을 둘러봐요. 꼬막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향해요.
다대포해수욕장은 몇 번 와 보았지만 언제 와도 좋은 곳이에요. 넓은 백사장과 소나무가 주는 편안함, 곳곳에 놓인 벤치들, 해변에 놓인 설치미술들, 바닷가에서 안으로 걸어 드는 산책로와 몰운대 풍경, 아름다운 저녁 노을까지, 그야말로 느슨한 여행이 완성되죠.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대포까지 와본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해 봤어요. 모래 위를 걸으며 문명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에 살아가고 있는 나를 봐요. 모래 위의 발자국처럼 울산과 부산이 일일생활권으로 조금씩 익숙해질 모습이 그려져요.
늦은 시간까지 전철이 있어 돌아갈 시간도 불안하지 않아요. 저녁 노을을 실컷 보고 다대포해수욕장역을 출발해 다시 태화강역으로 향하죠. 저녁 전철 안은 귀가하려는 사람들로 낮보다 더욱 복잡해요.
지옥철이란 말이 실감나는 퇴근시간. 교통체증은 없지만 마스크까지 착용한 실내 공기는 답답하기만 해요. 이만큼이나 먼 거리를 갈 줄 모르고 떠난, 동해복선전철과의 첫 여행이었어요.
하루 동안 편안한 발이 되어준 전철에 새삼 고마워졌죠.
전철은 시간에 맞춰 우리를 정해진 목적지에 데려다 줘요.
교통 체증, 주차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여유가 있다면 전철을 타고 구간별로 오가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를 추천해요. 익숙했던 곳이 새로운 여행지가 되는 마법이 펼쳐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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